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 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성폭력이다"고 주장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여성의전화)
이미지 확대보기△'뇌물로만 다뤄진 여성인권'(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당시 검찰은 철저한 가해자의 변호사였다'(이찬진 변호사) △'성접대는 권력형 성폭력과 본질은 같다'(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정미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일명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은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성폭력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외면한 채 '뇌물 거래'의 프레임으로 수사했고, 결국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다.
피해자는 건설업자 윤모 씨,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검사, 교수, 병원장, 호텔 사장, 기업 회장 등 소위 사회 각 층의 권력자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처벌을 원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했음에도 피해자와 다른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뇌물'로만 여겨졌다.
이 사건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된 사안이다. 검찰은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고,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유인하고, 통제했으며, 폭력을 가했는지, 왜 피해자는 벗어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마땅히 조사했어야 했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 사회의 통념에 편승하여,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일관되게 배척한 검찰은 성폭력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아 피해자가 재판을 받을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검찰이 본분을 망각한 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여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은폐한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과거 자행한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본조사 대상으로 권고돼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검찰 재조사가 자신에게 온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 회복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최소한의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들은 "검찰은 이 사건에서 자행한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에 대해 철저히 진상 규명하여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호소해 온 피해자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믿는 사법적 정의, 즉 '성폭력은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다'라는 아주 평범하고도 단순한 진실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피해자의 권리보장과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