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사진제공=금속 현대중공업지부)
이미지 확대보기이어 “이제 본안 소송이 남았다. 향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으나, 주주총회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40232)을 통해 우리들의 정당성과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추진한 회사분할의 무효를 주장해 나갈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또 “상법에 따른 법인분할로 인해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뿌리채 흔들리고 무권리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입법운동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현대중공업이 총수의 사익추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가진 기업으로 변모하는 그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본안소송 내용>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선 사업부분만을 분리시켜 자회사로 만들고, 기존 현대중공업은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으로 바꾼 뒤 본사를 울산에서 서울로 옮겨 연구개발부분 및 현대중공업 등 조선 사업부분을 지배·관리하는 중간지주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부채의 대부분을 조선사업 부분으로 분류하고, 약 7조원의 부채를 자회사인 사업회사로 배정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선수금이나 차입금 등을 통해 조달된 현금성자산 역시 사업회사에 더 많이 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현금성자산 창출의 원천인 매출이 대부분(약 95%) 자회사로 이전되는 사업부분에서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에 약 88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배정한 반면, 사업회사에는 오히려 그보다 약 1200억원이 적은 76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배정했다.
이로 인해 사업부분은 분할 전에 비해 상당한 자금압박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조선사업 규모를 지금과 같이 유지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기업가치의 핵심은 조선사업이다. 조선사업 부분의 꾸준한 성장 없이는 현대중공업그룹 기업가치 역시 결코 증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 울산시민 등을 중심으로 이번 회사분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나아가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안건만이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회사는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에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어도 시간과 장소는 사전에 충분히 고지할 의무가 있다. 주주총회 참석권 및 의견표명권은 지분율이 얼마인지, 의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든 주주에게 당연히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시각(오전 10시)을 30분 넘게 경과한 이후에 갑자기 주주총회 장소 및 시각을 변경하고, 최대주주 등 회사분할 안건에 우호적인 주주들 일부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회사가 주주총회 장소 및 시각을 변경한 시점에는 이미 기존 주주총회 장소(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울산대학교 체육관)로 주주총회 개최 시각(오전 11시 10분)까지 이동하기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소수주주들은 당연히 주주총회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 변경된 장소 및 시각에 개최된 주주총회에서는 안건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지지도 않은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회사분할을 포함한 모든 안건이 통과되고 주주총회가 종료됐다.
이처럼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회사 분할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상법이 정한 결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입장으로 보이나, 회사분할과 같이 법인격 자체를 변경시키는 중대한 안건을 주주들의 참석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채,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방식의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