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대회에 참가한 대다수의 시민들이 무장 폭도로 매도당했고, 미국에선 경찰이 총을 쏴서 시민이 사망해도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는 극언이 나왔다”며 “급기야는 집회 참가 시민을 국제적 테러단체인 IS에 비유하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등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이른바 ‘복면금지법’을 재빠르게 발의했다”고 일련의 움직임을 짚었다.
민변은 “단지 복면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국민과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살상을 자행하는 테러단체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할 책무가 있는 헌법기관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비판했다.
또 “복면금지법 또한 이미 2009년 발의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반대한 것이며, 집회의 자유에는 복장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설시한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반하는 것으로, 입법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복면착용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는 물론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복면착용이 필연적으로 불법ㆍ폭행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어떤 근거도 없으므로 현존ㆍ명백한 위험이 없는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복면착용을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헌법은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헌법과 현실의 괴리는 광화문대로에 세워진 차벽만큼이나 견고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은 집시법 시행령상의 주요도로 조항을 근거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고 있으며, 법적 근거 없이 인체에 극히 유해한 용제를 물대포에 섞어 시민들에게 직사(直射)하고 있다”며 “칠순의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아직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에 놓인 것은 우연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견된 참사였다”고 말했다.
민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사의 자유로운 발현”이라며 “집회ㆍ시위는 자신들을 대변할 정치조직을 가지지 못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재 한국사회는 극심한 경제적ㆍ정치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헬조선’과 ‘금수저’ 담론은 국민이 이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장 잘 알려주는 대표적인 비유”라며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악ㆍ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등 민심과 엇나가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폭도로 몰기 전에, 차벽을 해체하고 광장을 개방하라.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하는 공안몰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민변은 “뜻 있는 국ㆍ내외의 언론과 시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대한민국의 정치적 퇴행을 염려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서 그들이 얻을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