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변경…명의신탁 차명 부동산 처분해도 횡령죄 안 돼

기사입력:2016-05-19 18:14:45
[로이슈 신종철 기자] 부동산 실제 소유자 대신 소유자로 등기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그동안 부동산 실제 소유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어기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횡령죄를 적용해 처벌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전 대법원 판례는 모두 폐기됐다.

이에 대법원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04년 7월 충남 서산시에 있는 토지를 매매대금 9억 8000만원에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강OO와 공동으로 2/4, 전OO, 진OO가 각 1/4 지분씩 매수하기로 했다.

A씨는 추후 매도할 때 편의를 위해 강씨 측 지분을 자신 앞으로 명의신탁해 2/4지분에 대해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인 자산 앞으로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A씨는 부동산의 2/4지분 중 투자금액지분비율에 따른 강씨 지분은 임의로 처분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강씨의 승낙을 받지 않고 2007년 5월 심OO으로부터 6000만원을 차용하면서 이 토지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줬다.
또한 2008년 9월 농협으로부터 5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기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증액하는 근저당권변경등기를 마쳐줬다.

결국 A씨는 위 부동산 중 강씨 지분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2013년 8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2014년 5월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강OO씨)의 승낙 없이 공동으로 매수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피해자 부동산의 지분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사건의 쟁점은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등기를 맡긴 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명의수탁자(등기 명의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경우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종전 대법원의 판례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다만, 횡령죄 성립의 논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아 왔다.

이번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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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 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19일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A씨에 대한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내용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즉 위와 같은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결들을 폐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판례 변경 이유는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어서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됨에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횡령죄에서 재물 보관의 전제가 되는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사처벌 필요성을 이유로 명의수탁자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반하고, 부동산실명법 취지에 비추어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어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내세워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이 금지ㆍ처벌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유지ㆍ조장해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해 타당하지 않고, 이러한 점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른바 계약명의신탁과 비교했을 때 횡령죄 처벌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가 횡령죄 및 배임죄 모두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왔다.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은 유사한 면이 있고, 법률전문가도 이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 제재를 하지 않고,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만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 신탁부동산을 임의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고, 횡령죄에 관한 법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와 규율 내용,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부합하지 않았던 종전 판례들을 모두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타인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처벌될 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 준 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향후 더 이상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문
http://www.scourt.go.kr/sjudge/1463637978632_150618.pdf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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