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14년간 동거했지만 사실혼관계 인정 못받아 왜?

기사입력:2018-08-31 10:00:56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14년간 동거를 했지만 사실혼관계를 부인한 판결이 나왔다.

원고와 피고 을 사이에 혼인의사가 있었다거나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의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고는 전 배우자와 사이에 1녀를, 피고 을은 전 배우자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원고(남)와 피고 을(여)은 2001년경 원고의 지인과 피고 을이 같은 식당에서 근무한 것을 계기로 알게 됐고, 그 후 피고 을이 부산 동래구에서 주점을 개업하자 원고가 손님으로 자주 찾아오면서 더욱 가까워져 2002년 3월경부터 피고 을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피고 을은 원고의 도움을 받으면 주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원고와 피고 을은 동거기간 중 원고의 음주, 폭행, 의처증, 경제적인 어려움 등 여러 사유로 다툼이 많았다. 피고 을은 원고와 헤어질 생각으로 자취를 감춘 적도 있는데, 원고는 어떻게든 피고 을의 거처를 알아냈고 그 과정에서 피고 을의 자녀들을 찾아가 힘들게 했다.

피고 을은 2010년경 원고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원고의 배우자로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고, 원고 아버지 비석에도 원고의 배우자로 새겨져있다. 피고 을은 원고 아버지 기일과 명절 차례에도 참석했다.

반면 원고는 피고 을의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빈소를 방문하고 49재에도 참석했으나, 피고 을의 어머니 기일에는 따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법원의 가사조사에서 원고는 그 동안 피고 을이 ‘재혼이고 애들도 있는데 그냥 같이 살자’고 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피고 을은 ‘원고와의 인연을 벌써 정리하고 싶었지만 애들에게 해코지를 했던 원고가 무슨 일을 벌일지 무서웠고 또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고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또 원고와 만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원고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원고와의 혼인신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피고 을은 2016년 8월경부터 원고에게 금식기도를 간다고 하고는 몰래 피고의 자녀들과 이사준비를 했고, 2016년 10월 24일경 원고가 출근한 사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이사를 갔다.

피고 을은 2016년 12월 13일 원고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피고 병과 사실혼관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원고와 피고 병은 2016년 12월 14일 위 문제로 만나 다툼을 벌이다가 쌍방 폭행으로 입건됐고, 약식명령(각 벌금 150만 원)에 대해 정식재판 청구, 항소 및 상고까지 했으나 모두 기각돼 벌금이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 을은 이 법원의 가사조사 및 변론기일에서 원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손님으로 알고 지내던 피고 병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실혼관계인 것처럼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인데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고 진술했고, 피고 병도 피고 을의 부탁으로 거짓말을 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사실대로 답변했다고 그 경위를 설명했다.

결국 원고는 피고들의 부정행위로 사실혼관계가 부당하게 파기됐다 피고 을과 병을 상대로 사실혼관계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위자료 800만원, 재산분할 500만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가정법원 이미정 판사는 8월 14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와 피고 을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는 이유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기각사유로 들은 점은 ① 동거기간 동안 원고와 피고 을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를 준비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는 점 ② 주민등록상 원고와 피고 을이 동일주소에 전입한 기간은 2년 여 정도에 불과한 점 ③ 피고 을이 원고의 경조사나 제사 등에 참석한 외에 원고가 피고 을의 가족모임 등에 참석했다거나, 원고의 자녀와 피고의 자녀들이 서로 만나는 등 일정한 교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④ 동거기간 등에 비추어 피고 을이 거절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진술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고, 피고 을은 혼인의사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점 ⑤ 원고와 피고 을 사이에 서로의 수입을 모아 관리하거나 생활비를 함께 지출하는 등 동거 기간 동안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전혀 없는 점 등이다.

이미정 판사는 “설령 원고와 피고 을이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부정행위가 사실혼관계 파탄에 주된 사유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야 한다. 여기서 사실혼 성립의 요건으로서의 혼인의사란 계속적․안정적으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겠다는 의사의 합치를 의미하고,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계속적 동거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부로서 사회적 공연성을 획득하였을 것을 요구하므로, 단순히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혼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3952 판결 등 참조).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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