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희정 변호사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습니다”

기사입력:2016-09-22 17:55:22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습니다.>
전희정 변호사

전희정 변호사
전희정 변호사
위난 상황에 있는 타인을 도울 구조의무가 법적으로 강제될 수 있을까.

지난 8월 25일 대전에서 승객을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가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사망한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필자 또한 평소에 자주 보던 교통사고 기사인줄로만 알고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이 있었고, 그와 같은 운전자의 상태를 알면서도 방치하여 둔 채 침착하게 택시 트렁크를 열고 골프가방을 꺼내고서는 다시 새로운 택시를 잡아타고 사고현장에서 이탈하여 제 때에 구호조치를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른 것입니다.

도덕적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 택시 승객들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고 결국 교통사고 피해자로서 참고인 조사만을 받고 귀가조치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착한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착한사마리아인 법이란 무엇일까요. 위난상황에서의 법적 구조의무는 긴급한 위난에 처한 타인을 그 위난발생과 무관한 제3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구조할 수 있다면 구조조치를 취하거나 신고를 하여야 할 일반적인 법적 의무를 말합니다. 이는 ‘긴급구조의무’라고도 불리우는데 이는 위난에 처한 자를 보게 되면, 관련 없는 자라도 일단 구호조치 또는 구조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종교적, 도덕적 의무로서 일반인의 관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급구조의무를 규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위난에 처한 자에 대한 구조의무를 강제하지는 아니하지만 선의로 구조의무에 나아간 자에 대하여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면책하고, 사상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감면하는 면책형과 위난에 처한 자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경우 구조의무를 의율하고 구조행위 도는 구조기관에 대한 신고의 무를 강제하고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제재형 방법입니다.

위와 같은 면책형 방법을 ‘착한 사마리아인법’ 이라고 부르고, 제재형 방법은 ‘나쁜 사마리아인법’이라고 부르는데 이와 같은 명칭에는 각 행위의 명칭에 따른 사회적 행동조작기능을 기대하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국내 법률은 착한 사마리아인을 기대하고 그에 대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법률은 제정되어 있으나 나쁜 사마리아인에게는 도덕적 사회적 비난 이외에 법적인 제재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외에 동서양의 많은 나라들은 위난자에 대한 구조의무를 법적인 의무로 승격시켜 구조의무 불이행시 법적 처벌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08년 6월경 개정된 응급의료법 제 5조의 2 에 의하여 일반인이나 업무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 종사자 및 응급처치제공의무자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책임 및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하여도 형사책임을 감면한다는 직접적인 착한사마리아인법 규정을 처음으로 도입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의료법 제15조 제2항,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제5조, 제5조의 2, 제63조에서는 착한사마리아인에 대한 책임면책, 감면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위 조항들은 착한사마리아인법의 전형으로 일반인의 응급환자 신고의무와 응급의료협조의무는 인류애에 입각한 연대성 정신에서 생성된 의무인 것입니다.

응급의료법 제5조에서는 일반인에게 응급의료환자 발생시 또는 발견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할 것과 응급의료종사자의 협조요형에 응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일반적 부조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신고 및 협조행위에 대한 보상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인간윤리에 기초한 최소한의 연대성 의무를 일반적인 법적 의무로 설정한 것이어서 당연히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제정한 것이고 신고 및 협조의무의 이행은 개개인의 최소희생으로 가능한 것이어서 누구나 당연히 ‘착한사마리아인’이 될 것 이라고 법 제정자는 기대하였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반면, 중대한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과 특별관계가 없는 자기 자신이나 제3자에게 불합리한 위험이나 비용을 초래하지 않아도 구조가 가능하였고,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을 ‘나쁜사마리아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쁜사마리아인법은 용이한 구조나 신고를 법적 의무로 설정하고 그 의무이행을 거부한 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행형법에는 일반인에게 구조의무의 이행을 형벌로 강제하는 구조의무불이행죄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세계의 법률들은 이에 대하여 형법전 속에 ‘착한 사마리아인 조항’을 설치하여 놓고, 불구조자(不救助者) 혹은 구조 불이행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형법 제63조 2항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개인적 행동에 의해 또는 구조의 요청에 의해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구금형 및 7만5000유로(우리 돈 9500여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폴란드 형법에는 ‘개인적인 위험에 처해 그 자신이나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노출하지 않고 구조할 수 있는데도 급히 구조하지 않은 사람은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독일은 ‘사고, 공공위험 또는 긴급상황 발생 시, 여러 사정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구조, 특히 자신에 대한 현저한 위험과 기타 중요한 의무의 위반 없이도 가능한 구조를 제공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러시아는 6개월 이하의 징계노동을 받게 돼 있고, 심지어 북한도 죽을 위험에 처하여 있는 사람을 해당 기관 또는 관계자에게 알려주지 않았거나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 않아 그를 죽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유럽의 여러 나라도 구조의무를 행하지 않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은 징역 3월, 체코는 징역 6월, 독일, 그리스, 헝가리는 징역 1년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륙법계에서 로마법 이래 인정되어 온 사무관리의 법리에 근거한 구조의무불이행에 대한 처벌은 영미법계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영미법계에서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서 나쁜사마리아인 법에 관한 규정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도 1964년 3월 미국 뉴욕주 퀸즈 지역에서 키티라고 불리던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새벽에 귀가하던 중 강도를 당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주위에 구조를 요청했고, 고층빌딩사이의 대로변에서 범행이 계속된 35분 동안 38명의 목격자가 그 범행을 보았으나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고 구조에 나서지 않아 결국 강도에게 살해당한 ‘키티 제노비스’사건 과 1997년 5월 네바다주에서 친구와 함께 카지노에 갔다가 클럽화장실에서 친구가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신고조차 하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간 ‘캐시사건’ 이후 30여 개 주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조항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의용형법을 청산하고 독자적인 형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초안에서는 규정되어 있었으나, 이후 국회의 심사과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이후 현행형법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에게 구조의무의 불이행을 형벌로서 강제하는 구조불이행죄는 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 조항은 삭제되었던 것일까요.

