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전통의 색을 입혀 미래의 전통을 재창조하는 김민휘 정재인 모녀 주얼리 작가

기사입력:2016-12-22 17:20:27
■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

■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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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이가인 기자] 오래됐다는 것은 고루하고 진부하다는 말이 아니다. 수많은 시간을 견뎌내어 단단해졌다는 말이다. 우리의 오랜 전통에 감각을 입히면 미래의 전통이 되어 생명력을 얻는다고 굳게 믿는 모녀 작가가 있다.

모녀 작가는 한류가 오늘날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기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우리나라의 전통을 외면할 때부터 묵묵히 그 믿음을 지켜왔다.

최신 트랜드에 민감한 브랜드들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명품으로 즐비한 강남구 청담동.
청담동 한복판에서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신념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작업에 몰두하는 민휘아트주얼리의 김민휘, 정재인 모녀 작가를 만났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우아한 전통 장신구부터 화려하고 현대적인 파인 주얼리, 그리고 유니크하고 세련된 액세서리까지 전혀 다른 느낌의 보석들이 한 공간에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마치 진귀한 보석 박물관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작품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니 눈에 익어 반가운 작품들이 많다. <별에서 온 그대>, <용팔이>, <가면> 등 인기 한류 드라마의 메인 에피소드에 등장하며 TV로 접했던 주얼리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영상 매체로 만났던 것 보다 훨씬 섬세하고 아름다워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Q. 매장에 직접 와보니 디자인한 주얼리 작품 수가 정말 많다. 홈페이지로는 볼 수 없던 작품들이다. 일반 고객은 이렇게 멋진 주얼리들이 있는지 잘 모를 것 같다. 연예인 고객도 많다고 들었는데 주요 고객층이 어떻게 되나?

김민휘 작가: 우리는 결혼 예물이나 개인적인 주문 제작 건이 가장 많다. 다양한 라인이 있는데 원래 고가의 주얼리는 매장에 직접 와서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따로 알리고 있지는 않다. 내가 이 자리를 지킨 지도 10년이 넘었다. 항상 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가장 귀중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는 정말 제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 모두 단골이 된다. 신뢰 관계를 형성한 오랜 고객들이 많다. 어머니와 딸, 손녀로 이어지는 주얼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다.

연예인 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분들, 드라마와 영화 팀 등 함께 일하는 분들께서 우리 주얼리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신다. 일하면서 고객이 된 분들이 많다. 일 특성 상 여러 업체의 주얼리들을 경험해 보시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 주얼리가 최고라며 선택해주실 때 정말 기쁘고 힘이 난다. 외국 손님들도 꽤 찾아오는데 우리가 우리 매장을 알려 놓은 곳도 없고, 홈페이지에 외국어로 번안해 놓은 것도 없기에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Q.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도 매장에 직접 와보고 많이 놀랄 것 같다. 직접 와서 실제로 작품들을 보고 나니 민휘아트주얼리의 일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재인 작가: 여러 작품을 통해 만났던 분들도 직접 와 보시고는 “종류가 진짜 많구나” 하시기는 한다.(웃음) 직접 와서 작품들을 보시고 다른 형태로 일이 이어지기도 한다. 요즘에 드라마 ‘미씽 나인’에 나오는 주얼리들을 작업하고 있다. 작년에 ‘미씽 나인’의 최병길 감독님께서 우리 숍에 방문하셨는데, 그 때 미술 작품의 구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지금, 그러니까 거의 1년 뒤에 작품에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정말 반갑고, 작업하면서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

김민휘 작가: 사실 나는 예전부터 MBC 드라마를 위주로 했었고, 재인이는 SBS 드라마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MBC에서 나를 아시는 분들은 재인이를 마냥 어리게만 보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아주 잘하고 있다는 칭찬들을 해주셔서 마음이 뿌듯하다. 최병길 감독님이 디테일에 민감하신 분인데, 재인이가 그걸 몇 번씩이나 수정하면서 다 맞췄다. 새벽 촬영에도 늦지 않게 시간을 다 맞추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아이템들도 모두의 마음에 들게 작업을 완성했다. 최종으로 선택되지 않은 작품들까지도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정재인 작가: 사실 그 때 잠깐 뵈었던 건데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내 역할을 잘해내서 꼭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최상의 결과를 내서 ‘역시 찾을만한 이유가 있네’라는 말이 나오도록 하고 싶다. 나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잘 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다. 작업할 때마다 늘 그렇게 했고, 이번에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미씽 나인’에 함께 하는 분들께서 다들 잘 챙겨주셔서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

