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찰법 위반’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최후 진술 “18년째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어”

檢, 징역 1년 구형 “강 씨 고통 공감하나 실정법 위반” 기사입력:2017-12-21 11:03:47
[로이슈 김주현 기자] 보안관찰 신고의무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55)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한 가운데, 강 씨는 최후 진술에서 "보안관찰법이 제 삶을 묶어놓고 재범할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 심리로 열린 강 씨의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진행됐다.

검찰은 "보안관찰 처분은 출소 이후 활동을 종합해 합리적 재량 안에서 내려진 것"이라며 "피고인이 받았을 고통과 고뇌는 공감하지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실정법 규정의 법정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강 씨의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보안관찰 신고의무 거부는 피고인이 전 인격을 걸고 형사처벌을 무릅쓰면서까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었다"면서 "피고인에게 재범의 우려가 있는지, 신고를 거부하는 이유를 살펴 달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강 씨는 최후 진술에서 "14년간 1평도 안 되는 창살 있는 독방에서 벗어났지만, 18년째 여전히 보안관찰법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면서 "국가가 조작한 사건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반성하라고 윽박지른다. 끊임없이 과거에 옭아매 한 걸음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말하는 재범 위험성의 실체가 궁금하다. 재범의 가능성은 고문피해자인 제가 아니라 독재시절 안기부와 같은 수사기관과 그것을 가능케 한 폭력적 국가시스템이라는 적폐"라면서 "보안관찰법의 핵심은 '길들이기'이며 국가가 국민을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드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게 죄가 있다면 아마도 가만히 있지 않은 죄고, 권력을 불편하게 한 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간 옥고를 치렀다. 석방된 이후에도 강 씨는 보안관찰법에 따라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보안관찰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강 씨는 이에 대한 신고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보호관찰법 위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선고공판은 내년 2월 7일에 열린다.

다음은 강 씨의 법정 최후진술문 전문.

이 재판을 맡아 수고해주신 판사님 고맙습니다. 재판을 받는 동안 많은 분들께서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생면부지의 분들까지 기꺼이 탄원서를 보내주셨고 SNS 상에서 ‘#내가_강용주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여주시기도 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재판정으로 발걸음을 함께 하고 마음을 더해주셨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변론해주신 최정규, 김승현 두 분 변호사께 감사드립니다.

왜 이렇게 감사하냐고요? 제가 32년전인 1985년 재판을 받을 땐 변호해주겠다는 변호사도 없었습니다. 가족들만 눈물짓던 재판정에서 재판부는 저에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결국 저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구형 사형 언도 무기 징역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광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31사단이 오치동에 있다는 사실이 군사기밀이라고 했습니다. 서점 서가에 꽂혀있던, 518 진상을 알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의 내용이 국가기밀이라고 했습니다. ‘공지의 사실도 국가기밀’이라는 논리였습니다. ‘A가 A이면 A는 B가 아니다 (A=A이면 A≠B)’는 논리학의 기본이 되는 전제입니다. ‘공지의 사실도 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건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논리학의 전제를 무너뜨리는 망발입니다. 32년 전에 저는 인류 이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인 법정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알려진 것이 아니다‘는 정신분열병 같은 궤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은 쿠바에는 맛있는 커피 ‘크리스털 마운틴’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쿠바에 가서 확인해보니 ‘크리스털 마운틴’은 없었습니다. 크리스털 마운틴은 일본인들이 만든 상술이었습니다. 쿠바 사람들 누구도 모르는 쿠바 커피를 우리 모두는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허위와 거짓의 기초 위에 지어진 이상한 집이 있습니다. 보안관찰법이라는 집입니다. 저는 이번에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내내 자꾸 ‘크리스털 마운틴’이 떠올랐습니다.

