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변호사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판례 변경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 대가와 결부시켜, 사법제도 신뢰 떨어뜨릴 위험” 기사입력:2015-07-24 12:19:48
[로이슈=신종철 기자] 형사사건에서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체결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종전 성공보수약정이 유효하다고 봤던 대법원 판례도 변경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착수금-성공보수’라는 변호사보수 체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의미가 매우 크며, 앞으로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 무슨 일 있었나?

허OO씨의 아버지 허△△씨는 2009년 10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긴급체포 후 구속됐다.

이에 허씨는 J변호사를 아버지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며, 성공사례금 항목에서 “석방조건 사례비 지급하되, 추후 약정하기로 함”이라고 기재한 형사소송선임약정서를 작성했다.

허△△씨는 2009년 11월 상습으로 57회에 걸쳐 합계 1억 6774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이후 J변호사가 허△△씨에 대한 보서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허OO씨는 변호사가 더 열심히 일해 아버지의 석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J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2009년 11월 보석허가결정을 내렸다.

석방된 허씨의 아버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대부분 피해자와의 합의 및 피해금 공탁 등이 참작돼 2010년 5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허△△씨가 항소하며 다른 변호사를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항소심에서 일부 범죄사실을 철회하는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진 후 2010년 9월 1심과 같은 형량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허OO씨는 “J변호사 등이 절도사건 피의자들과 합의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후 그 중 1억 3934만원을 임의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했고, J변호사는 아버지 석방을 위한 판사, 정신감정 의사 등에 대한 청탁비용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편취했다”며 고소했다.

허씨는 J변호사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허씨는 “1억원은 담당 판사 등에 대한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수익자인 J변호사의 불법성이 나의 불법성보다 훨씬 큰 경우에 해당하고, 설령 성공보수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경중, 사건처리의 경과 및 난이도,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J변호사는 “1억원이 석방에 대한 사례금을 먼저 받은 것이고, 부당하게 과다한 것도 아니어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2013년 10월 1심 대구지방법원은 “J변호사로서는 1억원을 변호사 보수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인정될 뿐, 판사 또는 의사에게 청탁할 비용 명목으로 수령한 것이 아니므로, J변호사에게 1억원의 수령에 관해 불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항소심 “J변호사는 의뢰인 원고에게 성공보수금 중 4000만원 반환하라”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허OO씨가 J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 오OO는 보석허가신청 후 원고에게 변호사가 더 열심히 일해 아버지의 석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1억원을 주라고 제의하고, 이에 원고가 J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한 점, 이후 법원에서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지고 아버지가 석방된 점, 이후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대부분의 피해자들과의 합의 등이 참작돼 안동지원에서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은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J변호사에게 지급한 1억원은 변호사보수금(성공보수)으로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1억원을 청탁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다수임료 반환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 J변호사에게 지급한 1억원을 성공보수금으로 보고, 그 중 적어도 4000만원 부분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피고인과 사이에 체결하는 변호인선임약정은 양 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임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변호사는 형사사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임계약의 조건이나 이행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합리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선임계약에서 착수금으로 정해진 금액은 1000만원으로 허씨가 지급한 성공보수 1억원은 그 10배에 해당하며, 허씨는 성공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어머니 소유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점에서 성공보수가 과다하다고 봤다.