Q. 드라마나 영화의 감독은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휘아트주얼리의 역할을 더 중시할 것 같다. 이제는 UHD시대이고, 한류 드라마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장신구나 소품이 중요한데, 민휘아트주얼리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민휘 작가: 얼마 전에는 ‘기술자들’ 김홍선 감독님께서도 정말 좋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재인이가 또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재인이가 딸이기 때문에 마냥 걱정되는데 나가서는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받고 있어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정재인 작가: 감독님께서 경험담과 함께 정말 힘이 되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힘이 났다. 요즘 들어 어른들께서 해주시는 말씀들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하나도 흘려들을 이야기가 없다. 시간 내주셔서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Q. 함께 작업한 연예인이나 드라마의 팬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다고 들었다.

김민휘 작가: 작업을 보시다가 재인이의 팬이 되어 주시는 것 같다. 이메일도 그렇고, 선물을 많이 받는다. 우리 언니, 오빠를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들을 많이 해주신다. 사실 재인이의 작업실이 외부에 따로 있어서 재인이는 쇼룸에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재인이를 못 만나고, 나만 만나면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웃음)

정재인 작가: 만난 분들도 많다. 팬 분들을 만나보니 참 좋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우리 주얼리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신다. 만나 보니 연예인 분들께서 팬 분들을 아끼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들 순수하고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야기를 듣다가 감동 받은 적이 많다. 나도 함께 하는 연예인 분들을 좋아하지만 사실 내 주얼리를 착용하기 때문에 고맙고 좋은 것 같거든.(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정재인 작가: 단체로 같이 오셨던 것은 틴탑 팬 분들이 처음이었다. 외국 팬 분들까지 오셨다. 내가 작업하는 드라마와 영화들까지 다 챙겨보고 응원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하다.

김민휘 작가: “‘사각지대’ 주얼리는 혁명이었다. ‘장난아냐’ 때는 큰 주얼리를 착용해서 멤버들의 미모를 가렸다. 정재인 디자이너님이 무대를 세련되게 만들어줬다.” 이런 말들을 한 목소리로 하시는데 듣는 나도 감동 받았다. 팬 분들께서 계속 함께 하자며 많이 응원 해주신다.

틴탑 같이 오래 한 팀은 우리가 스케줄을 다 알게 된다.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스케줄마다 우리 주얼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오픈해서 의논해주니까 재인이도 신경을 많이 쓴다. 앨범 활동 기간이 아닌데도 예능이나 해외 스케줄이 많다. 어제도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해외 팬미팅과 공연에 쓸 액세서리를 픽업해 가셨다.

정재인 작가: 사실 틴탑 멤버들을 안 본지 매우 오래됐는데, 계속해서 틴탑 소식을 듣고, 사진을 받으니 자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습 촬영 때도 협찬 사진을 챙겨서 보내준다.(웃음) 멤버들이 정말 인간적이고 참 착하다. 협찬 사진도 예쁘게 잘 챙겨주는데, 주얼리가 잘 나온 다른 버전의 사진을 SNS에 업로드도 해준다. 그런 것들이 다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심에서 나오는 예쁜 행동들이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잘 챙겨주시는 스타일리스트 팀에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내가 틴탑과 꾸준히 일하고 있으니까 내가 틴탑 멤버들과 큰 친분이 있다고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웃음) ‘사각지대’ 활동 이후로 만난 적이 없다. 멤버들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멤버 모두가 매우 성의 있고, 예쁜 사람들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1년이 넘게 꾸준히 일해 왔는데 변함없이 잘해줘서 고맙다.

멤버들도 그렇게 신경써주시는데 팬 분들까지 신경써주셔서 두 배로 고맙다. 나는 내 주얼리가 나가면 어떻게 보여 졌는지, 어땠는지 항상 궁금하다. 그래야 다음 디자인에 반영해서 더 발전할 수 있다. 근데 팬 분들께서 주얼리가 어디서 어떻게 보여 졌는지 알려주시고 주얼리만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들도 챙겨주신다. 스타일리스트 팀을 통해 받는 사진들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알려주신다. 팬 분들께 듣고 보니 멤버 분들께서 팬미팅 자리에서 주얼리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멤버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고마웠다.

김민휘 작가: 팬 분들께서 활동 때 착용된 주얼리들을 구매해서 멤버들에게 선물해주시기도 했다. 재인이가 처음에는 안 판다고 했는데 몇 달에 걸쳐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회사 메일로 왔기 때문에 회사 식구 모두가 함께 봤는데 진심이 담긴 글이었다.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꼭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디자인에 멤버 캐릭터가 잘 담겨있어 주얼리만 봐도 누구 것인지 파악될 정도”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디자이너로서 그런 코멘트를 받기 쉽지 않다. 팬 분들도 인정해 줄 만큼 재인이가 애썼구나 싶었다.