이 조항이 빠진 이유는 1953년 7월 6일 제 16회 국회 제 17차 회의록에서 잘 나와 있습니다. 삭제 하는 이유에 대해 당시 윤길중 의원은 이렇게 발언하였습니다.

이 유기죄에 관해서는 부양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를 해서 생명의 위태를 초래하였다고 하는 그런 경우인데 이 의무라는 것은 법률상 의무, 계약상의 의무 혹은 사회 관습상의 의무 이러한 것이 늘 유기하는 범죄인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289조 이런 경우는 법률상 부양의 의무가 있다든지 계약상으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든지 해서 확실하게 그 의무가 드러난 때이고, 지금 통과된 제293조 이것을 삭제하기로 하는 것은 이러한 법률상이나 계약상 또는 사회 관습상으로 당연한 의무가 있다는 것보다도 숭고한 도의적 의무에서 자기문전에 가령 거지가 병들어 누워 있거나 혹은 길을 걸어가는데 아주 용이하게 구조할 수 있는 사람이 물에 빠져 있거나 그런 것을 그냥 보고 지나갔다, 이런 것을 부작위로 그 사람을 죽게 했다든지 그런 것을 방치했다, 그런 의미로서 이것을 처벌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때문에 이 문제는 대단히 어려워서 보통 범죄 구성을 이렇게 막연하게 해 놓을 것 같으면 도의적으로는 대단히 좋은 일이나 이것을 법률적으로 범죄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닌가?

여기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우리 형법이 6·25전쟁 중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앞에 타인이 다치거나, 굶어서 죽어가는 것을 도와주지 않은 자를 일일이 처벌할 수 없는 극한상황이었기 때문에 형법전에 도입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제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60년을 넘어서고, 우리의 법의식에 비추어 구조가 필요한 자에게 손쉽게 구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번 사태에 공분하는 사람으로서 나쁜 사마리아인에게 처벌을,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법 개정안을 기대하게 됩니다.

형법상, 유기죄의 구호의무자 지위를 확대하는 법개정 작업, 구호불이행 죄를 처벌하는 형벌규정 신설 등의 방법으로 보다 적극적인 구조의무의 이행의무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이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등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신고의무를 위반했다고 해도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환자에 대한 신고의무 주체는 ‘누구든지’이기 때문에 승객들도 신고의무가 있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승객들은 스스로 기사에게 심폐소생술까지는 아니더라도 119에 신고를 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제공하였어야 합니다. 이를 의무화하고 불이행자에게는 과태료 이상의 처벌 규정을 두는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은 이런 처벌이 두려워 구조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애에 입각해서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마음 따듯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보다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전희정 변호사 주요 약력>
법률사무소 대륜, 대표변호사
현 대전광역시 행정소청심사위원회 위원
현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현 대전교도소 정보공개청구위원회 위원
현 국세청 국선세무대리인
현 대법원 국선변호사

- CMB <로우바리스타>
- SBS TJB <열린토론>
- TJB FM <법대로 사는 법>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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