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명예훼손’, 드라마 ‘서울1945’ 제작진 무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PD와 작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무죄 기사입력:2010-04-29 13:43:0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9일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를 친일파 및 여운형 암살의 배후로 묘사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KBS드라마 ‘서울1945’의 윤창현 PD와 이한호 작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6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KBS 주말 드라마 ‘서울1945’는 해방 후와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다뤘다.

그런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와 장택상 전 총리의 딸은 “드라마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가 친일파로서 친일경찰 P씨를 통해 정판사 사건(공산당 지폐위조)을 해결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또 이 전 대통령이 친일경찰 P씨를 시켜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로 묘사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드라마 PD와 작가를 기소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이동근 판사는 2007년 6월 PD와 작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예술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이라는 두 법익을 비교 형량함에 있어 예술 활동의 자유는 역사적 인물인 망인의 인격권의 보호보다 우선해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문제가 된 방송분의 구성은 여운형과 이승만, 박헌영 등 당시 정치지도자들의 노선 관련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공소사실과 같은 장면만으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총리가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로 적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여운형이 암살당하는 장면 등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래이션을 삽입해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에 개입한 것처럼 묘사해 역사적 사실성을 부각시킨 점 등을 종합하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총리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8형사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2007년 9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드라마 PD와 작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실적 요소보다 허구적인 요소가 더 많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강하게 인식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므로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허위사실의 판단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드라마에서 허위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다소 있더라도, 그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약간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불명확하고 모호한 묘사만으로 실존인물에 대한 허위사실이 적시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드라마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돼 이야기가 전개됨에 있어서 그들을 통해 묘사된 사실이 상당한 정도 허구로 승화됐더라도 일반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면, 비록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실제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드라마에서 이승만이나 장택상이 직접적으로 여운형의 암살을 지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이 사건 드라마는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가상인물들에 의한 허구적인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들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피해자들이 친일파로서 친일경찰 P씨를 시켜 해결한 것처럼 묘사하는 등 어떤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