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300만원이 필요했는데..." 보이스피싱 사례

앱 설치요구에 내려받으면 범죄 표적 기사입력:2019-03-20 13:02:39
대구지방경찰청.
대구지방경찰청.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방경찰청은 대출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례를 소개했다. 앱을 이용한 악성코드 설치, 쉽고 빠른 저금리 대출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벼랑 끝에 선 40대 중반의 남성 A씨. 지난 며칠은 그에겐 지우고 싶은 과거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그 놈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그의 눈앞에 가족들의 얼굴이 아른 하게 번지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도대체 A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디 돈 마련할 때 없을까

A씨는 한창 식욕이 왕성한 두 아들을 키우며 하루하루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간신히 생활고를 이어가고 있었다.

좁은 집에서 홀어머니까지 모시고 살게 되자 조금 더 넓은 집을 알아보던 중 마침 적당한 가격의 월세집을 발견하게 됐다. 살고 있던 월세집의 계약기간도 임박하자 서둘러 계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A씨는 계약금 마련이 시급했다.

그 때 받게 된 한 통의 문자메시지. [○○은행] 정부지원 서민대출 ○○론 5-7%, 최대 3,000만원 대환대출 누구나 상담 가능! (전화→상담 신청 1번).

A씨는 그 문자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은행은 누구나 아는 은행이었고, 그런 은행에서 5%대의 이자로 대출을 해준다니 너무나 반가웠기 때문이다. A씨는 ‘나 같은 놈한테 이렇게 대출을 쉽게 해줄리 있겠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상담이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범인들은 기존에 입수한 개인정보 DB를 활용하여 무작위로 시중은행을 사칭하며 대출광고를 한다.

◇그래 상담만 받아보자

친절한 안내음성과 함께 연결된 전화 상담원. “행복하세요. ○○은행 서민금융지원본부 상담원 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담원은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친절한 억양을 구사했다. ‘300만원 정도 대출이 필요하다’ 고 하자, ‘재산 현황, 타 금융 채무’ 등 간단한 질문 후 전담 직원을 연결해 줬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고객님! ○○은행 서민금융지원본부 □□론 전담 박○○대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를 이어 받은 상담원은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부드러운 서울 말씨를 사용했다.

“제가 이번에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계약금이 당장 필요해서요...300만원 정도만 가능할까요?”

◇저희 은행의‘앱’을 설치하셔야

박 대리는 우선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며 A씨의 신분증, 주거래은행 통장사본 등을 요구했고 대출을 받으려면 자사 은행의 ‘앱’ 을 설치해야 되는데, 앱을 설치하면 이자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면서 인터넷 주소(http://114. XX. XXX. XX)를 보내주며 접속한 후 설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대출을 받아야 된다는 마음에 별다른 의심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박 대리가 알려준 팩스번호로 구비서류를 전송했다.

범인들은 대출전용 ‘앱’ 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며 악성코드 프로그램 설치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악성코드가 설치되면 정상적인 은행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하더라도 범인과 연결된다.

◇기존 대출을 일부 상환하는 조건으로

A씨가 팩스전송을 마친 후 박 대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가 기본적인 서류 확인 절차는 끝났구요. 고객님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타 금융 채무가 얼마나 있으신가요?”

으레 대출 받을 때마다 들었던 질문이었다.

“네 제가 형편이 좋지 않아서 대출이 좀 있습니다. △△론에서 500만원 정도 있구요, ○○론에서 200만원 정도 있습니다. 이것 저것하면 지금 2,700만원 정도 되는거 같아요.”

박 대리는 음성 대신 몇 초간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내더니 다음 멘트를 이어갔다.

“고객님께서 저희 은행에 신청하신 □□론은 기존 채무를 통합하여 저금리로 제공해 드리는 것이라 승인율도 타행에 비해 낮고, 조건도 조금 까다롭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고객님 채무는 타 고객에 비해 낮은 편이고, 최근 3개월간 연체도 없으시기 때문에 유리한데, 승인율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선 기존 채무 중 △△론 500만원을 정리해 주셔야 합니다.”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으려는 것인데 다시 기존 채무를 상환하라는 말에 힘이 빠졌다.

“제가 지금 사채까지 쓰고 있는 와중에 상환할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박 대리는 기계적으로 멘트를 시작했다.

