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정의감때문에 엄격한 재판...로비 들어온 변호사 법정서 공개하기도 기사입력:2016-08-20 20:28:24
황병하 대구지방법원 법원장은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황병하 대구지방법원 법원장은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로이슈 전용모 기자]
“공정하면 판단이 현명해지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깁니다.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뇌물에 욕심내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 없어집니다. 변화와 혁신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일들도 중요합니다. 공정과 청렴을 가슴에 품고 알차고 보람있는 나날 보내면 내일의 세상은 밝아집니다.”
-갑오년 가을 야초 강우근

황병하 대구지법원장의 사무실에 걸린 의미 있는 액자의 글귀다.

“저는 재판장 시절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간혹 내가 아는 법 이론이 맞는 건지는 고심한 적이 있습니다.” 곧은 성품 때문인지 스스로에게도 윤리와 도덕부분에 엄격하다.

황병하 대구지방법원장은 서울 우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학년 때까지 합창단 활동을 했다. 복사중창단(8명)의 바리톤을 담당한 황 법원장은 화음이 맞을 때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라고 한다.

교내 중창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교회에 초청공연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았다. 이 때문에 성적이 떨어져 그만둬야만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진로(소주)재단인 우신고는 서울대 법대만 10명이 갈 정도로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대만 150명 이상이 갈 정도다. 장학금도 한두 번 놓치기도 했다고. 이렇듯 황 법원장의 모교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남달랐다.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같은 창신동 출신 가수 김광석 후배 노래 즐겨 불러

그는 1962년 서울 창신동 출신이다. 가수 김광석도 창신초등학교 후배란 사실을 김광석이 유명해지고 알았다. 대구 대봉동 방촌시장에서 4살 때 서울 창신동으로 왔다고 한다. 전설적인 여자 농구 국가대표 출신 박찬숙씨도 창신동 출신이라고 한다.

대구 방촌시장에는 김광석의 거리가 조성돼 있는데 그곳에서 회식을 할 때면 마음이 쌔하다고 한다. 그래서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부르곤 한다.

-정의감 센 성격이 판사에 알맞다고 판단한 법대 출신 모친의 영향 커
-이화여대 4학년인 아내와 선
본 날 결혼 결심하고 졸업 후 바로 결혼

황병하 법원장이 서울법대를 가게 된 것은 정의감이 센 성격이 판사에 알맞다고 판단한 중앙대 법대 출신의 모친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황 법원장은 서울법대 4학년인 1983년 6월에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5기를 졸업했다.

공부 외에는 희망이 없어 딴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3월 첫 임관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근무할 당시에 이화여대 4학년(23)이던 아내(이경희 여사)와 선을 본 날 예쁘고 착한 마음에 끌려 결혼을 결심했고, 1년 열애 끝에 서른의 나이에 결혼에 골인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현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2학년 재학 중이어서 법조인 집안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황 법원장은 아들에게 “늘 주변사람과 잘 사귀고 잘하라”는 말과 “원만한 사회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입버릇처럼 얘기한다고.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연도 들려줬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와 뮤지컬을 자주 보러 다니며 애정을 쌓아온 그는 현재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줌마처럼 변했고 반대로 뉴스와 다큐를 보는 아내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듣는다며 웃음 지었다.

아내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는데 영어를 잘해 매주 수요일마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5년 넘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에서 자격증을 따고 서울대서 1년 과정 공부를 마쳤다. 그래서 황 법원장은 수요일은 친구를 만나 저녁을 해결해야만 했다.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테니스와 축구, 걷기운동으로 건강 챙겨

황 법원장은 군법무관 시절부터 테니스를 쳤다. 런던유학 시절 축구와 테니스만 했을 정도다. 다부진 체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테니스회 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걷기운동을 즐겨한다. 현재 대구지방법원 관사 근처 새벽 등산을 하며 하루일과를 시작하며 건강을 다진다고. 판사를 안 했으면 과학자가 됐을 거라고 한다. 한때 인공위성을 만들어 날려야겠다는 꿈을 가질 만큼 관심이 많았다.

-로비 들어온 변호사,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해
-사건파악도, 기록도 안
보고 법정에 나오는 변호사 질타하기도

정의감이 남다른 그의 성품은 재판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황병하 법원장은 재판장 시절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로비하는 변호사, 사건파악도 안 하고, 기록도 안 보고 법정에 나오는 변호사, 이치에 맞지 않는 변론을 하는 변호사, 상대방을 부적절하게 비난하는 변호사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재판장인 자신에게 로비를 한 변호사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밝혀 이로 인해 의뢰인이 실망해 변호사를 바꾸기도 한 사실도 있었다고.

그래서일까 “법과 원칙대로 재판하는 판사”로도 법조계에선 악명(?)이 높다.

당사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법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엄정한 소송 진행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이다.

“판사는 재판을 제대로 하고, 검찰은 수사 잘하고, 변호사는 변호 잘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는 높아지게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관변호사를 찾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사법부의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판사가 국민들에게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자조 섞인 말도 전한다.

황병하 법원장의 성품과 공정한 재판을 대변하는 액자 앞에서 기념촬영.
황병하 법원장의 성품과 공정한 재판을 대변하는 액자 앞에서 기념촬영.
-원래 사법부가 신뢰를 받는 곳인데 시스템이 문제(?)
-법조비리 연루 안 되려면
도덕성과 윤리성 더 갖춰야

“원래 사법부가 국민이 기댈 최후의 보루로 신뢰를 받는 곳인데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 판사가 있으면 큰 일(?)납니다. 무엇보다 법조비리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법조계가 윤리성을 더 갖춰야 하고 돈에 몰입하다 보면 돈으로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옳고 그른 것을 따져야 하는데 가정적인 문제 등으로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를 한다는 게 모순이라고 판단됩니다.”

