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물류와 전산 등을 담당하는 사조시스템즈는 과거 매출이 318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주지훈 상무는 이곳의 최대주주로 2015년부터 사조산업 지분을 사들여 현재의 매출 규모를 갖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더구나 이처럼 사조시스템즈가 급성장한 것도 그룹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사조시스템즈의 매출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인 셈이다.
지난해 사조시스템즈가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은 총 2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4.6% 수준이었다. 이 중 사조산업이 82억원, 사조대림이 42억원, 사조해표가 33억원이었다. 2014년과 2015년에도 내부거래액은 각각 56%, 55%였고 심지어 2013년에는 92%에 달하기도 했다.
주지홍 상무가 주진우 회장이 가진 사조산업 지분을 정상적으로 상속받을 경우 냈어야 할 세금은 약 240억원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주지홍 상무는 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편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이미 지분 구조가 끝난 사안이어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최영록 기자 rok@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