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A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조항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망 후 시체를 인수하는 사람이 없으면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국선대리인 선임 신청을 하고 이 법률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법률조항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러나 최근 5년간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해부용 시체를 제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점, 실제 의과대학이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대부분 시신기증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점, 시신 자체가 아닌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관련 법규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식ㆍ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률조항은 본인이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사후에 무연고 시신이 되더라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한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