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계약금 부풀려 중개한 에이전트 사기죄 인정

1심 “사기 아니다”→항소심 “상거래 관행에 비춰 기망행위에 해당” 기사입력:2010-07-27 23:11:01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외국인 축구선수와 국내 구단 사이의 영입계약을 중개하며 계약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차액을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된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축구선수 에이전트인 A(48)씨 형제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국내 모 프로축구단에 브라질 선수들을 영입시키는 과정에서 먼저 외국인 선수와 내부적으로 급여와 계약금을 약정한 뒤, 구단에는 월 급여의 2배, 계약금은 무려 32배 부풀린 금액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겼다.

또한 A씨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구단 감독에게는 자신이 중개하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해 주도록 편의를 봐 주면 사례를 지급하겠다는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현금 1900만 원과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

결국 A씨 형제는 사기와 배임증재(감독에게 돈 건넨 부분)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인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3월 A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배임증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내부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실제로 지급할 금액을 미리 약정한 후 구단과 계약 체결 시에는 선수에게 지급해 주기로 약정한 계약금, 월급여 액수를 초과한 금액을 구단에 제시하고, 그 초과금액 전부를 자신의 이익으로 귀속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는 A씨와 선수들 사이의 내부문제에 불과할 뿐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며 사기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또 “나아가 계약의 대립당사자로서 선수의 이익을 위해 협상에 임해야 할 피고인 A씨가 선수들과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선수들이 받기로 약정한 계약금, 월급여의 액수를 구단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으며, 구단이 피고인이 제시한 계약금이나 연봉 때문에 선수의 실제 기량을 잘못 평가하게 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2010노144)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최근 A씨 형제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기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동생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중개인은 쌍방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일정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상호 조율해 계약이 성사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취득할 목적으로 상행위를 하는 자이므로, 그 중개를 함에 있어 일방이 원하는 가격조건이 이미 결정돼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알려 줘 그 가격을 기초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중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처럼 피고인이 오로지 차액을 자신이 취득할 목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미리 내부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계약금이나 월급여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선수가 원하는 계약금이나 급여인 것처럼 구단에 제시한 행위는 일반 상거래 관행 등에 비춰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기망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사기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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