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기사입력:2016-09-11 15:43:41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는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는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로이슈 전용모 기자]
“제가 부산가정법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사람’입니다. 어떠한 사람도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인간적 존엄성이 존재한다는 칸트의 말은 저의 좌우명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상대방은 사건당사자나 민원이이기 이전에 존엄한 인간이라는 점이 우리의 신념이 되어야 합니다.”

2011년 개원한 부산가정법원에 사실상 초대 법원장으로 취임한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이 지난 2월 11일 취임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간 부산지법원장과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이 부산가정법원장을 겸임해왔기 때문이다.

문 법원장의 키워드가 ‘사람’인 것은 법안에 사람이 들어가야 하고 법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취임사 중에는 “부산가정법원은 천종호(부장판사)의 법원이고 이봉자(사무국장)의 법원인 동시에 여러분의 법원입니다. 우리가 다함께 작지만 인간적인 법원을 만들어 봅시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인재 변호사,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의취임사 일독 권해 눈길
-취임사 내용도 문 법원장 매일 산책 통해 직접 작성 소신 전해

그래서일까. 의료소송 최고전문가로 알려진 이인재 변호사(법무법인 우성, 사법연수원 31기)가 페이스북을 통해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의 취임사 일독을 권하며 “법원 안에서 인간적인 법원이 이루어진다면 법원 밖에서도 인간적인 세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문 법원장이 인간적인 법원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고 권하기도 했다.

사건이 접수돼야 관여를 할 수 있는 일반법원과 달리 가정법원은 사건이 접수되기 전에 사건 발생을 예방하고, 후견적 기능을 본연의 사명으로 한다. 따라서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법원이 바로 가정법원”이라는 게 문 법원장의 신념이다.

사람 냄새 나는 취임사 역시 그가 매일 산책을 하면서 자신의 포부와 생각을 정리해 뒀다. 그렇게 7일 만에 완성됐고 그렇다 보니 원고를 안 보고도 자신의 입장을 소신 있게 전하기도 했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전국 법원 첫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종합 대응방안 발표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3월 31일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관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실제 아동학대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할 있도록 △가해자 접근 금지 등 조기ㆍ적시 개입방안 △임시조치 피해아동보호명령 등 실효성 강화방안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아동보호의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했다.

문형배 법원장은 “아동학대의 배경 중의 하나가 경제적 문제가 있는데, 법원의 예산으로는 피해아동 보호에 한계가 있어 이들의 생활을 돌봐줄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 등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이를 위해 다솜회(부산법원여직원회, 회장 김경희)가 지난 7월 바자회를 열어 얻은 수익으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아동 5명에게 각 세대 당 장학금 50만원과 쌀 20kg 2포대씩을 전달했다. 생색내기가 아닌 일부라도 경제적 지원을 해줌으로써 가해자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게 하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설명이다.

-삼고초려 끝에 여성 공보판사 선택...출산휴가 중인 판사대신 직접 업무 맡아

문형배 법원장은 가정법원의 특성상 공보판사가 여성이면 의미 있겠다는 판단에 삼고초려 끝에 이미정 판사를 선택한 게 잘한 결정이라고 한다. 이미정 판사는 아이가 셋이고 남편도 다른 법원의 판사로 일하고 있는 부부 법조인이다.

문 법원장은 가정법원장 취임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산 휴가 중인 판사를 대신해 조정업무와 가족관계등록업무를 직접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또 부산가정법원이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회복센터’도 새로운 교정시설이 아닌 창의적인 시설이라는 생각이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정이 해체되거나 부모의 보호력이 미약한 소년들을 법원의 위탁을 받아 부모 대신에 보호ㆍ양육하는 ‘대안가정'(일명 ‘사법형 그룹홈’)이다. 지난 5월 19일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그 지위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 2010년 경남에서 1곳이 전국 최초로 세워진 뒤 경남에서 6곳이 운영되고 있고, 현재까지 부산 6곳, 울산 2곳, 대전ㆍ충남 3곳 등 총 17곳의 청소년회복센터가 설립돼 총 150여명의 보호청소년이 생활 중에 있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경험이 있어야 의문을 품을 수 있다”-1심 유죄사건 항소심 무죄선고

문형배 법원장도 판사 생활을 후회해 본 적은 없지만 회피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2006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에서 무죄,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 이 판단을 다른 사람이 해줬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귀띔한다. 판사의 고뇌와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5년 창원지방법원 항소부 재판장 때 술집 주인이 손님의 카드를 이용해 6번 나눠 매출전표를 위조한 사건에서 1심에서 술집 주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사건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례를 들려줬다.

검사가 약식기소(벌금형)한 사건인데 술집주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사연은 이렇다. 손님 3명이 1시간 30분 만에 맥주 6박스를 먹었다. 누가 봐도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고 당연히 술집주인이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항소심은 술집주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방석집이기 때문에 손님 3명에 여자 3명이 접대부로 함께했고 선불이기 때문에 미리 1박스의 돈을 선불로 줘야했고 이렇게 6번을 나눠 카드를 결제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맥주도 작은 병이고 접대부들이 술을 버릴 수도 있고 한 박스 정도는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을 간파했다. 그리고 순박해 보이고 파출소도 간적이 없다던 손님들(원고)의 진술을 확인해보니 전과(10범)도 있었고 결국 위증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방석집에 대한 간접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경험이 있어야 의문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 사례다.

