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975년 혼인했는데, 부인 B씨가 가출한 이후 혼자 살아오다 결국 2004년 이혼했다.
그런데 B씨는 2014년 국민연금공단에 전 남편의 노령연금에 대해 분할연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B씨에 대해 분할연금 지급결정을 하고 A씨에게 노령연금액을 77만원에서 49만원으로 감액하는 내용의 처분을 했다.
국민연금법 제64조(분할연금 수급권자 등) ①항은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배우자와 이혼했을 것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60세가 됐을 것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또한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연금 형성에 기여가 없는 이혼배우자에 대해서까지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연금 형성에 기여가 없는 이혼배우자에 대해서까지 법률혼 기간을 기준으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 심판대상조항은 2018년 6월 30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산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의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면서, 법률혼 기간의 산정에 있어 부부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했는지를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별거ㆍ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해소돼 노령연금 수급권의 형성에 아무런 기여가 없었다면 그 기간에 대하여는 노령연금의 분할을 청구할 전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ㆍ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분할연금제도의 재산권적 성격을 몰각시키는 것으로서 입법형성권의 재량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분할연금을 산정함에 있어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ㆍ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혼인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점에 있다”며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의 근거규정까지도 사라지는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기로 한다”며 “입법자는 2018년 6월 30일까지는 개선입법을 마련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18년 7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분할연금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분할연금을 산정함에 있어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ㆍ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혼인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점에 위헌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따라서 국회는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고려해 혼인기간에 반영하는 개선입법을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