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원 창원지법원장 “재판의 근본은 사랑과 자비입니다”

기사입력:2016-06-02 09:21:45
[로이슈 전용모 기자] “재판의 근본은 사랑과 자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법원을 ‘사랑법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이강원 창원지방법원장의 애창곡 역시 나훈아의 ‘사랑’이다.

신뢰받는 재판과 사법행정의 구현,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기치로 내걸고 시민과 소통해온 이강원 창원지법원장은 “법원은 정확하고 신속한 재판이 목적인데 시민들의 소통으로 법관에 대한 존경과 공정하다는 모습, 신뢰가 쌓이게 되면 상승작용으로 사법의 질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판결의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신뢰 담보돼야 명품재판

또 “판결의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에서 있어서도 공정성과 신뢰가 담보되는 명품 재판이 되기 위해서는 판사들이 당사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설득력 있는 재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원장은 직원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작년에 <1133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건강과 운동법 강의를 듣고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팔굽혀펴기, 스쿼시, 윗몸일으키기를 20회씩 5회 반복하며 1개월에 1kg, 3개월에 3kg을 빼자는 취지였다.

이 법원장은 “소방관들처럼 몸을 만들어 법원달력을 만들어 보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강직하면서 의식과 카리스마가 있는 탁월한 리더십,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 하면서 업무를 원만하게 추진하는 등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전언이다.

원리와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업무 밖에서는 소탈하고 스스럼없는 성품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 선후배 법관 및 직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추된 법원이미지 바꾸기 위해 법정드라마 만들고 싶어...12인의 성난 사람들 소개
이강원 법원장은 영화 ‘부러진 화실’로 실추된 법원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법정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독립영화감독을 만나기도 했다. 이미 법정드라마 시나리오 가안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드니 루멧의 걸작 흑백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년)을 소개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형사재판에 대한 배심원의 평결이 만장일치가 돼야하는데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만장일치를 위해 다시 배심원을 구성한다고 한다.

이 영화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진인하게 살해한 혐의의 18세의 소년의 죄를 가리는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배심원만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 사건의 진위를 밝혀내는 내용이다. 시종 유죄를 고집하던 배심원마저 무죄로 돌아서는 등 96분간 회의실에 모여 대화만 하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이 법원장은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끼치는 이런 법정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작년에 미니다큐를 찍으려고 했지만 송출할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이 없어 접어야만 했다.

“우리가 법정드라마를 만들어 주면 EBS 등에서 사법부코너를 통해 송출해 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결정...2000여 페이지 기록 기침해가며 읽어

이강원 창원지방법원장은 1989년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각급 법원에서 민사, 형사, 행정, 가사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골고루 담당해 재판실무에 능통하고, 기록을 꼼꼼하게 파악ㆍ분석 후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해 당사자의 깊은 신뢰를 받았다.

법관 생활 중 많은 기간 동안 가사, 형사 재판을 담당했고, 환경법연구회 회장,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해 관련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갖고 있다.

이 법원장은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 재임시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개시결정(2010년)을 한 적이 있는데 재심을 결정하기까지 2000여 페이지 분량의 기록(4권 분량)을 기침을 해가면서 읽었다고 한다. 기록이 오래돼서 먼지가 났고 종이가 부스러질까 조심스럽게 넘기기까지 했다는 것.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관련 1026페이지 분량 판결문 보느라 애 먹은 적도

또 서울고법 형사10부 재판장 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수천억 원대 특가법 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026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을 보느라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동료판사들이 “서울로 올라온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론스타 사건이 너(이강원 부장판사)에게 가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서울고법 공정거래전담 재판부 재판장 시절 4대강 입찰담합사건, 라면 담합사건, 휴대폰보조금 사건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은 사건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했다는 평이다.

대구고법 재판장 재임시 선거에서 수억 원을 뿌린(매수행위)혐의로 기소된 청도군수 사건은 돈을 받은 사람이 목숨을 끊기도 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법원 제1형사부 재판장 시절 18대 총선기간에 40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일윤 국회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원심 징역 1년6월)했다. 결국 대법원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적법절차와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중시 판결...공직자 범죄 엄정한 책임 물기도

재일교포 간첩조작 재심사건 등에서 형사소송 원칙에 입각해 적법절차와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중시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간첩누명을 쓴 조봉암 선생 유족에 대해 국가배상을 명함으로써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가에 의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불법감청을 지시한 국정원 차장 등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묻는 판결을 했다.

