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에서 일어난 일’. 데이트 폭력의 범죄적 특수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해자가 상대에게 분명한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연인 관계에서 으레 일어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오역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육체적 폭력만이 데이트 폭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넓은 범위에서 데이트 폭력은 연인의 옷차림, 핸드폰 등 개인 SNS, 지인 관계 등 개인의 일상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행위들은 가해자에게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로, 피해자에게는 ‘화를 내지 않을 때는 나에게 정말 잘 해 준다’ 와 같은 말들로 포장되어 불행의 불씨를 키워 간다. 연인의 분노가 폭력으로 번진 순간까지도, 사랑이라는 최면을 걸어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데이트 폭력으로 연인을 신고해 조사를 받던 도중, ‘네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니냐. 적당히 서로 얘기하고 화해해라.’는 식의 말을 경찰에게 들었다는 사례는 끊이질 않고 있다.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정신적·신체적 폭력을 사소한 일로 치부해버리는 인식이 개선되어야 진정한 데이트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하루 이틀 사이에 늘어난 범죄가 결코 아니다.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연인에 대한 엇나간 집착, 즉 연인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것은 단연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판적 사고를 키워 나가야 비로소 피해를 근절할 수 있다.
폴리뷴 X 로이슈 대학생 인턴기자 백승은
백승은 기자 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