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박기춘 ‘안마의자’ 증거은닉교사 무죄 파기환송 왜?

기사입력:2016-07-29 12:28:59
[로이슈 신종철 기자]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박기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린다. 2억원이 넘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그런데 대표로부터 받은 고급 안마의자를 측근의 집에 숨겨 두도록 한 증거은닉교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항소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박기춘 의원은 2014년 11월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분양대행업체 K대표로부터 “의정보고서 발간비용에 보태 쓰라”는 취지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5년 2월까지 7회에 걸쳐 2억 7868만원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6월 서울중앙지검은 K대표가 회사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박춘석 의원은 K대표가 횡령한 회사자금으로 마련된 현금과 안마의자(867만원) 등이 자신에게 건네진 사실이 밝혀져 수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해, 보좌관을 통해 안마의자를 측근의 집에 보관하도록 지시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박기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4월과 추징금 2억 7868만원을, 또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3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위원(장) 지위에 있으면서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7회에 걸쳐 2억 7868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다”며 “피고인의 범행은 정치권력과 금권이 결탁해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에 반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검찰수사에 대비해 업체 대표로부터 선물 받은 고가의 안마의자를 측근의 주거지에 옮겨 보관하게 함으로써 증거은닉을 교사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국가의 사법질서와 형벌권 행사를 저해하는 범죄로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수사 초기에 범행 일부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정당을 탈당하고, 공판과정에서도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온 점, 공여자에게 정치자금의 기부를 적극 요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국회의원으로서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고, 다수의 국회 관계자 및 지역주민 등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은닉한 안마의자가 검찰에 압수됐고 그 부분 정치자금법위반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는 등 실제로 국가 형벌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박기춘 의원과 검찰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3선 국회의원일 뿐만 아니라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위원장까지 역임하면서 일반 국민들과 동료 국회의원 등으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아 오던 사람으로서 그 어떤 정치인보다 책임 있고 청렴한 처신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많은 기대를 걸어왔던 유권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상상하기 힘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와 증거은닉 행위에 나아갔다는 점에서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혐의를 정리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중 현금 2억 7868만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2014년 5월 받은 안마의자(867만원)와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에 받은 2개의 명품시계(합계 7077만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안마의자를 제3자 측근에게 보관시킨 증거은닉교사(방조)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명품시계 7개와 명품가방 2개를 반환한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박기춘 의원에 대한 안마의자의 증거은닉교사 유죄 부분에 대해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반면 안마의자와 명품시계 2개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수한 금품이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금품이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됐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금품을 수수했다고 해도 그것이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의율할 수 없다”며 “안마의자와 시계 2개가 정치활동에 사용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예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증거은닉교사(방조)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K대표로부터 받은 안마의자를 측근의 거주지에 보관시킨 행위가 증거은닉교사죄로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피고인이 보관해달라고 한 안마의자는 정치자금법에 의해 수수가 금지되는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의 행위로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형사사법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기 자신이 한 증거은닉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은닉교사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유죄 부부을 판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시계 7개와 가방 2개 관련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방어권의 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인도피교사의 경우, 범인 스스로의 도피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자신이 도피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 역시 방어권의 남용에 이르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2013도12079)의 취지가 증거은닉죄에 관하여도 적용됨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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