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법관, 재벌총수 사건 등 재판 임하는 ‘법관 자세’ 강조

기사입력:2017-02-28 10:52:30
[로이슈 신종철 기자]
이상훈 대법관(사법연수원 10기)은 27일 임기 6년의 대법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면서 ‘법관의 자세’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재벌 대기업 총수들의 형사사건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다.

27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상훈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27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상훈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이상훈 대법관은 “조세법률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실질과세원칙을 들이밀어 형해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국고가 빌 것 같다는 걱정을 법관이 앞세울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법관은 그러면서 “국가경제와 기업의 안위를 아예 도외시해서는 안 되겠으나 그것이 법원칙을 압도할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관의 자세를 환기시켰다.

이상훈 대법관은 “사법의 핵심임무는 각종 권력에 대한 적정한 사법적 통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법관은 이 임무를 어떻게 하면 성실하게 다할 수 있을 것인지를 끝없이 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사건의 결론을 섣불리 내려두고 거기에 맞춰 이론을 꾸미는 방식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거기에 치밀한 논증을 거쳐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리 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이 재판하는 것은 고민을 거듭하는 고단한 일이어야 한다. 함부로 결단을 해버리려는 태도는 책임질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법관이 법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항상 삼가고 어려워해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27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상훈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27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상훈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다음은 이상훈 대법관 퇴임사 전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동료 대법관님 그리고 저의 대법관 퇴임식 자리에 함께해주신 법관과 직원 여러분께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6년 대법관 재임기간을 포함하여 33년 반 동안의 법관 생활을 마칩니다. 세월이 제법 길기는 하였지만 어찌 보면 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나간 많은 일들이 뚜렷이 기억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먼저 무얼 잘했다는 감상이 별로 들지 않으니 제가 훌륭한 법관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6년 전 이곳에서 대법관 취임식을 가졌을 때, 저는 ‘사건마다 혼을 불어 넣는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서도 개별 사건의 해결에 몰두한 나머지 법의 원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사색하고 숙고하겠다. 임기를 마쳤을 때 그런대로 괜찮은 대법관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짐을 어기지 않으려고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애만 쓰고 이룬 것은 없습니다. 사람 사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어서 어쩔 수 없겠으나, 그다지 후회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합니다.

저의 법관생활을 돌이켜보니 ‘법관은 이래야 한다.’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몇 말씀 드릴까 합니다. 이것은 그러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한 질책이며 반성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밝힌 의견을, 그리고 그 근저의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른 것은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닙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등을 돌린다든지,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옳지 못합니다. 자신이 미리 정해놓은 잣대로 타인을 재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의 폭과 깊이를 늘려야 합니다. 법해석을 맡고 있는 법관은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모두 아우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형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허약한 쪽에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단순한 기계적인 균형은 형평이 아닐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의 대원칙들이 구호나 구두선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입버릇처럼 되뇌면서도 정작 사건에 임해서는 유죄추정이 원칙인 것처럼 재판한다든지, 언필칭 공판중심주의라면서도 실제로는 수사기록중심주의로 재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조세법률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실질과세원칙을 들이밀어 형해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국고가 빌 것 같다는 걱정을 법관이 앞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함부로 끌어 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국가경제와 기업의 안위를 아예 도외시해서는 안 되겠으나 그것이 법원칙을 압도할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법의 핵심임무는 각종 권력에 대한 적정한 사법적 통제를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관은 이 임무를 어떻게 하면 성실하게 다할 수 있을 것인지를 끝없이 고찰해야 합니다.

사건의 결론을 섣불리 내려두고 거기에 맞춰 이론을 꾸미는 방식은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거기에 치밀한 논증을 거쳐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리 하지 않는다면 곤란합니다. 법관이 재판하는 것은 고민을 거듭하는 고단한 일이어야 합니다. 함부로 결단을 해버리려는 태도는 책임질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법관이 법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항상 삼가고 어려워해야 합니다.

이제 이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판사로, 대법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동료 법관들과 법원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더할 나위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한없는 아늑함을 주는 제 처를 비롯한 가족에게도 쑥스럽지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의 후임 대법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루 빨리 이런 상황이 끝나기를 고대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능력이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 법원과 우리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고, 이 자리를 따뜻하게 해주신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넘치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7. 2. 27.

대법관 이상훈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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