게다가 허씨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포함한 변호사보수와는 별도로 피해자들과 합의작업을 위해 2억원을 지출했고, 피고 오OO가 2억원으로 피해자들과 접촉해 형사합의를 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J변호사는 변론 및 변론준비 업무를 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허씨의 아버지가 공판기일에서 범행을 자백한 점에 비춰 J변호사가 수행한 변론 및 변론준비 업무는 피고인 접견, 통신사에 대한 사실조회신청,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신청, 양형자료 수집, 공판기일(4회)의 출석과 변론서 제출이 대부분이었을 것을 참작해 판단했다.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이 사건은 J변호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OO씨가 J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15다200111)에서 J변호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 J변호사는 원고 허씨에게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사법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과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을 이상으로 한다”며 “수사와 재판을 포함한 형사절차는 국민의 자유, 재산, 명예는 물론 사회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직결돼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엄정하고 공정하게 운용돼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형사절차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에 직접 명시될 정도로 변호인은 형사절차에서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따라서 변호사는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나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와 마찬가지로 형사절차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개인적 이익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실현의 한 축으로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해야 하는 공적인 지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사법도 변호사의 사명이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고,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해 직무를 수행한다고 선언하는 등 변호사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판사ㆍ검사, 재판ㆍ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한 행위,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의 비용을 변호사 선임료ㆍ성공사례금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실제 그와 같은 용도로 금품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규정(제110조)까지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법연수원제도를 통해 사법연수생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해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등 변호사 양성비용을 부담한 것도 이러한 변호사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보수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나, 형사소송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로서 당사자의 생명, 신체의 자유, 명예 등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다른 사건에서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며 “따라서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의 보수는 단순히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한 대가 수수관계로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의 보수 중에서도 사건해결의 성공 정도에 따라 변호사에게 특별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이른바 ‘성공보수약정’은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고, 형사절차나 법조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나 공정성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법적 효력에 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사건의 경우 성공보수약정에서의 ‘성공’의 기준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에 따라 정해질 것이지만, 수사 단계에서는 불기소, 약식명령청구, 불구속 기소, 재판 단계에서는 구속영장청구의 기각 또는 구속된 피의자ㆍ피고인의 석방이나 무죄ㆍ벌금ㆍ집행유예 등과 같은 유리한 본안 판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성공보수약정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인신구속이나 형벌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만약 형사사건에서 특정한 수사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해 그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가, 형사사법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ㆍ염결성이나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공적 역할과 고도의 직업윤리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국민들이 보편타당하다고 여기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성공보수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의뢰인과 전적으로 이해관계를 같이 하게 되면,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이나 공공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고, 이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형사사건의 통상적인 성공보수약정에서 정한 ‘성공’에 해당하는 결과인 불기소, 불구속, 구속된 피의자ㆍ피고인의 석방, 무죄 판결 등은 변호사의 노력만으로 항상 이루어낼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직시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형사소송절차는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공판절차에서도 직권증거조사 등 직권주의적 요소가 적지 않으며, 형벌의 종류와 형량의 결정에서도 재량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게 규정돼 있는 등 수사나 재판의 결과가 상당한 권한을 가진 법관이나 검사의 판단 영역에 속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에 따라 변호사로서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수사나 재판의 담당자에게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고, 변호사의 노력만으로 ‘성공’이란 결과가 당연히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는 의뢰인으로서도 성공보수를 약정함으로써 변호사가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사건의 처리결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형사사법 업무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의 염결성을 의심받거나 심지어는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사ㆍ재판의 결과마저도 마치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만들어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구나 변호사가 구속적부심사청구, 보석신청 등을 해 그에 대한 재판을 앞둔 상태에서 석방결정을 조건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미리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는 경우라면 이러한 의혹과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처럼 수사와 재판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어떤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이나 연고와 정실, 극단적으로는 ‘돈의 유혹이나 검은 거래’에 의해 좌우된다고 국민들이 의심한다면, 그러한 의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법치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고, 형사절차의 공정성과 염결성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형사사건에서 일정한 수사ㆍ재판결과를 ‘성공’과 연결 짓는 것 자체도 적절하지 않고, 국가형벌권의 공적 실현이라 할 수 있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놓고 단지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라고 하여 이를 임의로 ‘성공’이라고 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수수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만약 ‘성공’에 해당하는 수사ㆍ재판 결과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모면한 것이라면 사법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고, 반대로 그것이 당연한 결과라면 의뢰인은 형사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공보수를 지급하게 됐다는 억울함과 원망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ㆍ고소인을 대리하면서 피의자ㆍ피고인의 구속을 ‘성공’의 조건으로 내세운 약정의 경우에는 국가형벌권을 빌려 ‘남을 구속시켜 주는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수수하는 것이어서 이러한 불합리함이 더더욱 드러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나 변론활동에 들인 시간ㆍ노력ㆍ비용에 상응해 합당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성공보수약정이 따로 없더라도 변호사는 성실하게 의뢰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변호사사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변론활동을 놓고 특정한 결과와 연계시켜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은, 의뢰인은 주로 인신구속이나 형벌이라는 매우 급박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이와 같은 약정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보도 없는 다수의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처지에 비춰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사정들로 인해 의뢰인들의 성공보수약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누적된다면 변호사는 ‘인신구속이나 형벌을 수단으로 이용해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다면, 변호사제도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게 되고, 이는 형사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사사건은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으로서 그 결과가 승소와 패소 등으로 나누어지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춰 보더라도 성공보수약정이 허용됨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의뢰인이 승소하면 변호사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당장 가진 돈이 없어 변호사보수를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도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결과에 따라 변호사와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므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을 민사사건의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비록 구속영장청구 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자체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부단히 변천하는 가치 관념으로서, 어느 법률행위가 이에 위반돼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 그동안 대법원은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특성에 관한 구별 없이 성공보수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해왔고, 대한변호사협회도 1983년에 제정한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형사사건의 수임료를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누어 규정했으며, 위 규칙이 폐지된 후에 권고양식으로 만들어 제공한 형사사건의 수임약정서에도 성과보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변호사나 의뢰인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약정의 효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돼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종래 이루어진 보수약정의 경우에는 보수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대법원이 이 판결을 통해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종래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는데, 종전 대법원 판결들은 이번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심 판결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허△△의 석방을 조건으로 체결된 약정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측면이 있다”며 “다만 성공보수약정은 대법원의 견해 표명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약정사실만을 가지고 민법 제103조에 위배돼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원심이 1억원의 성공보수약정 중 6000만원을 초과하는 4000만원 부분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보수금약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대법원전원합의체모습(사진=대법원)


◆ 민일영ㆍ고영한ㆍ김소영ㆍ권순일 대법관은 보충의견

한편, 민일영ㆍ고영한ㆍ김소영ㆍ권순일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제기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을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평가하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착수금과 성공보수라는 이원적인 변호사 보수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되고,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계약체결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변호사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고취되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확보되며, 전체 변호사 집단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제한은 합리적이고 균형에 맞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대법관들은 “안타깝게도 사실 여부를 떠나 적지 않은 국민들이 유전무죄ㆍ무전유죄 현상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사회적 풍토 아래에서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은 그동안 형사사법의 공정성ㆍ염결성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증폭시키는 부정적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명한 법언(法諺)처럼 우리가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사회구성원들의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사법제도나 국가기관도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와 공감이라는 기반 위에 서지 않는다면 존립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수수하는 변호사의 행위 자체가 우리 사회가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공공성이나 고도의 윤리성과 배치되고 형사사법에 관한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사회적 타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의식”이라며 “많은 국민이 어떤 사법제도나 실무관행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면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법률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해하거나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공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변론활동에 대한 보수결정방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됨으로써 형사사법제도의 운용과 변호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을 구현하고 선진적인 법률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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