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수는 특히 “이재용 수사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또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던 (삼성) 사장단 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두목’을 격리시키지 못하면, ‘부두목’급들을 격리시켜야 진실 은폐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조 교수는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김기춘, 조윤선 사건에 비해 ‘까다로울 것 같다’고 적었다. 정치건 재판이건 wishful thinking(희망 사항)을 하면 안 된다. 현 시점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의 인식을 전제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면서 “불행히도 이 판단은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조의연 판사의 생각은 이럴 것이다”라며 “(1) 430억 원대 돈을 준 것 등 사실관계는 확정되어 있고, 이재용은 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2) 다툼이 있는 것은 돈을 제공한 경위와 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가 인데, 특검의 소명이 부족한 바 이후 불구속 재판에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짚었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사유를 밝혔다.
형사법학자인 조국 교수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법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보면, 이러한 논리는 타당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교수는 “첫째는 이러한 원칙이 ‘블루칼라 범죄’에는 인색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원칙 적용의 형평성 문제인 바, 별도로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둘째, 이 사안의 사실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재용 구속 요청은 ‘여론재판’이 아니다”면서 “이재용이 불구속 상태에 있으면 삼성의 조직적 힘이 작동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계속 은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의연 판사는 이상의 점을 간과했다”고 봤다.
조국 교수는 “요컨대, 판사에게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며 “그러나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라는 요구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권력범죄, 기업범죄, 조직범죄에서 수장의 구속 여부는 통상의 개별적 범죄를 범한 개인의 구속 여부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학문적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국 교수는 “특검, 기죽지 말아야 한다”며 “갈 길이 멀다”고 격려했다.
조 교수는 “이재용 수사를 보강하여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또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던 사장단 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두목’을 격리시키지 못하면, ‘부두목’급들을 격리시켜야 진실 은폐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고 삼성 외의 사건에 대한 수사도 더욱 가열차게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 사장단들도 조사를 마쳤으나,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사장단들까지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려가 담긴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새벽 영장 기각으로 구치소를 나왔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곧바로 서초동 삼성사옥으로 향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