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불복해 A씨는 수원지방법원에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2013년 1월 직권으로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8명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2013헌가6)을 내렸다. 김종대 재판관은 운전면허의 필요적 취소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
이미지 확대보기헌재는 “자동차 등을 범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유발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과 동시에 차량을 이용한 범죄의 발생을 막고자 하는 심판대상 조항은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자동차 등을 이용한 범죄행위의 재발을 일정기간 방지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심판대상 조항 중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부분은 포섭될 수 있는 행위 태양이 지나치게 넓을 뿐만 아니라, 하위법령에서 규정될 대상범죄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그 위임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규제할 필요가 있는 범죄행위가 아닌 경우까지 이에 포함될 우려가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자에 대하여는 생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중대한 직업의 자유의 제약을 초래하고, 운전을 업으로 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도 일상생활에 심대한 불편을 초래해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창종 재판관은 “입법자는 자동차 등을 이용해 살인 또는 강간 등의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운전자는 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결여돼 있어 운전 적격이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해 일정기간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이러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위험 및 그 위험을 방지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운전면허의 취소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본 입법자의 선택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자동차 등을 이용한 살인 또는 강간 등의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입는 피해를 방지해야 할 공익적 중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5년 11월 24일 선고한 2004헌가28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기 전인 구 도로교통법 제78조 제1항 제5호에 대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도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해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