저에 대한 보안관찰 처분은 지금까지 18년 동안 모두 7차례 갱신되었습니다. ==(2015년 법무부의 7차 보안관찰처분 결정 사유는 “①신고의무 불이행 ②관련조사 불응 ③반성이 없으며 보안관찰법에 대한 불복종 주장 ④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와 자주 접촉” 등 모두 4가지입니다. 이중 ①과 ②에 해당되는 신고이무 불이행과 관련조사 불응은 처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이 확립한 판례입니다. ③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양심 및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재범 위험성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법원의 관련 판례가 없는 갱신 결정의 사유는 ④로, 경찰동태보고서에 따르면 “고문피해자 치유를 빙자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들이 주축이 된 (재)진실의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점입니다. ‘진실의 힘’은 군사독재의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되었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국가에게서 받은 손해배상금을 출연해 만든 재단입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왜곡시킨 경찰의 보고서에 기초하여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보안관찰 처분이 갱신됐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보안관찰법 상 신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기소했고, 지금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 받은 사람들을 만난 사실을 ‘국가보안법 전력자들과 만났다’는 혐의로 둔갑시켜 처벌받는 것은 ‘죄 없는 사람들과 만나니까 죄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흰색이 검은 색이고 검은 색이 흰색’인 세상에서나 가능한 논리입니다. ‘공지의 사실도 국가기밀’이라는 광기의 시대에서 32년이 지난 2017년, 바로 이런 기적의 논리가 다시 한 번 이 재판정에서 펼쳐졌습니다.

저는 14년간 갇혀있던, 1평도 안 되는, 창살 있는 독방에서 벗어났지만, 18년째 여전히 보안관찰법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보안관찰은 제 삶을 과거로 묶어놓으려 합니다. 이미 32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을 ‘재범’할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합니다. 국가가 조작한 사건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반성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누구고, 어디로 놀러 갔는지 신고하라고 강요합니다. 끊임없이 과거에 옭아매어 한 걸음도 미래로,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제가 보안관찰법을 생각할 때 가장 화나고 슬픈 지점은, 제가 아픔을 치료하는 진정한 의미의 ‘의사’로서 개인의 아픔만이 아니라 사회적 아픔까지 함께 나누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의지까지 보안관찰법에 의해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법무부가 말하는 ‘재범 위험성’의 실체는 과연 무엇입니까? 재범의 가능성은 고문피해자인 제가 아니라 독재정권 시절의 안기부와 같은 음습한 수사기관, 그것을 가능케 한 폭력적 국가시스템이라는 적폐일 것입니다. 보안 관찰이 내거는 ‘재범의 우려’는 한낱 허울일 뿐입니다. 보안 관찰법의 핵심은 ‘길들이기’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국민을 고분고분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들려는 게 목적이겠지요. 저에게 죄가 있다면 아마도 가만히 있지 않은 죄, 권력을 불편하게 한 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8년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서 국가 인권위원회 인권 홍보대사로 위촉된 적이 있습니다. 보통 유명인사들이 하는 홍보대사에 저를 위촉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전향제도와 준법서약서에 반대해 싸우면서 우리 사회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넓혀 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이며,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인류의 양심을 격분시키는 만행을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인류의 삶은 불평등과 부자유의 그림자에 뒤덮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빈곤에 고통 받는 사람들, 일터를 빼앗긴 가족들, 그리고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애통해하는 가족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얼마 전 통역 일을 하는 지인이 남아공을 다녀오며 작은 선물을 가지고 제가 운영하는 아나파 의원에 왔습니다. 동그란 벽걸이였습니다. 27년 감옥살이를 한 넬슨 만델라가 갇혀있던 ‘인간정신의 승리-로빈섬’의 기념품이었습니다. 거기에 만델라의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투쟁은 나의 삶이다. 나는 내 생을 마치는 날까지 자유를 향한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 저 또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한 제 믿음을 변함없이 간직하겠습니다. 만델라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어떤 일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제가 감옥에서 전향제도와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라고 14년 동안 싸울 때 사람들은 저더러 ‘몽상가(dreamer)'라고 했습니다. 꿈을 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향제도를 폐지하라는 그 외로운 꿈이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이미 불가능이 가능해지고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보안관찰법’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이미 폐지된 법률입니다. 저는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저와 같은 꿈을 꾸어 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더불어 살아가는 꿈을 꾸어 주십시오. 존 레논의 노래 ‘이메진’의 한 구절로 최후 진술을 마치겠습니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날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당신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길 바래요. 그러면 세계는 하나로 살게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김주현 기자 law2@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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