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는 원고와 교제를 시작할 때에 증권투자자문회사에 근무하며 월 급여가 500만원 내지 600만원이라고 했고, 2015년 경 회사를 퇴직하고 부친 등이 운영하는 건축자재상사에서 영업이사로 근무한다고 했으나 이들 회사에 모두 근무한 사실이 없다.
피고는 이 과정에서 원고에게 주식투자로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2012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사이에 6회에 걸쳐 900만원을 지급받고 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2015년경 원고에게 공정증서 중 일부만 보여주면서 지인에게 대여한 1억 3000만원(실제는 피고가 차용한 돈)을 곧 변제받을 테니 우선 원고의 자금으로 결혼비용을 마련하라고 부담을 안기거나 원고의 형부로부터 빌린 돈을 대신 갚게 했다.
결혼 후에도 원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카드론을 받았다. 원고에게 대출을 받게 해 자동차를 구입하고 원고와 상의 없이 차량담보대출을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의 짐을 정리하던 중 내연녀의 진술서 사본을 발견했고, 비로소 피고가 내연녀로부터 돈을 편취한 범죄사실로 구속됐음을 알게 됐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취소 등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3단독 윤재남 부장판사는 6월 20일 “혼인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1억 원과 이에 대해 사건 소장송달 다음날인 2017년 11월 7일부터 선고일인 2018년 6월 20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본인(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원고로 지정하고 피고가 사기죄로 구속․수감생활 중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사건본인이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양육비(월 30만, 월 50만원) 지급을 명했다.
윤재남 판사는 “원고를 기망해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하고 내연녀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돈을 편취한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원고와 교제하고 혼인한 데에는 경제적 이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재산상태, 내연녀와의 관계, 내연녀에 대한 사기행위 등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는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했다. 이는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의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 혼인이 취소됨으로써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음이 분명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은 점, 기망행위의 내용과 태양(재산 편취와 부정행위), 원․피고의 나이, 직업, 재산상태, 사건본인을 양육해야 하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1억 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