정재인 작가: 일주일도 아니고 몇 달에 걸쳐 보내는 그 정성이 정말 감동이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팬 분들께서 선물을 자꾸 보내주시는데 이미 너무 많이 받아서 그만 받아도 될 것 같다.(웃음) 주얼리에 대한 피드백은 정말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도 그런 피드백은 계속 받고 싶다. 특히, 주얼리 사진들은 큰 선물 받는 기분이 든다. 더 좋은 디자인을 해낼 수 있게 된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가격대가 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팬 분들의 예산에 다 맞춰줬다. 그래서 팬 분들이 손해보고 판 것 아니냐며 또 선물도 보내시고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비즈니스를 잘 못한다. 사람들이 취미생활 한다고 한다.(웃음)

근데 재인이는 더 하다. 아예 안 팔려고 하고, 예산에 맞춰주고 그런다. 팬 분들도 다른 데에서 많이 선물해봐서 원래 얼마인지 안다며 잘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정재인 작가: 나는 원래 판매에 잘 관여하지 않는다. 사실 잘 모르기도 한다. 근데 엄마도 참 안 따진다. 다 깎아주고 사정을 봐주고 한다. 요즘 내 친구들이 결혼반지 사러 숍에 많이 방문하는데 엄마가 선물을 너무 많이 주신다고 한다.(웃음)

김민휘 작가: 솔직히 수익보다는 우리를 선택해준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재인이 또래의 나이 어린 손님들은 다 자식 같다.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지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Q. 남자 연예인의 팬들이 지지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보통 여자 스태프의 경우, 환영 받지 못하기도 하다.

정재인 작가: 누구든지 정말 좋은 관계로 일하면 남들도 오해하지 않는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다 인간적이다. 서로 생각해줄 부분은 생각해주면서 윈윈 하고 있다. 내가 단순히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려고 하니까 초반에는 오해받은 적도 있었다. 근데 아닌 일이니까 해명할 필요도 없었다. 구구절절 해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해명 없이도 내가 일관되게 내 할 일을 잘 하고 있으면 오해들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한지 4년차가 됐다.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Q. 오해 받으면 속상하지 않나.

정재인 작가: 솔직히 나는 그런 말들에 휘둘리는 편이 아니다. 내가 아니고, 내가 당당하면 된다. 짐작만으로 타인에 대해 쉽게 말하고 안 좋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하다.

같이 일하던 분께서 “여기는 1부터 100까지의 사람이 다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말이 많이 나온다. 똑같은 일도 각자의 생각대로 해석해서 보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소신대로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알아봐 줄 사람은 다 알아봐준다”고 말씀해주셨다.

김민휘 작가: 근데 상대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찾아주면 재인이는 그걸 고마워하며 열심히 해서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 의뢰인은 재인이가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 알아봐주고 고마워하며 또 다르게 도움 줄 일을 찾는다.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일이 이어지고 서로 윈윈 하는 것이다.

숍에 결혼반지 사러 오는 재인이의 친구들도 여자와 남자 비율이 반, 반 정도다. 남자인 친구들이 재인이를 가리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라며 자신의 신부보고 재인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 그런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정재인 작가: 그래서 오히려 신부와 더 친해지기도 한다. 내 친구들이 다 오지랖이 넓어서 주변에 소개도 많이 하고 내게 친구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한다.(웃음) 내가 잘한 것도 없는데 그런 중요한 순간에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와서 챙겨주는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

친구가 고객이 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 온다. 내 주얼리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평생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Q. 모녀가 공유하는 것이 많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학교 매거진에 모녀 동문 작가로 소개됐다. 모녀가 나란히 주얼리 작가로 활동하고, 또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정재인 작가: 엄마가 80학번이다. 그러면 내게는 정말 대선배님이시다. 선후배 사이로 학교 매거진에 소개되니까 그게 더 와 닿았다. 그동안 대선배님께 너무 까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인터뷰 내내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웃음) 학교 책자를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소개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 열심히 해서 자랑스러운 동문이 되고 싶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의 소개에 미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동양화, 서양화, 경영학 수업을 들었고, 해외연수프로그램을 통해 뉴욕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 다녀왔다고 되어 있다. 재인이가 대학교 때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계속 권유했는데, 현장 경험을 쌓고 싶다며 열심히 뛰어다닌다.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다.(웃음)

정재인 작가: 난 늘 열심히 살았다.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공부 했다. 근데 디자인은 이론만 중요한 분야가 아니다. 어느 순간 이론이 내 경험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만 쌓이고 있는 것 같아 재미없었다. 폭넓게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드라마, 영화, 케이팝 등의 디자인 일을 하면서 열심히 경험을 쌓고 있다.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겠지. 그 때 공부하러 갈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학위만 따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스로 부딪혀서 부족한 부분을 안 다음에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렇게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고 싶다.

