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빌린 돈 갚지 못했다고 사기죄 아냐…갚을 의사나 능력 봐야”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기사입력:2015-06-30 17:57:06
[로이슈=신종철 기자] 자신의 재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비록 갚지 못했더라도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회사에서 퇴직한 50대 김OO씨는 2005년부터 돈을 빌려 처남과 함께 여행사에 자금을 투자해 여행사 운영에 관여하고 2006년경에는 사채업자, 친인척 등으로부터 5억원 가량을 빌려 여행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자금사정 악화로 직원들에 대한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2007년 6월에는 처남이 여행사 채무 부담으로 자살했다.

이후 김씨가 직접 여행사를 운영했으나 부채에 시달리고 자신이 소유하던 부동산에는 시가를 초과하는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 등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처에게 지인들에게 부탁해 돈을 빌릴 것을 요구했다.

김씨 아내는 이웃에 거주해 25년 동안 알고 지낸 지인 L씨에게 “남편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는데 돈을 좀 빌려 달라”고 부탁해 2007년 5~6월, 2008년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70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다.
이에 L씨는 2013년 10월 김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이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도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반면 김씨 부부는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과 2심(항소심)은 김OO씨 부부에게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회사 급여로는 생활비 지출과 대출이자 변제에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피고인이 투자한 여행사로부터는 별다른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있었고 사정이 악화됐을 뿐 개선되지 않은 점, 빌린 돈으로 기존의 차용금 채무 등을 갚는데 사용하는 등 채무를 돌려막기 해야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돼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청사

▲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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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은 왜 7000만원 갚지 못한 사기 혐의 무죄로 판단했나?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OO씨 부부에 대한 상고심(2015도1809)에서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분양받은 아파트에 2009년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날에 채권최고액 5억6000만원이 넘는 근저당권 3건이 설정된 점에 비춰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아파트에 관한 분양권 가치는 적어도 5억원 정도는 됐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처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빌라 2억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채업자나 지인들로부터 5억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피고인들이 소유하던 아파트와 빌라 등 재산 상황을 고려하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피고인들에게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또 “더욱이 피고인의 처는 2007년 6월 피해자로부터 4500만원을 빌리면서 피해자에게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있다’고 말해 여행사의 재정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알려줬다”는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처와 피해자는 이웃에 거주하면서 25년간 알고 지냈으며, 피해자는 문제된 이 사건 이전에도 돈을 대여하기도 했던 점, 피해자는 마지막 대여일인 2008년 11월로부터 5년이 지난 2013년 10월에서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해자가 단순히 돈을 갚겠다는 피고인들의 말만을 믿고 돈을 대여해 줬다기 보다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인간관계로 인한 신뢰에 터잡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돈을 빌릴 당시 돈을 나중에 갚겠다고 진술한 외에, 변제 자력을 과시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작성해 제시했다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씨는 처남이 운영하던 여행사에 투자했는데, 처남이 2007년 6월 여행사 채무 부담으로 자살하자 피고인이 직접 운영하면서부터 재정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실제 많은 돈을 투자해 회사를 살려보려고 애썼으나 여행사의 재정상태가 계속 악화되자 결국 여행사를 폐업하고, 그 때문에 피해자에게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차용 당시부터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편취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사기죄의 편취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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