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를 맞아 겨우내 웅크려 찌뿌듯한 몸을 펴기 위해 운동을 나온 시민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성동구 서울숲에서 만난 손모(67)씨는 "추워서 겨울 내내 안 나오다가 기온이 높다고 해서 겨울 들어 처음 나와봤다"며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만 더 걷다가 일찍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운동하러 나온 60대 후반 김모씨도 "마스크를 가지고 나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운동할 때는 답답해서 벗고 한다"며 "오늘도 목이 따갑고 코가 답답한 걸 느낀다. 30분만 있다가 빨리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평소라면 주말 나들이객으로 붐볐을 경복궁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광객을 받는 경복궁의 한 관계자는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날씨가 좋은데도 다른 토요일 오전보다 확실히 손님이 적다"고 했다.
경복궁은 이날 수문장 교대식 후 관광객과 수문장의 포토타임도 하지 않기로 했다. 경복궁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행사인데 오늘 같은 날 수문장들을 밖에 오래 세워둘 수 없어 바로 철수하게 했다"며 "수문장복을 입고는 마스크도 쓸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신 시민들은 실내로 향했다.
일본인 친구에게 서울 관광을 시켜주기 위해 광화문에 나온 우지원(24)씨는 "오늘 야외활동은 이걸로 끝"이라고 했다. 우씨는 "친구에게 문화유산을 보여주려고 나온 것"이라며 "이제 애견 카페, 쇼핑몰 등 실내 활동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딸의 생일을 맞아 광화문 서점에 나온 신모(47)씨는 "생일선물을 사주려고 나왔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동작구의 집 앞에서 바로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며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주말을 맞아 서울숲 인근의 키즈카페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장모(45)씨는 "아이들을 뛰어놀게 해 주려고 키즈카페에 왔다"며 "공기가 좋으면 서울숲에 데리고 갈 텐데 미세먼지가 이렇다보니 잘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광주, 강원 영서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기상청은 대부분의 내륙지역에서 대기가 정체하면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영서·충청권·호남권·대구·경북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치는 '나쁨’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 기자 yskim@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