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이 잠든 사이... ‘미투’가 어려운 수면 마취에 가려진 성추행

기사입력:2018-03-19 18:29:44
로이슈 편집국  임한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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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임한희 기자]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와 정치, 그리고 의료계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이제 미투 운동은 분야를 막론하고 그 동안 억눌렸던 자신의 수치심을 당당하게 사회에 고발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의료계도 미투 운동이 확산될 조짐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A교수가 병원 간호사와 학생,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서를 지난 8일 공개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투 운동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또 다른 성추행과 성희롱이 자행될 수 있는 병원 내 수면 마취는 피해자가 인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조차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잘 알려진 건강검진센터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경우 검진 항목에 위·대장 내시경 검진이 포함되는데, 편의성을 위해 수면 마취 검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한 유명 건강검진센터 의료진이 수면 내시경을 진행하면서 여성 검진자 주요 부위에 손가락을 넣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안겼다.

2016년 1월 초 JTBC는 유명 건강검진센터 강남센터장인 A씨가 대장내시경을 위해 수면 마취한 여성 검진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간호사들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신고자와 피해자, 일시, 장소가 적혀 있고, A씨가 잠든 검진자의 주요 부위에 손가락을 삽입하는 등 성추행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었다.

문건에는 ‘A씨가 검진자 주요 부위에 손가락을 삽입했다’ ‘주요 부위가 예쁘다고 말했다’ ‘살이 쪘다고 비하했다’ ‘필요 이상의 수면유도제를 주입, 내시경이 끝난 뒤에도 성추행했다’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특히 내시경 전문의로 알려진 해당 의료진은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만 고집해왔고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이를 목격, 수차례 보고했지만 재단 측이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손가락이 미끄러진다든지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진료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일종의 그것도 농담인데, 항문이 예쁜 경우도 있지 않나. 기자님은 진한 농담 같은 거 안 하시냐”고 답했다.

문건은 2013년에 작성됐고 A씨의 성추행 의혹은 2012년부터 제기돼 왔으며, A씨가 해당 센터에서 진료한 내시경만 2만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마취 중 일어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클리닉 의사 등 의료진 수십명이 수면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가 환자의 녹취를 통해 알려져 피소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1월에는 한 성형외과 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들이 마취 상태로 누워 있는 환자 옆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병원 측이 사과하기도 했다.

의료인의 성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5년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제공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등에 의해 발생한 성범죄 발생건수는 2010년 151건을 시작으로 2011년 138건, 2012년 134건 등 연간 100여건이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면 마취 중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고, 증명하기도 힘들다. 또한 의료행위가 생명을 다루는 등 강도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범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면허취소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의료법 제8조에는 의료인의 결격사유로서 허위진단서작성과 낙태, 사기, 환자의 비밀누설로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규정하고 있으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의료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성범죄경력 조회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의료인들이 이러한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조회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모씨(29세 여)는 “내가 잠이든 사이에 의료진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 당사자가 내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입증할 방법조차 없다면 하늘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 운동으로 그늘에 가려졌던 추악한 민낯들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수면내시경을 통한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해당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수술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절실해 보인다.

의료법 제2조 ‘의료인‘에서는 의료인은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 의료진들이 특정 권한을 이용해 환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 나아가 의료계 전체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의료진 스스로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윤리의식과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임한희 기자 newyork29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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