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권은 여전히 유권자들을 모르고 있다”

기사입력:2016-10-24 09:01:24

“소비자 대상 마케팅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언어로 표현하는 영역은 5%에 지나지 않으며, 숨기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영역이 15%,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무의식의 영역이 80%에 이른다.” 이 말은 '시장을 움직이는 49가지 마케팅의 법칙(정연승 저)'이라는 책에서 하버드대학 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다.

책의 저자는 '실질적으로 이 80%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진짜 이유인데도 마케팅조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제 제품 구매자들 80%의 마음은 알아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필자의 졸저인 선거관련 저서 등을 통해 '선거는 마케팅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주장했었다. 마케팅에서 소비자는 선거 환경으로 치면 유권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케팅 전략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후보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달성하려는 선거 전략과 전략적 목적이 매우 유사하다.

마케팅 전략(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선거의 경우도 비슷하다. 선거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유권자 욕구에 맞게끔 후보의 브랜드(혹은 경쟁력)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유권자를 후보자에게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후보를 유권자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네 정치와 선거판은 어떠한지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트먼의 말대로라면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마케팅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5%정도만 표본이 정확하다는 얘기인데, 한국의 정치판은 선거 시기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실력 여부를 알 수 없는 회사들의 여론조사보고서 몇 개를 갖고 결과를 예단한다. 선거 시기에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실제 통화시도 건수의 1%p 이하의 수준이다.

그나마도 의뢰를 한 쪽에서는 조사 표본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알아보지도 못한다. 또한 실력을 갖추고 양심을 갖춘 여론조사 기관이 적지 않지만, 후진적인 우리네 정치판은 학맥과 인맥 등으로 엮여있는 인연을 통한 거래가 이뤄진다. 조사기관을 선정하는 기준이 정확한 조사기법을 보장하는 실력이 아니라 아는 사람의 영업력에 달려있다.

이는 지금의 여론조사가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다. 지금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성향과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선되거나 낙선되며, 유권자들이 판단한 결과의 이유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고 그럴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최근 어떤 정치인이 차기 대선에서는 유권자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유권자를 교화 대상이나 교육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와 민심을 정확하게 알려고 하거나 따르려 하기 보다는 유권자를 자신들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선거는 매번 패했고 그런 패배의 이유를 유권자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후보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대선 패배의 요인을 뼈저리게 성찰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었는데 졌다.’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대세론에 기대어서 '한 번 더'만을 주장했었다. 이는 지금에 문재인 전 대표의 모습과도 너무나 흡사하다. 결국 과거 이회창 후보의 경우처럼 문 전 대표의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자신들의 부족을 누구하나 반성하는 사람도, 고치려는 사람도 없다. 패배에 대한 분노만 가득해서 남 탓과 유권자 탓만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에서의 승패는 후보와 후보 진영의 몫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정치인(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부족으로 가져온 패배를 매번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고 심지어는 유권자 탓을 한다.

글을 마치면서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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