일본의 경우도 대다수 판사와 검사가 변호사를 안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외국에 부끄러운 시스템이라고 황 법원장은 강조한다. 그래서 황 법원장은 법관으로 정년퇴임(65세)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후학 양성의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황병하 법원장은 대구지방법원 판사들에게 “한 번 판사가 되면 정년까지 하는 게 맞다”고 얘기하곤 한다. 자식유학 등 돈에 대한 위기가 오더라도 잘 넘겨서라도 판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검사나 판사가 중간에 변호사 개업안하고 정년까지 가야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것을 강조한다.

황 법원장은 “판사에게는 재량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양형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1심에서 판결한 형량이 2심(항소심)에서 대부분 감형되다 보니 하위 판사가 상급판사한테 무시당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상급심이 하급심 판결을 존중해야 목숨 걸고 재판하지 않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도 상주지원 판사 때 고심해서 내린 판결이 항소심에서 꺾인 적이 있어 마침 대구지법 양형회의에 참석해 위증죄가 실형이 맞는데 왜 파기하느냐며 항소부 부장판사에게 항의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대구법원청사 전경.
대구법원청사 전경.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현직 때 한 판결은 자신이 반드시 지켜내야

“간혹 판사를 하다 변호사가 되면 현직 때 자신이 내린 판결과 다른 의견을 내는데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직 때 한 판결에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판사 그만두고 나서라도 현직 때 한 판결은 자신이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얘기다. 변호사들이 ‘법기술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지적이다.

시민들이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부가 최소한 기록을 좀 더 꼼꼼히 챙기고 재판도 잘 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가장 좋은 변호사는 자기 주변에 있는 친한 변호사, 자기 말을 잘 들어 주고 이해해주는 변호사가 낫다고 황 법원장은 조언한다.

“제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을 1년 했는데 사실 전관변호사보다 전관 아닌 변호사가 더 사고를 치더라구요(웃음).”

또한 우리나라처럼 구속기한 제한이 있는 나라도 별로 없다고 한다. 1심 6개월, 2심 6개월, 3심 4개월로 정해져 있는데, 만일 1심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개월이 지나면 석방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황병하 법원장은 대한변협의 제도적 모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얘긴즉슨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2년 지나면, 실형을 받은 사람은 5년이 지나면 변호사로 다시 받아주면서 인품이나 도덕성이 높은 대법관 출신을 안 받아주는 게 모순이라는 것. 또한 변호사등록신청을 거부당한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 역시도 마찬가지로 균형이 안 맞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재판 제대로 하려면 검사와 변호사와 이별해야

그는 “제판을 제대로 하려면 시쳇말로 검사, 변호사와 이별(?)해야 하고 배심원 재판(국민참여재판)같이 투명하게 해야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안 받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관변호사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군법무관 3년을 포함해 30년간 법관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우신고 동기와 사법연수원 15기 동기 중에 현직 법관은 황병하 법원장이 유일하다. 황 법원장은 민사, 형사, 행정 등 주요 분야의 이론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뛰어난 실무능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부 재판장 시절에는 노동사건을 담당하면서 근로자와 사용자 측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판결을 선고했고, 형사부 재판장 시절에는 공무원 부패 사건을 주로 담당하면서 뇌물을 수수한 공직자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청렴성 향상을 도모했다.

서울고법 행정부 재판장을 시절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체인본부가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해당 블로그에 마치 블로그운영자가 개인적으로 해당 커피전문점을 이용한 소감을 게재한 것처럼 커피전문점에 대한 광고를 게시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한 불공정행위라고 판단(서울고등법원 2015누34924)했다.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경제적 약자인 일반소비자 보호위해 노력
-전교조 판결 선고로 심적 고통 감내하기도


또 인터넷을 통해 음원을 판매하는 음원판매사업자가 매월 자동결제상품으로 구입한 소비자에게 음원가격 인상시 인상된 가격으로 음원을 구입할 것인지 묻는 결제창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서울고등법원 2014누66856-상고취하 확정), 기업의 정당하지 못한 사업 활동에 따른 부당이득의 취득을 제재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인 일반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성 김성수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처분 취소사건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누40709)을 했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수리거부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과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장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판결(서울고등법원 2014누54228)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교조로부터의 심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진보와 보수 논쟁 판결이 힘들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대로 판결을 했음에도 패소한 측에서 노골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원색적인 비난의 댓글을 볼 때 가슴이 너무 미어집니다. 판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말이죠.” 판사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끝으로 황병하 법원장은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국민들 입장에 서서 재판을 잘 할 테니 저희를 신뢰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판사가 변호사 않고 정년 가야 국민 신뢰”
<사진제공=대구지방법원>

◇황병하 대구지법원장 주요경력
-1989.3.1.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91.2.1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3.3.2.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판사
-1993.9.19. 런던대학 국외교육훈련
-1994.7.28.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판사
-1996.3.1. 인천지방법원 판사
-1997.2.27.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9.3.1.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1.2.19.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장(부장판사)
-2002.2.18.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2004.2.18. 서울북북지방법원 부장판사
-2006.2.20.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2008.2.13.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부장판사
-2010.2.11.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16.2.11. 대구지방법원장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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