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을 함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지 못 하는 증상을 통틀어 일컫는 단어이다.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안전관리에 소홀시해도 초기에는 티가 잘 나지 않아 관리자의 안전 불감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안전을 소홀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에서, 안전 불감증은 필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살충제 달걀 사태와 같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관리 소홀로 빚어낸 사고는 각종 분야를 막론하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경기도 화성에서는 맨홀에서 일하던 30대 초반 작업자 두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엄청난 폭염 탓에 맨홀 속 산소농도가 10%까지 떨어졌고, 이에 저산소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공기 중 산소농도가 20%는 되어야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확인하는 작업은 전혀 없었고, 이들은 헬멧을 착용한 것 외에 산소호흡기 등의 필요 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는 이를 지적해 줄 관리자조차 없었다.
건설업은 산업재해에 가장 취약한 업종 중 하나로, 작년 산업재해 사망자 1777명 중 가장 많은 554명을 차지했다. 그런 만큼 더욱 각별한 조치가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리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2017년 국가안전대진단에 따르면, 전국 대형 공사장 1002곳 중 547곳이 안전 조치 미흡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6월 실시한 장마철 대비 집중 단속에서,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 전국 건설현장 949곳을 선출해 감독한 결과 총 888곳에서 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반수를 훌쩍 넘긴 곳이 불안전한 상태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 주는 수치이다.
놀이공원에서도 안전 관리 미흡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5일, 잠실 롯데월드에서는 한 놀이기구가 시스템 오류로 인해 탑승 도중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70명가량의 탑승객들이 공중에 매달려야 했고, 이들은 ‘기다리라’는 안내 외에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탑승객들은 3시간이 지난 뒤에야 구조될 수 있었다. 사고 신고도 롯데월드 직원이 아닌 탑승객이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 큰 논란을 빚었다. 이 사태가 있고 열흘 후, 갑작스러운 벼락으로 총 19개의 놀이기구가 정전으로 멈추는 사태가 일어났다.
안전사고들의 일련의 과정은 다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태도의 기저에 놓여 있는 안전 불감증이 그것이다. 사전에 사고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폴리뷴 X 로이슈 대학생 인턴기자 백승은
백승은 대학생 인턴기자 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