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호영 변호사 “불의는 참으면 커진다”…김포공항 청소노동자

기사입력:2016-08-18 17:19:12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불의는 참으면 커진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

이호영 변호사
이호영 변호사
‘불의를 보고 참을 수 있는가?’

어느 회사 면접장에서 나왔다는 질문이다. ‘모범답안’은 “참을 수 있다”였다. 이 답안을 말한 지원자들이 면접에 통과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불의를 참다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있다.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 이야기다. 삼일에 이틀은 하루 11시간 넘게 일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 6030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최저 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는 올해에 280만명, 내년에는 313만명에 달할 것이라니,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어쩌면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참아내야 할 불의는 값싼 임금보다 더 가혹한 것이었다. ‘회식 때 무릎에 앉혔다’, ‘어떻게 할 틈도 없이 혓바닥이 입으로 들어왔다’, ‘노래방에서 가슴에 멍이 들도록 성추행 당했다’, ‘아무렇게나 주무르고 만졌다’.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이 최근 노조를 결성하고 돌린 설문지에 쏟아낸 내용들이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들은 왜 수십 년간 이런 불의를 참아내야 했을까. 이들은 낙하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본부장ㆍ소장들이 한국공항공사에서 내려와요.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본부장은 그대로죠. 그 본부장 위해서 회식하고 탬버린 두드리라 하고… 공사가 직접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어요. 우린 더 이상 인권 유린당하면서 그렇게는 못 살아요.”([출처: 2016년 8월 16일자 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우린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현장대리인의 자격 요건으로 ‘공항 근무 경력 10년 이상’을 요구해왔다고 하니, 낙하산이 핵심 문제라는 청소 노동자들의 외침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사회의 곳곳에 퍼져있는 낙하산 문제를 김포공항 청소노동들이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의를 참으면, 불의는 커진다. 커진 불의는 더 큰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더 이상 참기를 포기하고, ‘분노’하여 투쟁을 시작하기까지 낙하산 권력은 계속 힘을 키워온 것이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의 삭발사진을 보며, 이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언론에서 소식을 다루고 정치권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니, 한동안 힘을 내거나, 아니면 극적으로 합의점이 도출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협상이 지지 부진한 상태로 시간만 흐른다면,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노조의 이름으로 투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투쟁이 되리라. 소송은 노조가 아니라, ‘개인들’의 이름을 내걸고 해야 하는 것이므로. 노조의 이름으로 서로 의지하며 뭉쳤던 이들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각개로 갈라질 것이다. 민사소송이 접수되면 소장부본이 송달될 것이고, 그러면 회사에서는 김아무개, 이아무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조리 파악하게 될 것이기에,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곧 일자리를 내놓는 것과 진배없다. 회사를 상대로 이길지 질지도 모를 기약 없는 소송을 해야 하는데, 또 그 기간은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회사 상대로 소송하는 건 자유다’, ‘근데 당신들 이길 자신 있어?’, ‘소송 안하고 빠지면 조만간 있을 승진 심사에서 별 문제 없도록 해주겠다’, ‘회사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당신들이 패소하면, 회사가 대형 로펌에 지불한 변호사 비용 수십억원까지 모조리 당신들에게 청구할 텐데 감당할 자신 있어?’ 얼마 전 필자는 국내 굴지의 재벌인 S모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해당 기업의 본부장이 회사의 영업장을 돌면서 회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단체로, 또는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면서 실제 한 이야기들이다. 이번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딸이 공항 검색대에서 일 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니 딸까지 잘리고 싶냐’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집단소송제도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중에서 그 집단을 대표하는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하는 제도다.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 책임의 한도를 손해의 5배, 10배 등으로 늘릴 수 있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의 도입 역시 시급한 이유이다. 언제든 일자리를 앗아갈 힘이 있고, 대형로펌을 선임할 자금력도 든든한 ‘권력’ 앞에서 일반의 근로자, 한 명의 소비자에 불과한 피해자들이 자기 자신의 책임 하에 개별적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대결의 룰’이다. 하지만 이 룰은 결코 평등한 룰이 아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ㆍ교수모임’(징손모)과 함께 ‘징벌적 배상법’을 발의한데 이어, 전해철ㆍ오제세 의원이 관련 법안을 잇달아 내놓았고 조만간 박주민 의원은 징벌적 배상액의 상한을 제한하지 않는 입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6월 당시 법사위, 정무위, 미방위, 안행위, 산업위, 환노위에 계류된 징벌적 손해배상관련 법안이 33건이고, 그 중 처리된 법안은 8건에 불과했다. 통과된 8건의 법안마저도 단지 개별법에서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들이다.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법안을 발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을 비롯한 법조인들이 힘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
변호사시험 3회,
한국법조인협회 대변인
강남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수사민원센터 자문 변호사
행정자치부 영상정보보호포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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