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결별 요구 앙심에 내연녀가 찍은 ‘나체사진’ 공개…무죄 왜?

1심ㆍ2심은 유죄 판단…대법원은 나체사진을 피해자가 찍어 보내준 것으로 처벌할 수 없다 판단 기사입력:2016-01-11 14:06:09
[로이슈=신종철 기자] 50대 남성이 헤어지자는 내연녀에 앙심을 품고 나체사진을 인터넷 등에 공개했다. 1심ㆍ2심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그 나체사진을 피해여성이 직접 찍어 보내준 것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13년 8월 B(여)씨를 만나 교제해 오던 중 그해 11월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앙심을 품게 됐다.

이에 A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해 전송받았던 B씨의 나체사진을 구글 캐릭터 사진으로 지정한 다음 B씨의 딸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나체사진을 전시했다.

검찰은 A씨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B씨의 나체사진을 공공연하게 전시했다며 기소했다.

또한 A씨는 2013년 11월~2014년 4월 사이 총 16회에 걸쳐 B씨의 남편에게 ‘일주일간 당신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인한테 물어보세요’라는 등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뿐만 아니라 B씨의 딸에 대한 명예훼손, 재물손괴, 공갈미수 등의 혐의도 포함됐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태규 판사는 2015년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범죄의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을 명했다.

김태규 판사는 “범행 대상을 B씨에 한정하지 않고, 그의 배우자와 딸에게까지 확대했으며, 범행 방법이 집요하고 과하며, 피해자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기도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들의 용서도 없다”며 실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정도 부장판사)는 작년 6월 나체사진 공개 등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내연녀인 피해자가 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내연녀는 물론이고, 남편과 딸까지 괴롭힌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쁜 점, 범행이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이루어 진 점,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 B씨를 위해 1500만원을 공탁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 1회 외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B씨의 나체 사진을 공개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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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의 나체사진 공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판단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대구지법 합의부를 환송한다고 11일 밝혔다. (2015도16953)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 각 규정에 의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촬영대상자로 해 그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뜻하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까지 위 조항의 촬영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2013년 10월 중순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체를 촬영한 후 그 사진파일을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사실, 피고인은 B씨으로부터 전송받아 보관하고 있던 나체 사진을 피고인의 구글 계정 캐릭터 사진으로 지정한 다음 B씨의 딸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을 작성함으로써 나체사진이 전시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위 나체사진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아니므로 성폭력처벌법의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나체 사진이 성폭력처벌법의 촬영물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는데,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및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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