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 대한민국 소속 의사 등이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수술 또는 임신중절수술은 한센인들의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고,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는 그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밝힌 첫 번째 대법원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센인권변호단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원심과 같이 한센인들에 대한 단종ㆍ낙태 수술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식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비롯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 내지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센인권변호단은 “그러나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첫째,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둘째, “오늘의 한센인들은 한센병환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센인권변호단은 “대법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센병 환자들이 원고가 돼 국립 소록도병원 등에서 피고 대한민국 소속 의사 등이 원고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이 불법행위라고 주장..’이라고 시작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모를 바는 아니나, ‘한센병 환자’들이 소송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센인권변호단은 “오늘의 한센인들은 한센병으로부터 벗어난, 치유된 사람들로서 ‘환자’가 아닌 과거의 병력이 있었던 사람일 뿐이다”라면서 “이건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잘못된 인식, 차별을 불식코자 한 것이다. 아직도 부지불식간에 행해지는 언어차별, 언어폭력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물론 대법원이 대한민국의 위헌ㆍ위법적인 단종ㆍ낙태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다행이나, 단종ㆍ낙태의 불법성의 죄질에 비추어 원심이 인정한 단종 3000만원, 낙태 4000만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센인권변호단은 “한센인들은 평생 천형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국가와 사회의 배제와 차별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향유하지 못했다. 이발도, 목욕탕도, 2세들에 대한 교육ㆍ주거 등 차별도 감내해 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단종ㆍ낙태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배상을 확정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나, 아직도 남아 있는 한센인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 그리고 이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며 “아쉬운 대법원 판결이지만 한센인들에 대한 차별과 무지가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