-판사는 직ㆍ간접 경험 있어야...다양한 사람 만나보면 재판 도움

문형배 법원장은 그래서 판사는 직ㆍ간접 경험도 있어야 하고, 심리학 지식이나 수리도 밝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다른 직종(근로자, 장사꾼, 농사 건설근로자 등)의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면 재판 시 사건 이해에 도움이 되고 상식에 가깝게 점을 찍을 수 있다(판결)고 조언한다.

소설책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세계문학전집부터 소설책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섭렵하고 있다. 현재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작 ‘자유론’를 읽고 있다고 한다.

2007년 부산지방법원 민사합의부 재판장 때 교통사고 피해자(원고)가 교통사고 가해자 부모(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맡은 적이 있는데 피고가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은 것도 서러 운데 교통사고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이는 피상속인(고인)의 빚도 상속되기 때문에 상속포기나 상속재산과 부채 규모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3개월 이내 법원에 ‘한정승인’ 신청해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해 억울한 사건도 있다고 했다. 건강식품 등 물건 판매로 인한 상거래는 시효가 3년인 점도 강조했다.

이렇듯 소송 당자자가 법을 모르는 경우, 증거를 제출 못하는 경우 등은 사실 억울해도 판사가 도와 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이야기’ 다음블로그 운영

그래서 문형배 법원장은 기초적인 생활법률을 몰라 억울한 사람을 위해 다음블로그에서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이야기’를 운영하게 됐다. 근로계약, 금전거래, 교통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문 법원장은 자신이 2010년 부산지법 부장판사 때 교정을 봐준 책이 있다. 법원공무원 김용국씨가 쉬운 설명과 철저하게 사례 중심을 엮어 놓은 ‘생활법률 상식사전’이다. 일반인들이 이 책을 읽어 보면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은 1966년 경남 하동 출신으로 대아고(진주)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했다.

1992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부산고법 판사, 창원지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대아고등학교를 다닐 때 진주에서 당시 한약방을 하던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기 때문에 남보다 더욱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 친척에게서 ‘법 때문에 억울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이게 법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공정과 정직 중요...노동법분야 전문성 근로자와 사용자 균형 판결

그는 균형 잡힌 것과 ‘공정’, 정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정직위에 성실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맞고 온 동생을 오히려 혼냈을 정도다.

사법연수원 시절 그는 인권변호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노동법연구회 활동도 하면서 근로자를 만나 상담도 하고 야학에서 노동법 강의를 했고 노동상담소에 다니기도 했다.

노동법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문형배 법원장. 그는 산업재해의 인정 범위를 넓힌 판결,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엄격하게 인정한 판결 등 근로자와 사용자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판결 등으로 재야 법조인의 호평을 얻고 있다.

“석탑 노동상담소 장명국(현 내일신문 사장) 대표가 당시 사법연수생인 저에게 1년에 한 번씩은 꼭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라”고 애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법조인이 되려면 나보다 못 사는 사람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하동 신흥초등학교 동창생 10명과 부부모임(한사랑 우정회)를 하고 있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인권변호사 대신 판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 군대 때문?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법률교육 및 강좌 많이 열어야

인권변호사 대신 법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군법무관이 아닌 정훈장교 3년을 하면서 차별 대우받은 ‘공정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군대가 판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당시 고교친구들이 저의 격한 감정(?) 때문에 판사 오래 못할 거라 했지만 25년 판사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극적인 성격에 자신의 삶을 던져야 하는 인권변호사를 하겠다며 한 사법연수원 2년 생활이 오히려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보통 친한 사람끼리 돈거래를 하면서 차용증을 받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실제 재판에서는 증거가 없어 패소하는 경우가 있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를 예를 들며 기초적인 생활법률조차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법률 강좌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실례로 문패에는 503호 돼 있어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 전유부분의 등기부상에는 402호로 돼 있는 경우는 대항력이 없어 임차인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받을 때 스티커로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확인할 것을 알려주면 된다고 했다.

“똑같은 사건은 없습니다. 그리고 법이 사건을 못 따라갑니다. 그리고 하급심 판사의 70%는 사실인정(확정)이 가장 중요하고 이게 기초가 돼야 합니다. 그 다음에 법리적용이죠. 실제로 사실인정에 있어 뭐가 진실이냐가 판단해야 할 때 가장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도 고민되기 때문이죠. 경험이 없는 판사는 법리적용만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연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분량의 판결문을 적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문형배 법원장은 4대강 판결문을 들었다. 160페이지 분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에 대해 지적한 로이슈 신종철 대표기자와의 인연도 알려줬다.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사람이 키워드인 인간적인 법원 만들고 싶어”
-‘무한도전’ 본방사수 하는 문형배 법원장...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

화제를 돌렸다. 그는 산책과 등산, 테니스가 건강비결이라고 한다. 술은 가급적 자제하고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향토법관이다 보니 부산에서 가족과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고1)이 한 명 있다. 야구를 좋아해 스포츠신문 기자를 하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있다.

문 법원장은 그의 나이 서른에 사촌형의 소개로 선을 보고 결혼했다.

부인은 창원시립합창단원 출신이다. 문 법원장의 사촌형과 부인의 사촌이 부산교통공사에 같이 근무하고 있어 이런 인연으로 문 법원장의 결혼이 성사됐다.
문 법원장은 시간이 나면 드라마를 시청하고 특히 ‘무한도전’은 홍보대사로 오해할 정도로 본방 사수하면서까지 즐겨본다고 한다.

끝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습니다.” 괜찮은 사람이란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냄새 나는 인간적인 부산가정법원을 만들고 싶다”는 문형배 법원장의 신념이 전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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