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외도 가출 유책배우자 이혼 가능?

외도해 혼외자 딸 낳고 가출해 15년 별거한 남편이 아내 상대로 이혼청구소송 기사입력:2015-06-27 14:39:59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대법정에서 바람을 피워 혼외자를 낳고 가출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을 열고 실시간 중계방송을 했다.
공개변론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원고 소송대리인과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피고 소송대리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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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원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인터넷으로,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케이블방송으로 생중계됐다.

대법원은 이번에 공개변론을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중계함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의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을 도모함과 아울러,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신뢰도 확보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여)씨는 1976년 결혼해 성년이 된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런데 혼인생활 중 A씨의 늦은 귀가, 외박 등으로 자주 다퉜다.
특히 A씨가 1996년 J(여)씨와 교제하면서 1998년에는 딸을 낳았다. 아내 B씨가 J씨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A씨는 2000년 1월 집을 나와 현재까지 J씨와 동거하고 있다.

A씨는 처와 별거 중에도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고 생활비 명목으로 월 10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그러다가 신장투석으로 힘든 과정에서 2011년 처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거절당한 후 혼인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2012년 1월부터 처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동거 중인 J씨와 사이에 중학생 딸이 있고, 병든 자신을 보살피고 있는 사람이 J씨이므로 B씨와의 혼인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혼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반면 B씨는 남편 A씨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미혼인 두 자녀 때문이라도 남편의 이혼청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대구가정법원 가사3단독 채정선 판사는 2012년 8월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원인은 원고가 1996년경부터 조OO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까지 두고, 2000년 집을 나가 조OO와 동거하고 있는 원고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대구가정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김정도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1심 판단은 정당해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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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혼청구 사건, 파탄주의냐 vs 유책주의냐

이 사건은 A씨가 상고해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이 사건을 회부했다. (대법원 2013므568)

물론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의 종전 판례(2004년 9월 24일. 2004므1033) 판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는 게 판례다.

이날 공개변론에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소송관계인들과 방청객들에게 공개변론과 재판 중계방송의 취지, 사건의 쟁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

원고 소송대리인으로는 장순재, 김수진, 장세동 변호사가 참여했다. 피고 소송대리인으로는 박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이미숙 변호사가 참여했다.

참고인들로는 해당 분야 전문가 중 이화숙 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원고 측)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피고 측)이 참석했다.

원고(A) 소송대리인 김수진 변호사는 변론에서 “세계 각국의 이혼법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에서 이를 허용하는 파탄주의로 변경돼 왔다”며 “혼인관계의 파탄은 불가피한 사회적 현상이고, 파탄된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은 부부를 비롯해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면 파탄주의에 따라 유책 여부를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되, 상대배우자와 자녀의 보호를 위한 보완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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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고(B) 소송대리인 양소영 변호사는 “파탄주의로의 전환을 받아들일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며 “우리 민법은 이혼 시 상대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조항과 혼인파탄에 관한 기준을 명백히 규정하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현재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 및 자녀의 부양을 해결할 수 없다”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원칙은 헌법상 국가의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의무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탄주의로 나아가게 되면 상대배우자와 자녀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했다.

원고(A) 측 참고인 이화숙 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탄주의는 이미 심각하게 파탄된 부부의 이혼을 법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이혼 부부의 새출발을 가능하게 하고 유책주의의 적대적인 이혼절차 대신에 성숙한 이혼과 깨끗한 청산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화숙 전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탄주의는 약자인 무책배우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파탄주의를 취하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약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좋은 이혼법’은 혼인의 안정을 지지하고, 혼인이 유감스럽게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공허한 법적 허울을 벗도록 도와주되, 최대한 공정하고 비참함과 고통 등이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법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남녀 평등하게 개정됐고,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탄주의로 전환할 여건은 어느 정도 성숙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교수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경우 혼인의 파탄 여부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혼으로 인해 고통이 예상되거나 자녀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않으며, 형평에 맞는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지급 등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피고(B) 측 참고인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해 볼 때 파탄주의로 전환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봤다.

조경애 부장은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여성이 자녀문제 등을 이유로 이혼을 원하지 않음에도 이혼을 강요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밝혔다.

또 “시민들을 상대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유책배우자에 대한 제재와 약자 보호, 혼인생활에 있어 신의성실과 도덕성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분석했다.

조경애 부장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지금보다 넓게 인정하게 위해서는 사회적 여건의 개선과 법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위자료의 상향조정,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처분제한, 혼인 중 재산분할제도의 신설, 남녀의 동등한 사회적․경제적 지위 확보, 이혼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 이혼 후 부양제도의 도입,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일원화 등”을 꼽았다.

조 부장은 “일정 정도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우리 사회와 국민이 파탄주의를 수용할 수 있는 지점에서 파탄주의로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26일대법원전원합의체공개변론(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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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대리인들의 모두변론, 참고인들의 의견진술에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 김용덕 대법관(주심), 민일영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의 순서로 양측 소송대리인들과 참고인들에게 이 사건의 심리를 위해 필요한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한편, 대법원은 공개변론의 내용과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전원합의체의 합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에 맞추어, 대법원은 판결의 선고기일을 따로 지정하고 소송관계인에게 이를 통지한다.

대법원은 이번 중계방송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증진하는 한편, 중요한 국가적ㆍ사회적 문제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 법원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은 앞으로도 적절한 사건에서 재판 중계방송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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