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오원춘 살인 경찰과실 인정…유족에 국가 배상책임

기사입력:2016-07-27 14:39:48
[로이슈 신종철 기자] 오원춘의 엽기적인 살인 행태와 112 신고센터 경찰관들의 부실한 초기대응으로 피해를 입은 망인과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사안에서 대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폭넓게 인정했다.
피해자를 구조하지 못한 경찰관들의 직무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서다.

법원에 따르면 오원춘은 2012년 4월 1일 밤 10시 32분경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지동초등학교를 지나 귀가하던 A(여, 28)씨를 발견하고 강간할 목적으로 납치해 강제로 자신의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납치된 A씨는 10시 50분경 오원춘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112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다.

A씨는 당시 112 신고센터 접수 담당경찰관에게 자신이 어느 ‘집 안’에 있고, 그 집은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에 있으며, ‘현재 모르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신고했다.

전화 도중 오원춘에게 발각됐으나 전화가 끊어지지 않아 전화를 통해 A씨가 애원하는 소리와 큰 비명소리, 소란스러운 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및 남자가 화를 내며 말하는 목소리 등이 들려왔다.
그러나 접수 담당 경찰관은 계속 A씨에게 ‘주소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접수 담당경찰관이 신고 전화를 받으면서 112 범죄신고접수 처리표에 사건발생 장소를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놀이터 가기 전”으로 기재했으나 “집 안”에서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기재하지 않았다.

112 신고센터 지령 담당경찰관과 수원중부경찰서 지령실은 “지동 못골놀이터 가기 전에 지동초등학교 근처”로 출동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이날 밤 10시 54분경부터 11시경까지 순찰차 5대가 현장에 출동해 순찰했으나, A씨를 찾지 못하고 밤 12시경 모두 철수했다. 경찰은 다음날 아침까지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 다음날 교차수색을 시작하던 경찰관들은 목격자로부터 “밖에서 여자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고, 가게 옆집 주택 1층(오원춘의 집)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여성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2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듣게 됐다.
경찰관들은 4월 2일 오전 11시경 오원춘의 집을 방문해 사체를 발견하고 체포했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만일 경찰관들이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했다면 범행현장을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를 구조했을 수 있었음이 확실함에도 과실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3억 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1심의 판단은?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9민사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2013년 8월 피해자(A)의 유가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피해자의 부모에게 각 4891만원, 형제에게 각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총 9982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로 상황을 분명하게 밝혀 112 신고센터 접수자 및 지령실 근무자는 피해자 현재 상태가 매우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이러한 경우라면 112 신고센터 접수자 및 지령근무자로서는 제보된 단서와 급박한 상황을 재빨리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알려 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범죄현장에 경찰관이 도달해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인데도, 112 신고센터 지령근무자는 피해자가 집 안에 있다는 중요한 단서를 누락하고 지령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만일 제대로 전파됐다면 현장 출동 경찰관이 신고지역 내의 단순한 순찰수색보다는 사건 발생 초기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 밤이 깊어져 목격자들이 줄어들기 전에 신고 장소 주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탐문수색을 하거나, 피해자가 신고한 지역 부근의 CCTV의 확인 등을 통해 피해자의 납치과정 등을 우선 확인하는 수사방법을 취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이 약 2시간가량이나 고장 나 있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나 생명의 위협이 매우 크고 긴박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었으며, 탐문수색과정도 목격자들이 현저히 줄어든 새벽 시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납치사건의 경우 인질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한 경우여서 위험성의 정도가 매우 높으므로, 사후적인 범인 수배 및 검거보다는 인질의 안전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 최대한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며 “만약 범행 신고 당시부터 피해자가 제보한 지동초등학교부터 못골놀이터를 가기 전의 거리를 제대로 탐문 수색했다면 범행 현장을 곧바로 발견해 범죄 피해로부터 구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 “비록 신고접수 당시 범행현장이 특정되지 않았고, 해당 지역이 주택지역이 밀집된 곳이기는 하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개략적인 범행현장이 특정됐고, 범행현장도 위치추적을 통해 알게 된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점, 목격자가 다음날 탐문수색을 하는 경찰관들에게 오원춘의 집 출입문까지 안내를 해 준 후 주변에 있는 CCTV 설치된 장소를 안내해 줬는데, 범행신고 이후 오원춘을 검거하기 전까지도 CCTV 확인 등의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범행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초기대응 과정에서 112 신고센터 근무자들이 신고내용 및 피해자에 대한 긴급하고도 중대한 위해상황을 현장 출동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적절한 지령을 내리지 못했고, 현장 출동 경찰관 등이 단순한 순찰을 넘어 제보된 장소 및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밝혀진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탐문수색 또는 CCTV 확보를 통한 납치현장 확인 등을 통해 범행현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찰권의 불행사는 경찰관에게 요구되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되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피해자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비록 오원춘의 범행과 이를 저지하지 못한 경찰관들의 부작위가 공동으로 작용해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야기했다고는 하나, 법률상 주어진 의무에 반하여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 불과한 피고를 피해결과를 직접 발생시키는 범행을 저지른 오원춘과 동일시하여 대등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법감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들에게 인정된 과실의 핵심은 범인인 오원춘에 대한 감독의무의 소홀이 아니라 범인을 검거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통상적인 공동불법행위와는 그 구조를 달리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의 책임비율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항소심(2심)의 판단은?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2014년 10월 “국가는 망인의 부모에게 각 975만원, 형제들에게 각 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총 213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1심에서 인정한 재산상 손해와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생존상태로 구조됐을 기회가 박탈됨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집 안’에 있고,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잘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살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이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나아가 설혹 경찰관들이 보다 일찍 수색에 성공해 범행현장에서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오원춘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오원춘의 난폭성과 잔인성 등을 고려하면 어떠한 돌발변수 발생 없이 피해자가 생존 상태에서 그대로 구출될 수 있었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부모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피해자의 사망 자체를 이유로 하는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 부분은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 대법원의 판단은?

사건은 유족들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오원춘에게 납치ㆍ살해된 A(28·여)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13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판결 중 원고(부모)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112신고센터에 전호를 걸어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했고, 신고 도중 전화를 통해 피해자가 애원하는 소리와 큰 비명소리, 소란스러운 소리, 남자가 화를 내는 목소릴 등이 들려왔으므로 112신고센터에서 신고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형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경찰관들은 수색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거나 가옥을 위자로 수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시 범행현장과 불과 3미터 떨어진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H씨는 피해자가 오원춘에게 납치당하면서 내는 비명소를 들었고, 경찰관들이 본격 탐문을 시작한지 불과 20분 지나 단서를 얻게 된 점에 비춰 볼 때,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신고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쉽게 H씨로부터 단서를 얻어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112신고 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아 인식하고 있었다면, 4월 2일 밤 12시 이전에 오원춘의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으므로, 당시는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다”며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에서 상당인고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경찰관, 특히 112 신고센터 경찰관들의 부실한 초기대응, 오원춘의 엽기적인 살인 행태,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 및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인 경위를 고려할 때 경찰관들의 직무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범위를 확장한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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