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원고는 서로 다른 종단의 수 개의 개인 암자들이 모인 연합체에 불과하고 하나의 독립한 실체가 있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원고의 당사자능력 흠결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2016가단90258)인 중앙지법 윤종섭 판사는 2017년 11월 2일 보관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망인이 원고 사찰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그 중 3000만 원을 자신의 대출채무금 상환에 유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고 1100만원 역시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1억3500만원에 대해서도 망인이 사망한 2009년 8월 29일경 기준으로 제1 계좌의 잔액은 162원에 불과했고, 제2 계좌의 잔액은 5원에 불과했음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망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로서는 망인이 사망한 이후 그가 원고 사찰의 총무스님으로서 원고 사찰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상금(혹은 손해배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순 없다.
피고의 ‘원고 사찰은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이 없어 이 사건 소는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 사찰은 독자적인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항소심(2017나82392)인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2018년 9월 12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는 원고의 당사자능력이 흠결되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법에 따른 전통사찰로 등록되어 있다거나 그 명의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 사찰이 독립된 사찰로서 비법인 사단 또는 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 사찰의 재산이 창건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단체성이나 실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은 원심은 당사자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했다.
원고가 청구원인으로서 주장하는 권리의 귀속주체로서의 인왕사와 원고의 동일성 여부는 본안에 관한 문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현재 상태에서 당사자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먼저 확정한 다음 본안에 들어가 판단할 때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처럼 원고가 인왕사의 창건주 등에 관한 증명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전통사찰등록 당시 인왕사라는 사찰은 독자적 규약을 가지고 물적 요소와 조직적 요소를 이미 구비했다고 볼 여지가 많으며, 원심이 든 사규의 일부 규정만으로 각 전각들만이 독립적 실체를 가진다거나, 인왕사 앞으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실질적 권리가 창건주에게 귀속되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인왕사가 무악연립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55560 약정금 청구의 소를 비롯해 그 외에도 인왕사 명의로 행하여진 소송들 및 이에 의한 후속 절차들이 더 있었으나, 인왕사의 당사자능력이 부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