“대부분 저희 고객님들은 90% 이상 사채 쓰고 계십니다. ‘서민금융지원’ 취지 자체가 정부에서 저신용자를 구제하려는 목적인데 고객님 같은 사정은 당연한거구요. 이번 기회에 최대한도까지 받으셔서 고금리 채무를 한 번에 정리하시고 저금리로 갈아타시는 겁니다. 500만원 정도 같으시면 급하신대로 ‘장기카드대출’(일명 카드론)을 좀 쓰셔도 되구요.. 어차피 (대출받으면) 바로 정리 되시니깐..”

A씨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후 우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A씨의 머릿속은 이미 ‘어디서 돈을 구할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결국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용등급이 나쁘지 않아 카드론으로 신속하게 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전화는 다시 범인에게로

박 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틀만이었다.

“우선 고객님은 △△론의 500만원을 정리해 주셔야 되는데 그 쪽 대표번호로 전화하시면 바로 상환처리 가능하시거든요..”

마음이 급했던 A씨는 인터넷에서 △△론의 대표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범인들의 악성코드에 감염된 A씨의 휴대폰은 범인에게 연결됐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론의 최○○ 상담원입니다. 어떤 상담을 도와드릴까요?”

상담원이 범인인 줄도 모른 채 “네, 다름이 아니라 제가 500만원 정도 채무가 있는데 지금 바로 상환 가능할까요?”

상담원은 전화로 A씨에 대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은행 123-45-XXXX’라는 계좌번호를 불러주었고, A씨는 상환 계좌가 △△론과는 관련 없는 은행이고 계좌 명의도 개인 이름 같았기 때문에 이상하다 싶어 상담원에게 물었다.

“고객님, 저희는 소규모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대표계좌 개념이 없구요, ◇◇은행은 저희 업체 주거래 은행이라 저희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가지고 있는 계좌입니다.”

A씨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하고 전화를 건 것이라 사기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00만원은 입금됐다.

△피해자가 정상적인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미리 설치해 놓은 악성코드로 인해 다시 범인에게 전화가 가게 된다. 전화 받은 범인은 △△론 직원을 사칭하며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피해자로부터 채무를 상환 받는다. 피해자 역시도 직접 확인하고 업체에 전화를 한 것이라 더 이상 의심을 하지 않게 된다.

◇대출 진행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다음 날 박 대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님 어제 상환하신 △△론은 정리가 잘 되었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전산처리 과정에서 현재 고객님의 채무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신용점수가 미달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론 200만원도 상환하셔야 되겠습니다.”

A씨는 다시 200만원을 상환하라는 말에 순간 화도 났었지만 한꺼번에 저금리로 대출받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다시 카드론으로 대출받아 ○○론 200만원도 상환하기에 이른다.

“고객님, 상환 처리는 끝났고, 오늘 중으로 결재 받아서 내일까지 1,000만원 입금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지 300만원이 필요했을 뿐인데

다음날 오후가 되어도 입금은 되지 않았고, 박 대리의 연락도 없었다. 초조한 A씨는 박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지루하게 이어질 뿐이었다.

A씨는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갔다.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이라는 수사관의 말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지 300만원이 필요했을 뿐인데, 대출받은 700만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보이스피싱의 골든타임‘지급정지제도’

수사관은 ‘지급정지제도’가 있으니 범인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이체가 되지 않도록 막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은행 콜센터로 전화하여 사기 범죄로 인한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A씨는 간절히 700만원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길 기도하지만...

△‘지급정지’란 범죄행위로 이체된 금전을 다른 계좌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당은행에 정지를 요청하여 금전을 막아두는 것으로, 보이스피싱의 경우 조직의 현금 인출책은 범행 이후 빠른시간 안에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기 때문에 지급정지로 피해가 회복되는 사례는 극히 드문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행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감시를 통해 차단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지급정지는 단순히 피해차단의 목적도 있지만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다시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피해발생 후 상당시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지급정지’ 신청할 것을 당부한다.

△서민들의 생활고를 위협하는 대출사기

보이스피싱은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대출빙자형’이 대표적인 범죄수법이며, 그 중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한다.

사례와 같이 최근 ‘앱 설치 유도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아래 3가지를 반드시 기억하자!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예방 Tip>
① 전화나 문자 대출광고로 ‘앱’설치를 권유한다면 사기를 의심하자!

② 대출 전 각종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하자!

③ 통장사본, OTP카드를 요구하는 대출은 사기를 의심하자!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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