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형사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30일 아침에 판사실로 날아온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사기 등 11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머니 A씨를 자식 품으로 돌려보내달라는 A씨의 고등학교 2학년 딸이 보낸 것. 마침 이날은 A씨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어머니의 선처를 부탁하는 간절한 편지를 받은 성 부장판사는 재판기록을 다시 꼼꼼히 살펴 본 뒤 펜을 들어 이 여고생에게 답장을 썼다.
성금석 부장판사는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보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에 대한 재판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성 부장판사는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피해자들의 용서(피해 변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 줄 수 있단다”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그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 작성이나 봉사활동으로 사죄에 갈음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한 뒤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구나”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위로했다.
성 부장판사는 “나도 어려운 유ㆍ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라고 공감을 표시하면서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라고 거듭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다음은 성 판사가 여고생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
000 양에게
이 편지를 쓰는 아저씨는 울산지방법원 형사 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란다.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보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에 대한 재판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피해자들의 용서(피해 변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 줄 수 있단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 작성이나 봉사활동으로 사죄에 갈음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구나.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 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렴.
2011. 6. 30. 울산지법 402호 판사실에서 성금석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