-자유로운 이혼은 여권신장의 역사와 맞닿아 있어

가정법원 판사 이력이 있는 이 법원장은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혼을 너무 제약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혼인관계의 회복을 돕는 등 재판실무와 제도의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얘기를 듣는 이 법원장은 “행복한 혁명가, 엥겔스가 말한 ‘애정 없는 결혼은 부도덕 하다. 살다가 애정이 사라지면 이혼하는 게 맞다’는 표현을 빌려 “자유로운 이혼은 여권신장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숙려기간제도 및 상담제도 등을 도입했던 그는 “홧김에, 성급함 때문에 자녀에게 피해가 되는 이혼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법원장은 조명신 여사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조 여사와는 성균관대 캠퍼스 커플로 첫사랑이다. 연애시절 2세를 위해 아내를 상대로 아이큐테스트를 했는데 통과해 사법연수원 1년차 때 결혼했다고 귀띔했다. 아내가 머리가 좋다는 얘기를 은근히 자랑한 셈이다.

결혼하던 그해 앞서 부친이 작고해 충격으로 방황했었는데 결혼으로 충격을 극복했다고 한다. 이 법원장이 1993년 속초지원에서 근무하면서 아내는 수학교사를 그만뒀다.

-어린 아들에게 역사의식 심어주기 위해 퀴즈형식으로 호기심 자극

법원장은 속초지원에서 근무하면서 어린 아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역사이야기를 퀴즈형식을 통해 호기심과 자극을 일깨워 줬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많이 데리고 다니다 보니 속초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대출해갔다며 상을 받기도 했다.

장남(31)은 대통령 과학 장학생으로 미국 브라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구글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차남(26)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해군 법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주말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즐겁게 풍요롭게 보내는 방법

법원장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3남매의 막내로 집안형편으로 포항 공군기술학교(국비)를 가라는 담임의 권유를 받았다. 부모님에게 의논하자 어머니는 대학에 가기위해서는 인문계에 가야한다고 했다.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결국 장학금을 주는 우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체력이 약했던 그는 3시간 걸리는 등하교 시간을 감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은 걸어서 10분~20분 걸리는 성균관대학을 택했다. “거리가 가까워 공부가 잘된다.”고 하는 말이 이를 대변해 준다.

“72세에 작고하신 아버지는 소방관을 하시다 전차운전사를 거쳐 도장 파는 일을 하셨는데 학교에 납품하는 심부름을 제가 대신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87세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추운겨울 교회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제 이마에 손을 얻고 기도해 주곤 했는데 그때 어머니 손이 너무 차가웠다”며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렸다.

“주말을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즐겁고 풍요롭게 보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1년 주말 일정을 잡아 놓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덕이 있으면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는 의미의 ‘덕필유린’(德必有隣)이 이 법원장의 인품을 대변해 주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는 투명하고 열린 법원,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에 기여하는 법원으로

이강원 창원지법원장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해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남쪽의 산줄기 ‘법원장과 함께하는 낙남정맥 228km종주’을 시민들과 함께했다.

이강원 법원장을 비롯한 박민수 수석부장판사, 시민사법참여단 등 총 10명에게 완주메달이 주어졌다.

이 법원장은 다시 오는 7월~10월까지 5차례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기로 했다.

그는 5월 18일 법원장 취임 후(2015년 2월) 첫 외부강연을 했다.

경남대학교(총장 박재규)의 초청을 받아 한마미래관 4층 심연홀에서 대학생, 교직원 등 500명을 상대로 ‘법원장과 나누는 궁금한 판결 이야기’라는 부제의 특강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이강원 법원장은 6월 22일 저녁 재료연구소(성산구 성남동), 6월 28일 오후 4시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진주)강연을 하게 된다.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제396회 MBC 시민교양강좌에서 이강원 법원장은 ‘법원장과 나누는 궁금한 판결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30년간 법관으로 봉직하며 수많은 사건을 다뤄온 법원장의 ‘실생활에 밀접하고 시사성이 큰 판결’과 평소에 시민들이 법과 법원에 대해 갖고 있던 이야기를 명쾌하게 들려준다.

“겸손하고 진실한 사람이었다.”며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는 이강원 법원장의 건강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이강원 법원장 약력

-1960년 8월 서울출생
-1979년 우신고(서울), 1983년 성균관대 법대 졸업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15기)
-1986년 군법무관
-1989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1991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
-1993년 춘천지법 속초지원 판사,
-1996년 서울지법 판사,
-1997년 서울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겸임)
-1999년 서울고법 판사
-2001년 청주지법 부장판사
-2003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2006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7년 대구고법 부장판사
-200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5년 2월 창원지방법원장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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