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다방종업원 강도살인혐의 무기징역 남성 파기환송심서 무죄

기사입력:2019-07-11 16:54:30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17년 전 다방 여종업원을 협박해 예·적금을 인출하고 범행 발각을 우려해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남성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부산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7월 11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2019노28)된 피고인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인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도살인의 범행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그에 관한 직접증거는 없다고 했다.

검사는 환송 후 당심의 석명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이 부분 증거의 증거능력이 있다는 주장만 할 뿐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검찰수사관 D의 진술기재 부분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피고인과 동거하던 C의 진술은 마대자루에서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뿐이고 마대자루의 내용물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은 없으며,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마대자루를 자동차 트렁크에서 내린 후 피고인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그 증거가치가 제한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했다는 간접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 주요한 간접증거인 ‘(피해자의 사체가 포장된 것과 비슷한 형태의) 마대자루를 피고인과 함께 차에 싣고 내린 적이 있다’는 C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은 ① 최초 진술 과정의 불명확성 등 신빙성에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있고, ② 간접사실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진술하고 있어 증거가치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③ 환송판결 이후 그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정도의 증거가 새로 제출되지도 않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검사가 환송 후 당심에서 새롭게 제출한 증거를 포함한 나머지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나머지 간접사실들, 즉 2차 인출 경위,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피고인의 당시 경제적 상황 및 동종 범죄 전력, 피고인의 차량에서 발견된 얼룩, 피고인의 의심되는 행동이나 발언들까지 모두 종합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갈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는 간접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A씨(45)는 당시 무직 상태로 일정한 수입이 없고 채무가 8000만 원 상당에 이르러 매달 이자로만 10만 원 상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특별히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도박을 즐기다가 도박자금과 생활비가 부족하자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1시20분경부터 다음날 오전 경까지 사이에 부산의 한 장소에서 홀로 가는 피해자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흉기로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로부터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예금 296만 원을 인출하고, 범행이 발각될 것 등을 우려해 그 무렵 예리한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 등을 수십 회 찔러 피해자를 흉복부 다발성 자창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원심은 배심원의 유죄평결(평결결과: 유죄 7명, 무죄 2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고인 A씨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주워 그 가방에 들어있던 통장, 도장 등을 이용하여 피해자 소유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적금을 해지한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로부터 가방을 빼앗거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주장과 함께 항소했다.

검사도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쌍방 항소했다.

환송 전 당심(부산고법)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하고 20여일 후에는 피해자의 대역을 내세워 피해자의 적금까지도 해지한 점, 예금 인출 과정에서 계좌 비밀번호를 입수한 경위, 당시 피고인과 동거하고 있던 C가 피고인을 도와 피고인 차량에 마대자루를 싣고 내린 점, 피고인의 당시 어려운 경제적 상황, 이 사건 범행 이후 2003년경 피고인이 유사한 수법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도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의 변소 내용에 신빙성이 없고, 피고인이 2016년 5월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인터넷에서 ‘살인 공소시효’, ‘살인 공소시효 폐지’를 검색한 점 등을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하고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했다는 간접사실은 C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경우에는 C의 진술과 함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유력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강도살인의 점에 관한 간접증거가 되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C의 진술에는 피고인이 굳이 범행이 탄로 날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까 하는 점이나 피고인을 도와 마대자루를 실었다는 것 외에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설시했다.

또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점, 피고인의 당시 경제적 상황,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 등에 관하여도 의문점을 지적한 다음,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면밀하게 심리한 후 그와 같은 사정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 한하여 유죄의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환송 전 당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 판결을 파기했다.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9. 4. 9. 선고 208도10572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의 증명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간접사실에 의한 유죄의 인정 역시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하여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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