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범 변호사, 황제노역(皇帝勞役)의 진실은?

기사입력:2016-07-28 09:30:08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황제노역(皇帝勞役)의 진실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 유치를 위해 수감되었다. 일당이 400만원이라면서 언론이 다시 황제노역을 들먹인다. 재용씨가 벌금 40억원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되면서부터다. 전재용씨는 27억원대 탈세 혐의로 기소돼 작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40억원이 확정됐지만 기한 내 벌금을 내지 못하였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하루 일당을 400만원으로 하여 2년 8개월간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형사범의 경우 일당 하루 10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이유로 황제노역이라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정확히는 황제노역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 벌금과 환형유치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전재용씨가 아니라 누구라도 벌금액이 높게 선고될수록 황제노역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력자나 기업인이 높은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받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일 뿐이다. 사람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벌금형과 환형유치 제도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못한 사람을 일정기간 교도소 안에 마련한 노역장에서 매일 일정시간 노역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를 환형유치(換刑留置), 노역장유치(勞役場留置)라고 한다. 형법 제69~제7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교도소에 있을 때는 일반 수용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노역 일당(노역비)은 보통 5만~10만원 선이며, 노역기간은 3년을 넘길 수 없다. 한편, 외국인 노역은 관례상 6개월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먼저 형법의 관련규정을 보자.

제69조(벌금과 과료)
① 벌금과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단,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②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

제70조(노역장 유치)

① 벌금 또는 과료를 선고할 때에는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4.5.14.>

② 선고하는 벌금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신설 2014.5.14.>
제71조(유치일 수의 공제)
벌금 또는 과료의 선고를 받은 자가 그 일부를 납입한 때에는 벌금 또는 과료액과 유치기간의 일수에 비례하여 납입금액에 상당한 일수를 제한다.

황제노역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 배경은 이렇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2007년 11월 계열사 508억 원 탈세에 개입하고 회사 돈 1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2008년 12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을 선고했으며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2억 5000만 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허 전 회장은 이 1심 판결에 항소했으며, 2010년 항소심 재판부(광주고법 형사1부)는 징역 2년 6개월ㆍ집행유예 4년과 함께 벌금은 254억 원으로 삭감하고 노역장 유치 환산금액은 5억 원으로 2배 올렸다. 이 판결은 2011년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나,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로 도피했으며, 2014년 3월 국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벌금 254억 원을 내는 대신 49일 노역형을 선택하면서 황제노역 논란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허재호 회장이 구치소에서 하루 보낼 때마다 일당으로 5억원을 버는 셈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황제노역이라 이름 붙이며 논란을 부추겼다. 국민여론은 분노로 들끓었고, 대법원은 노역장 환형유치 금액을 제한하고 유치기간에 하한선을 두는 등 환형유치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았고, 2014년 5월 14일 관련 법 개정이 일부 이루어졌다.

최근 BBK투자금 횡령 사건으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김경준씨(51)가 지난해 말 형기를 다 마친 뒤에도 벌금을 내지 못해 계속 환형유치를 위해 교도소에서 노역중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벌금 100억원을 내지 못해 현재 천안교도소 노역장에서 일당 2천만원씩 계산해 내년 3월30일이 돼야 비로소 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것 또한 황제노역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황제노역 판결은 누구를 봐주거나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벌금형과 환형유치제도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방식이다.

형벌의 유형과 순서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이다. 벌금은 징역형보다 낮은 형벌이다(형법 제41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지만 벌금의 경우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는 이유다. 그런데 벌금액수가 많고 이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일반 사람들과 형평을 기한다는 취지에서 10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징역형과 다를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굳이 벌금형을 선고해야 할 이유도 없다. 차라리 징역형을 선고했더라면 3년 내지 5년이면 충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벌금형의 경우 유치기간을 3년까지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이 없을 경우 벌금형은 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처벌이 될 수도 있으며 벌금형이 갖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유치기간을 5년까지로 늘린다하더라도 일당의 금액이 조금 낮아질 수는 있지만 역시 황제노역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면 일당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강제노역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간접강제 형식이다. 벌금을 납부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노역장 유치는 자신의 지위에 비추어 견디기 어려운 구금일 뿐만 아니라 치욕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벌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일당이 낮게 책정되더라도 납부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선고된 벌금형과 일당을 정해서 노역일수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적인 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재호 회장의 경우 예전처럼 충분한 경제적인 능력이 있고, 계속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더라면 254억원이라는 벌금은 쉽게 납부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경제적인 능력의 변화로 인해서 이를 납부하지 않고 노역장 유치를 선택한 것이다. 예전처럼 계속 사업을 유지하려 했다면 당연히 치욕스런 노역장유치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전제에서 벌금형과 유치기간이 정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반인과 비교할 때 일당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어서 차별이라니, 황제노역이니 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국민여론 등을 생각해서 벌금형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형법의 벌금형은 일정액의 벌금을 총액으로 정해서 선고하는 총액벌금형제도(總額罰金刑制度)다. 위와 같은 방식은 피고인의 불법의 정도와 책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경제력이 있는 경우 별다른 위하력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 가해진다. 이에 반하여 일수벌금형제도(日數罰金刑制度)를 도입하면 동일한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각각의 경제적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일수별 정액을 정하게 된다. 즉 일수(日數)와 일수당 정액(定額)을 따로 정해서 이를 곱한 금액으로 벌금형을 선고하게 된다. 일수벌금형제도는 같은 범죄라도 그 사람의 소득 등 여건에 따라 다른 벌금액이 부과될 수 있게 된다. 다만 각각의 소득을 어떻게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게 된다. 벌금형의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일수벌금형제도의 도입이 거론된다.

이른바 황제노역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2014년 5월 벌금형제도의 개선을 위한 일부 형법개정이 있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일부 미봉책에 그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벌금형의 경우에도 집행유예를 가능하도록 하거나, 벌금액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피고인이 징역형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은 황제노역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으며 지나치게 여론몰이로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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