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리뷰] 현대산업개발-거제시 소송 무엇을 남겼나

기사입력:2018-07-12 18:31:15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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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경남 거제시는 2009년 9월 ‘거제하수관거 정비사업’관련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5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자 현산(원고)은 거제시(피고)를 상대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제한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측이 승소했고 항소심(2010누2487)은 1심판결을 취소하고 거제시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가 상고했지만 2013년 6월 7일 취하했다. 상당기간 지난 판결이지만 의미 있는 판결이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거제시는 ‘거제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2004년 2월 21일 주식회사 D종합기술공사, 주식회사 K엔지니어링과 사이에 전면책임감리용역계약을 체결했고, 2005년 7월 27일, 현대산업개발, T건설, 유한회사 D종합건설 등 공동수급자들에게 공사를 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산은 공사 중 ‘토목공사 및 가시설공사’를 S건설 주식회사)에 하도급 줘 시공하는 등으로 공사를 완료한 다음 2008년 4월 16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S건설은 하수관거 매설을 위한 도로면 절개시 측벽 붕괴를 막기 위한 가설 시설물 설치공법으로 최초에는 SK패널(조립식 간이 흙막이) 및 에이치파일(H-PILE) 방식으로 시공했으나, 2006년 11월경 옥포지구 등 4개 지구의 매립지 저지대 구간에 쉬트파일(SHEET-PILE)을 이용한 무진동공법을 도입하면서 이때부터 SK패널, 에이치파일 및 쉬트파일 가설 시설물을 병행하여 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S건설은 “일부 공사구간에 지하 매설물(지장물) 등이 많이 설치돼 있고 장기간 도로점용으로 인한 교통민원이 발생하는 등의 현장여건상 설계대로 가시설을 시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을 들어 옥포·마전·아주·장승포·능포지구등 총 5개 지구 대부분의 현장에서 에이치파일이나 쉬트파일 등 가시설을 사용하지 아니한 채, 가마니에 토사를 넣어 지반을 보강하고 펌프로 물을 빼내어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터파기를 한 후 하수관거를 매설하는 이른바 ‘오픈공사’ 방식으로 시공했다.

하수관로 매설을 위하여 우선 시공하도록 되어 있는 가시설(H-파일, SHEET-파일) 총 사업량 6.2km 중 0.8km만 실제로 시공하고 나머지 5.4km를 설계도서대로 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대금은 설계대로 시공됐음을 전제로 거제시로부터 44억7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은 2008년 9월 26일 원고의 현장대리인, 감리업체 직원, 하도급업체 대표 등을 사기죄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거제시는 2009년 9월 11일 현대산업개발에 “이 사건 공사계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했다”라는 사유를 들어 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1조, 법 시행령 제92조, 법 시행규칙 제76조에 따라 5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자 현대산업개발(원고)은 거제시(피고)를 상대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제한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부실․조잡 또는 부당·부정하게 이행했다고 하려면 완성된 목적물 자체에 그로 인한 하자나 안전도의 위해가 발생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가시설공사는 터파기로 조성되는 흙벽의 붕괴를 막기 위한 흙막이 공사로서 하수관거를 매설하고 나면 모두 철거돼 완공된 목적물인 하수관거의 하자나 안전도와는 전혀 무관하다. 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채 공사가 시공됐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처분사유로 들고 있는 공사계약의 부실·조잡·부당·부정한 이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로부터 토목공사 및 가시설공사를 하도급받은 S건설은 독자적 판단으로 오픈공사 방식을 사용했고, 원고가 이에 관여하거나 하도급업자인 S건설에 대한 관리․감독책임을 게을리 하지도 않아 이와 관련된 행정상의 책임을 원고에게 지울 수 없으며, 피고가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뇌물공여’ 부분은 당초 처분사유로 삼지 않았던 것으로 이를 처분의 사유로 들 수 없다”며 “피고의 처분은 처분요건이 결여돼 있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했다.

이에 맞서 피고는 “공사 중 가시설공사 부분이 설계도서대로 시공되지 않았음에도 원고에게 44억 7000만원이 지급됐다. 이는 원고가 공사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부실·조잡 또는 부당·부정하게 시공한 것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또 “하도급자의 행위에 기해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도 최종적인 책임은 원수급자인 원고가 지는 것이며, 원고의 직원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감리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 이러한 사유 역시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사유로 삼을 수 있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인 창원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안창환 부장판사)는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제한처분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2009. 9. 11. 원고에 대해 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렇게 설치된 가시설은 굴착된 공간에 하수관거를 매설하고 나면 모두 철거되는 임시시설인 점에서, 비록 이를 시공하지 아니한 채 이른바 ‘오픈공사’ 방식으로 공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완공된 계약목적물인 지하 하수관거 자체에 어떠한 하자나 안전도의 위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를 두고 부당시공이라거나 부정한 시공이라고는 할 수 없고, 결국 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1호는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의 적법한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당초 처분사유로 삼은 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1호는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를, 이 사건 소송에서 새로이 처분사유로 삼은 같은 항 제10호는 ‘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과 관련해 관계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자’를 각 입찰참가자격 제한자로 규정하고 있어 각 그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요건이 되는 사실을 달리하고 있다. 피고가 처분사유로 추가한 위 제10호의 사유와 당초 처분사유 사이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처분사유 역시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거제시는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실·조잡시공은 시행규칙상 기준에 부합하는 부실벌점이나 하자비율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 공사에 있어 위 각 기준을 초과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원고에게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1호의 부실시공이나 조잡시공에 관한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부당·부정시공의 경우를 완성된 시공목적물 자체에 하자가 있는 행위로 국한시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부당·부정시공은 유죄로 판단했다.

사전적으로, 부정(不正)은 ‘올바르지 아니하거나 옳지 못함’, 부당(不當)은‘이치에 맞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이른바 오픈공사 방식으로 대부분의 공사를 시공했는데 이와 같은 과정에서 실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전사고의 위험성까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 사건 가시설공사 현장주변은 주택 및 상가지역이었고 에이치파일이나 쉬트파일 시공방식에 비해 오픈공사로 시공할 경우 작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물론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일부 공정을 설계내용과 달리 시공했음에도 완성된 목적물 자체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향후 입찰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한다면, 관급공사에 있어 시공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설계를 비롯한 계약조건 및 계약이행능력 전반을 고려하여 시공업체를 결정하고 부적절하게 시공하는 업체를 향후 입찰에서 배제하려는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책임여부에 대해 “이 사건 위반행위는 원고의 하도급업자인 S건설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S건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등 S건설의 위반행위를 막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원고의 현장대리인(토목부 과장)은 갑은 공사현장 공무과장으로 근무했던 을로부터 S건설 설계도서대로 시공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에 대한 조치는커녕 하도급업체 S건설의 전무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1억원을 교부받았다.

또 을은 K엔지니어링 책임 감리단 현장사무실에서 상주 감리원인 병을 통해 편의제공 명목으로 병 등에게 금원을 교부했다. 이들은 기소돼 갑은 징역 4년, 을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감형(갑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여부에 대해서도 살폈다.

재판부는 “가시설공사 위반행위로 피고가 부당하게 지급한 공사대금이 약 44억7000만원에 이르는 등 위반행위의 규모가 매우 큰 점(피고가 이후 위 돈 상당을 회수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원고를 대표하는 현장책임자들이 S건설의 범죄행위에 적극공모․가담해 그 사회적 비난의 정도가 대단히 큰 점, 이 사건의 경우를 재량위반을 이유로 구제해 준다면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가 근간에서부터 흔들릴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을 불이익에 비해 이 사건 위반행위로 침해되는 공익이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피고의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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