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자신을 제대로 돌보아 주지 못한 아버지에게 원망의 마음을 가졌을 법하지만 김씨는 되레 “東家宿 西家食(동가숙 서가식)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보육원에서의 생활이 한편 감사했고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인정받는 엔지니어로서 안정된 직장인이자 든든한 남편, 두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불혹의 나이가 되고 보니 더 늦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 시절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와의 짧았던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어릴 시절 살았을 법했던 곳을 찾아 다녀 보기도 했지만 기억뿐인 그에게는 허사였다.
이후 주민센터에 문의도 해 보았지만, 보육원 입소 후 새롭게 만들어진 호적 때문에 과거의 자신을 증명할 수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언젠가 자신을 찾아 줄 아버지를 마냥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가슴앓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가 그만 포기하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자 고도 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잊혀 지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7월 초순경 부산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장기실종 사건을 검토 중 김씨의 실종신고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재수사하기로 결정하고, 김씨와 수차례 심층면담을 통해 아버지의 이름, 보육원에 맡겨진 경위 등 추가 수사를 위한 단편적인 기억들을 종합하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발췌된 전국의 동명이인 760여명의 주민자료 등을 김씨의 진술에 기초해 일일이 대조하고 탐문활동을 진행한 결과 마침내 대구에 살고 있는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며칠 후 김씨는 아내, 두 딸과 대구에서 아버지를 직접 뵀고, 장성한 아들과 처음 만난 손녀, 며느리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를 위로까지 했다.
“그래도 이제는 명절 때마다 찾아 뵐 수 있는 부모님과 고향이 생겨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안부를 전해 오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실종자의 조속한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