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변호인 접견 요청 권영국 변호사 체포는 불법…경찰 유죄

기사입력:2017-03-18 10:11:43
[로이슈 신종철 기자]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권영국 변호사를 현장에서 체포했던 경찰지휘관에게 대법원도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시위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 접견을 요구하는 변호사를 경찰이 체포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결하면서다.
◆ 2009년 평택 쌍용차 앞에서 권영국 변호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2009년 6월 26일 오전 10시 30경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길, 당시 노사 분규로 회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던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 6명이 회사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쌍용차 점거농성 현장에서 농성자들에 대한 검거 업무를 수행하던 경기지방경찰청 전투경찰대 중대장인 A경감은 전투경찰대원들을 동원해 이들 조합원들을 방패로 에워싸 포위하면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들에게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었다.

권영국 변호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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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정리해고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법률가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런 광경을 본 권영국 변호사가 A중대장과 전경대원들에게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체포된 6명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 이유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거듭된 체포이유 고지 요구에도 A중대장은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았다.
권영국 변호사는 체포이유 고지 없는 경찰의 체포는 ‘미란다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체포임을 지적하고, 이에 항의하며 조합원들을 에워싼 전경대원들의 방패를 잡아 흔들었다.

결국 A중대장은 권 변호사로부터 30분가량 항의를 받고서야, 조합원 6명에게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했다. 그러고는 6명의 조합원들을 퇴거불응의 현행범으로 체포ㆍ연행한 후, 재차 다른 조합원 K씨를 같은 방법으로 체포하려고 했다.

이에 권영국 변호사는 A중대장에게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며 “나는 변호사인데, 체포된 K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느냐? K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하겠다”고 요구하면서 K가 체포돼 탑승한 경찰호송차량 쪽으로 갔다.

그러자 A중대장은 전경대원들을 동원해 권영국 변호사의 앞을 막으며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A중대장의 지시로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 당해 수원 서부경찰서로 연행됐다. 권 변호사는 이틀 뒤인 6월 2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체포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됐다. 체포된 지 36시간 만이다.
이에 권영국 변호사가 A중대장을 고소했다.

검찰은 “A중대장이 조합원들을 체포하고도 체포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변호사인 피해자(권영국)로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를 요구하며 중대장의 체포가 부당함을 항의한 것에 불과해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문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체포된 피의자를 도망하게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등의 목적이 아닌 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시기와 장소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어서 중대장으로서는 피해자(권영국 변호사)의 위와 같은 접견 요청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또는 경찰서로 동행하도록 하여 피해자가 조합원을 접견할 수 있도록 조치해어야 했다”고 현장지휘관 A중대장을 지적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피고인(A중대장)은 피해자(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함과 동시에 직권을 남용해 변호사인 피해자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권영국 변호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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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인 수원지방법원 형사10단독 이상훈 판사는 2013년 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된 경찰지휘관 A중대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상훈 판사는 “전경대원들이 체포된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 이동하지 못하게 한 구체적인 모습과 전경대원들의 숫자, 전경대 지휘관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 등의 요구와 항의 및 그에 대한 전경대 지휘관과 전경대원들의 태도, 체포된 조합원들이 전경들에 의해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던 시간, 피해자의 체포이유 고지 요구에 대한 지휘관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전경대원들이 체포된 조합원들을 방패로 둘러싸고 이동하지 못하게 가두어두고 있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런데 조합원들은 체포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피고인으로부터 체포이유 등을 고지 받았을 뿐이고, 당시 상황이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다가 이들이 체포 과정에서 달아나거나 폭력적으로 대항하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 등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체포이유 등을 고지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체포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적법한 직무수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또한 피해자(권영국 변호사)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이상훈 판사는 “피해자의 접견 요청은 K(조합원)의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경찰의 체포ㆍ호송을 방해하기 위한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당한 접견교통권 행사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형사소송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은 물론, 직무집행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이상훈 판사는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특히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엄격히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현장에서의 조합원 체포과정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음은 물론 더 나아가 이에 항의하는 변호사인 피해자에 대해 공권력 행사라는 이름으로 접견교통권 행사요구를 묵살한 채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의 본질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36시간 이상 체포되어 있으면서 신체의 자유 침해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뿐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명예감정에도 큰 훼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행위는 국가 공권력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상훈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이 제3자로부터 부당한 청탁을 받거나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해 공권력을 행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지난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서 수십 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해 왔고, 피고인의 많은 동료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의 선처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에 A중대장과 검찰이 항소했으나, 수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장순욱 부장판사)는 2013년 11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전경대장 A중대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에 대한 위법한 체포를 전적으로 피고인 개인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권영국 변호사)를 체포할 당시 현장이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탓에 피고인이 냉정을 유지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부당한 청탁을 받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누구보다 법률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며,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부과된 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법한 체포절차에 대해 항의하면서 체포된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사로서의 접견교통을 요청하는 피해자(권영국 변호사)에 대해 접견요구를 묵살한 채 피해자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피고인이 현장을 지키고 있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포함한 전투경찰대원들에게 항의하게 된 원인 등에 관해 잘 알고 있었고, 피고인 스스로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집행을 빌미로 변호사로서 접견교통 등 적법절차의 준수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체포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므로, 그 죄책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권영국 변호사)는 피고인의 이러한 잘못된 법 집행으로 인해 36시간 이상 체포 구금돼 있으면서 직접적으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 받고 기소돼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그 과정에서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명예감정에도 적지 않은 훼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당시 직무수행의 불가피성만을 내세우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피고인에게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감안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사건은 A중대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3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체포 혐의로 기소된 경기지방경찰청 전투경찰대 중대장이었던 A경감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권영국 변호사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근로자들이 연행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고, 체포 현장에서 변호사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서 접견을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변호사 권영국은 K(조합원)의 변호인이 되려는 의사를 표시했고, 객관적으로 변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4조에 따른 접견교통권을 갖는 지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또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해 접견교통권의 행사하는 것은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지만, 접견교통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할 때에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체포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권영국 변호사가 K를 호송하는 차량의 진행을 막은 행위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정당한 접견교통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그 한계를 벗어난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법경찰관이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피해자(권영국 변호사)를 현행범인으로 체포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고, 체포 당시 상황을 고려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지 않은 채 판단하면 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자신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와 같은 결과를 용인한 채 피해자를 체포했다면 직권남용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 권영국 변호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직무집행의 법령상 요건과 필요성 및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를 체포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접견교통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접견교통권이 인정되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범위, 그 접견교통권의 한계, 피의자 접견을 요구하는 변호사를 체포하는 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경우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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