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했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상근예비역인 피고인(25)은 2017년 4월 17일 오후 10시30분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오전 1시경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이 들고 오전 2시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들어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해 누워 있는 피해자를 1회 간음(준강간)했다.
제1심은 최초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 제기된 ‘강간’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준강간’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군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후 강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준강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했다.
피고인만 유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했다.
피고인은 상고이유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없는 성관계를 했으므로 준강간의 결과 발생 가능성이나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없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선수/전원합의체2018도16002 )은 3월 28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다수의견(10명)은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했고, 그 행위의 위험성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준유사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도7343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하고, 형법 제27조와 관련하여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결과 발생의 불가능’, ‘위험성’에 관한 의미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