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여성 엘리베이터 따라가 휴대폰 몰카 찍은 남성 무죄 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기사입력:2016-01-24 15:34:14
[로이슈=신종철 기자] 지나가는 여성이 자신의 스타일이라며 엘리베이터 안까지 뒤따라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20대 남자에게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나,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에 따르면 20대 후반 A씨는 2014년 4월 28일 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모 아파트 부근에서 스키니진을 입은 20대 여성 B씨를 뒤따라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B씨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부분을 촬영했다.

당시 찍힌 사진은 엘리베이터 한쪽 벽에 원피스에 카디건을 입고 서 있는 B씨의 허리 춤 정도의 높이에서 목 하단까지 신체 전체를 반대편 쪽에서 서서 촬영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A씨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49회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 여성들의 가슴을 중심으로 상반신 부분 또는 다리 부분을 그 의사에 반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한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지하철 등지에서 스키니진을 입은 여성이나, 스타킹을 신은 여성이 의자에 앉은 다리 부위를 찍었다.

1심은 2015년 5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공소사실과 같이 여성의 동의 없이 주로 다리가 포함된 신체를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나, 문제된 사진들은 모두 지하철이나 길거리 등 일반인의 출입이나 통행이 자유로운 개방된 장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피고인이 촬영한 (다리)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촬영된 사진을 보면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여성의 건너편 좌석에서 촬영한 것으로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기 위해 근접 촬영한 것도 아니고, 여성이 선정적이거나 과도한 노출을 보인 경우가 아니다”며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 B씨의 사진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노출은 전혀 없고, 입고 있던 옷이 선정적이지도 않으며, 공소사실에는 마치 가슴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나, 사진 상으로는 가슴 부분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등의 모습도 없고, 가슴만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촬영한 사진에 등장하는 피해자의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관적 감정만으로,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에 관한 종합적인 관찰 내용을 배제한 채, 문제된 사진의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다.

2심은 2015년 10월 엘리베이터 안에서 B씨를 촬영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다른 사진들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B씨는 1심 법정에서 “휴대폰 촬영 음을 들었고, A씨가 거울에 보여 촬영 사실을 알았으며, 밤이고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있어 무서워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고, 다음날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귀가 중 B씨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이고 가는 방향도 같아 뒤를 따라 갔는데 관심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기에 나도 모르게 타게 됐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씨 촬영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서 있는 피해자(B)의 앞모습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부위이나 노출된 부분이 없어, 고도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로 보기는 어려우나,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어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촬영했다는 피고인의 촬영의도, 피해자 모르게 은밀히 이루어진 촬영 경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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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2015도16851)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의 촬영 의도와 경위, 피해자 B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비록 사진에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노출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과 B씨의 옷차림, 찍힌 사진에 주목했다.

사진 촬영 당시 B씨는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티셔츠 위에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입고 있어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노출된 신체 부위는 없는 상태였다.

사진에는 B씨의 얼굴 부위를 제외한 상반신 전체가 촬영됐고, 특별히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가슴의 윤곽선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또 사진은 엘리베이터 안에 피고인과 B씨만이 있을 때 몰래 촬영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엘리베이터의 한쪽 구석에서 반대편 구석에 있는 B씨를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법리에 비춰 보면, 비록 피고인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나, 이를 넘어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니,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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