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역사계열 교수들 “학자적 양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불참”

기사입력:2015-10-14 19:44:31
[로이슈=신종철 기자]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전원과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전원에 이어 14일 고려대학교 역사계열 학과 교수들도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하며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고려대 역사계열 교수 일동은 성명을 통해 “학자적 양심과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일체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제작 참여에 반대하는 고려대 역사계열 교수 선언서>

고려대 한국사학과, 사학과, 역사교육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들은 역사교육을 퇴행시키고, 나아가 교육 및 민주헌정질서의 가치를 뒤흔드는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 이에 따라 고려대 역사계열 교수들은 향후 진행될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역사교육의 발전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한국사 교과서는 최근 들어 정부와 여당에 의해 이념 논쟁과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2013년 정부와 여당은 친일과 독재 미화로 지탄받은 교학사 교과서를 무리하게 통과시키며 검인정제도를 크게 훼손시켰다. 또한 억지춘양으로 통과시킨 교학사 교과서가 학계와 교육계로부터 질타를 받고 교육현장에서 사실상 채택되지 않자 끝내 국정화라는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그간 역사학계와 역사교육학계, 중등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과 교사, 역사전공 대학생과 대학원생, 시민단체 등은 지속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 또한 검인정제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적합하다는 사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비롯해 누누이 지적된 바이다. 지난 고려대 교수 성명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나아가 이공계열 교수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던 이유도 이 조치가 지닌 반교육성, 반민주성, 반헌법성에 다수의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당리당략적 이해 추구 외에 그 이유를 달리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새로 만들어질 국정 교과서는 정부 여당이 말하는 이른바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가 아니라 최고 권력자와 정부 여당이 그 기준을 제시하는 ‘편향된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과서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뀜에도 불구하고 1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를 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졸속 부실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번 고려대 교수 선언에서 우리는 정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국민 통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확신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제기했었다. 이미 목도하고 있듯이 정부 여당의 무리한 국정화 추진 이래 역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가려는 사회적 논의는 실종된 채 구태의연하고 비상식적인 이념 대립만이 횡행하고 있다. 이 모든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고려대학교 역사계열 교수 일동은 학자적 양심과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일체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2015년 10월 14일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전원 18명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4명 등 22명 일동

강제훈 권내현 김경현 민경현 박대재 박상수 박현숙 송양섭 유희수 이병련 이진한 이홍종 정운용 정태헌 조명철 조영헌 조윤재 최광식 최덕수 최종택 허은 Leighanne Y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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