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남용 막으려면 사법부 권력도 견제해야”

“사법부, 철저히 방어벽 치고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 받으려고만 해” 기사입력:2009-04-19 19:14:02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사법부 권력도 견제할 수 있다. 남용을 막으려면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법부는 (독립이라는 명분아래) 강력하게 보호를 희망하지면서도 견제를 받지 않으려 한다. 철저히 방어벽을 치고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받으려고만 한다”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재천 변호사는 18일 서강대에서 열린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보여준 법원개혁의 올바른 방향’ 대토론회에서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 변호사는 먼저 “국회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지만, 법관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차단이 돼 있다. ‘네가 자격도 없잖아. 너희들이 뭘 알아’ 이런 식이다”라며 사법부가 외부의 평가를 거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는) 폐쇄적으로 정보를 유통시키고 장악하고 제압하고, 아시다시피 국회나 대통령은 독립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국민주권에 종속되는 가장 훌륭한 위임이고 민주주의니까요”라며 “그런데 공정성과 책임성을 전제로 대법원에게만 독립이라는 단어를 줬다. 법관이 독립하라는 것인데 과연 독립하고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최 변호사는 합의부 배석판사들이 기수가 10여년 선배인 재판장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법관의 독립성을 꼬집었다.

그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판결을 냈는데, 그 사건이 대법원가서 깨지면 지법 부장판사가 감평을 받는다. 배석판사들은 (감평을) 안 받는다. 고등법원 사건도 대법원가서 깨지면 주심 판사가 감평을 받는다”며 “이때 부장판사가 배석판사들에게 ‘당신이 새로운 판결을 썼을 때 대법원가서 깨지는 위험부담을 내가 뒤집어쓴다’라고 하면, 부장판사의 말에 승복하지 않을 배석판사들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를 따라가는) 선례구속성 원칙이 법관의 창의적인 해석을 가로막고, 여기에다 인사 및 승진제도, 법관평가제도, 법관료제도 이런 것들과 결합됐을 때는 법관의 독립성은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판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판사들이 어떤 식으로 선발되고 사회화되는지, 따라서 그들이 어떤 가치들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그 자체로 가치는 있는 것이 아니며, 이는 사법부의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대법관들이 퇴임할 때 누구나 이야기 한다. 여론으로부터의 독립, 언론으로부터의 독립, 당사자로부터의 독립, 이게 너무 침해받아서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기들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는다. 독립성으로부터 자신들의 공정성이 어떻게 깨졌는지에 대해서는 절대 말들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독립성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공정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독립성만 강조하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고 국민주권주의나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사법관료제와 피라미드 최정점으로서의 대법관 ▲사법연수원 기수가 상징하는 고전적인 서열주의 ▲그리고 초임지(서울지역), 유학, 법원행정처 근무경력 등의 문제가 갖는 폐쇄적이고 종속적인 법관인사 구조 등을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내에서 성골, 진골, 6두품 해가지고 세 가지(초임지 서울지역+법원행정처 근무+유학) 다 있으면 성골이고, 법원행정처 근무하고 2년짜리 유학 갔다 왔으면 진골이고 이런 말들이 있다”고 사법부 내의 ‘골품제’를 지적했다.

그는 “그 다음에 가장 큰 문제는 조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여전히 끼리끼리 패밀리즘(Familismㆍ가족주의)에 젖어서 보상해 주는 것”이라며 “기수제의 약점을 교묘하게 보완시킨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승진에서 탈락해 법복을 벗고 개업한 변호사에게 교묘하게 전관예우를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수와 서열이 왜 필요하냐. 그게 법관의 실력이나 양심이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느냐. 굳이 따지면 헌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변호사는 또 다른 문제로 선출되지 않는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는 것도 지적했으며, 로스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로스쿨은 도입해놓고 아직까지 변호사시험방식조차도 확정짓지 못했다. 또한 판사와 검사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 사법연수원을 대체하는 어떤 수련제도를 만들 것인지, 여전히 사법연수원을 존치한 가운데 배석판사 찍어내기 식의 연수교육을 계속할 것인지, 선례구속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존 판례의 무비판적 암기와 학습방식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문제 삼았다.

또한 최 변호사는 사법부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 견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권력도 견제할 수 있다. 남용을 막으려면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며 “그런데 대한민국 사법부는 강력하게 보호를 희망하지만 견제를 받지 않으려 한다. 철저히 방어벽을 치고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받으려고만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법부가 사회적 책임에 종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시민들이 그들의 대표로서 직접 선출하고, 그들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집행부와 입법부와는 달리, 시민에 대한 간접적으로만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출이 간접적인만큼 그들이 시민에 대해 갖는 책임도 약하다”는 최장집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다.

최 변호사는 “국회도 모든 것을 속기록으로 남기고 공개하고 국민주권 차원에서 감시하고, 그리고 국회 생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을 향해 오픈시키지 않으려면 감시할 수 있는 정도는 공개해야 하는데 (사법부는)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위해(危害)된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법조계의 최고의 문제는 사법시험 합격을 일신양명 출세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쟁취했으니 일신적속적인 내 것이다. 내 마음대로 행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들 것이라고 해서 폐쇄적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사법권은 법조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인 만큼 시민의 헌법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한도 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도전은 국민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사법관료 이른바 법조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취한 과실로 법관의 직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독립성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국민주권으로부터 도피하려 한다”며 “이는 기득권과 자폐성을 강화시키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참여연대,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토론은 5가지 주제를 갖고 열렸으며, 발제자와 토론자가 14명에 달하는 그야말로 대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