[이주의 전망] 사드 해결·트럼프 방한, 씁쓸하지만 잘 대응했다

기사입력:2017-11-09 14:54:21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을 거쳐 입국해 일정을 보낸 뒤 중국으로 출국하고 베트남, 필리핀까지 가는 일정이다. 아시아 순방 내내 북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가 지속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최근 대북 압박이 상당 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한 판단과 무관한 냉온탕식 전략이야 말로 가장 피해야할 행태다.

트럼프 이후엔 일본, 어찌할 것인가

중국의 권력 핵심부 재정비 이후 사드 문제에 대한 우호적 기류 속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게 된 것은 우리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다.

기실 사드 문제는, 실질적 효용이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리 내부의 찬반 논쟁과 별개로, 그에 대한 중국의 처사는 분명히 비합리적이었다. 또한 최고 지도부의 권력 기반을 확인한 이후에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어쨌든 민관이 모두 잘 버텨낸 덕이다. 철저한 복기와 그에 따른 전략 마련이 필요하겠지만 여야가 ‘네 탓이오’를 외치며 다시 정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일본에서 기세를 올려 한국에서 단단히 한 후 중국과 맞상대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국은,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큰 행사를 막 잘 치른 마당에, 미국과 강하게 격돌하길 원친 않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전략에 순순히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지도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양측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크게 볼 때 적절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손발을 맞추면서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저버리지 않는 것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나? 다만 지지층만 고려해 외교안보 등에 대한 어려움까지 ‘적폐’로 몰아붙이는 것은 분명히 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이후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 이슈도 불거질 것이다. 전 정부와 전 전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하여 국민감정은 좋지 않은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본과 대일 정책에 대한 ‘사이다’발언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대일 강경책으로 동북아 전체를 민족주의 도미노에 빠뜨린 정부가 MB정부다. 현 정부의 경우에는 야당 시절 그리 비판해마지 않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했다.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치인 중 한 명은 GSOMIA를 비판하면서 일본을 ‘적성국가’라 지칭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사드 문제 정리와 한일 관계를 다시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정부의 운신 폭은 넓어질 것이고 한국의 외교적 위상도 제고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흐름, ‘꼴통 잔치’로 볼 일 아냐

국내정치에 관해선 당장은 자유한국당 주변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연장에도 불구하고 출당 문제를 매듭지은 것은 의미 있다. “박근혜 당적만 정리하면 보수가 바뀐 것이냐“는 비판은 의미 있지만 ‘박근혜 당적도 정리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바른정당 의원의 절반 이상이 복귀하기로 한 것도 자유한국당 주류 입장에선 천군만마다. 이 흐름이 더 큰 힘을 받기 위해선 실질적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복당자들에 대해 조응하는 흐름이 만들어져 실제 정책이나 메시지의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들의 수구적 행태가 바뀔 리 없다”는 예측 혹은 ‘기대’가 많지만 실제로는 다른 그림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메시지나 정책이 진공 상태나 다름없다. 대구경북 지방선거에 대한 물밑 경쟁을 제외한다면 유의미한 갈등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서청원, 최경환까지 출당된다면 이른바 ‘바른정당계’의 위상이 상당히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은 더 늘어난다.

지금 홍준표 대표의 메시지와 궤가 다른 흐름이 형성될 수 있겠지만 어차피 홍 대표는 언행이 매우 ‘유연한’ 인물이다.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발언이 앞으로 그를 규정하고 제약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