Q. 모교 매거진 인터뷰에서 인생 후배들을 위해 해준 말이 있나?

김민휘 작가: 학교 다닐 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라고 했다. 오래된 인연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정재인 작가: 나는 학교 다니는 내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외국도 가보고 여러 학과 수업을 듣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잘 되도록 도와주려는 곳이다. 학교에 개설된 수업이나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필요한 물건을 기억해놨다가 마트에 가면 바로 살 수 있다. 꿈도 마찬가지다. 진정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살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기회들이 왔을 때 기회를 알아 볼 수 있고, 놓치지 않게 된다.

Q. 모녀가 꿈을 함께 이뤄가는 것이 보기 좋다. 흔치 않은 일이다.

김민휘 작가: 딸이 내 생각을 많이 한다. 재인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방송이 재인이 이름으로 들어오는데 내가 하도록 작가님께 다시 이야기하고 챙겨준다.

이번 서울대학교 매거진 인터뷰도 원래는 재인이 앞으로 들어왔던 것인데 재인이가 에디터 분께 “엄마가 예전에 ‘서울대 동창 회보’에 인터뷰를 하셨던 적이 있는데 내가 아닌 엄마가 다시 하면 재밌을 것 같다”며 내 인터뷰로 돌렸다. 근데 에디터 분께서 재인이를 꼭 인터뷰하고 싶어 했다. 모녀가 모두 동문이니 공동 인터뷰로 하자고 해서 같이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재인이가 몇 년 째 계속 자신 앞으로 들어온 방송 일들은 내가 하도록 돌리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사람들은 내가 시킨 줄 아는데 아니다. 억울하다.(웃음)

정재인 작가: 엄마는 절대 그런 분이 아니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 어머니 이름을 더 세워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 모든 딸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를 대상으로 제안이 들어오는 프로그램 모두에 내가 적합한 것은 또 아니다. 그래서 못하게 되는 일들도 있는데 이제는 엄마 생각을 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재인이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임해도 좋을 것 같은데 너무 안하려고 해서 그 기회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재인 작가: 콘티를 보면 내가 성공한 디자이너라는 전제가 깔린 상태에서 방송이 들어온다. 스스로 ‘내가 성공한 디자이너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다. 아직은 작업에 더 몰두해서 내공을 쌓는 것이 맞다.

■ 김민휘 작가가 이태리 골드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문희의 꿈’

■ 김민휘 작가가 이태리 골드 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문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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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미 대단한 작품들에 참여해서 수많은 호평을 받아왔는데 겸손하다. 정재인 작가가 보기에 어머니 김민휘 작가는 성공한 디자이너인가?

정재인 작가: 엄마는 충분히 성공한 디자이너다. 한국적인 디자인이 저평가 되었을 시기에 신라시대 유물을 모티브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상했다.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고 몇 차례에 걸쳐서 수상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1, 2등을 나누는 수상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일을 보란 듯이 해낸 모습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디자인의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 의미 있다. 최초로 해내셨던 일들이다. 그리고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Q.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을 스스로 쉽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잘 만나서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뭔가 내 노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 좋지만은 않았다. 내 길은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것이고 나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데 내 노력은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내가 더욱 더 잘해내서 내 자신을 증명해야겠다는 오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해내고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응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없었을 것 같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어도 속상하지 않다.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면서 다방면에 도전했고 변경도 많이 했다. 걱정이 전혀 안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고 정도를 지키는 것을 아니까 그 결정을 믿고 따라줬다. 내 딸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재인이가 좀 남다르다. 딸은 비전과 열정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보란 듯이 잘 해내서 점점 더 신뢰하게 됐다.

정재인 작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간섭을 안 했다. 일이 잘못됐을 때는 “부모님께서는 이게 아니라는 걸 아셨을 텐데 왜 미리 안 잡아주셨지?” 하기도 했다. “엄마, 나 좀 말리지 그랬어?” 물어보면 “네가 결정한 거잖아”라고 하셔서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최선을 다 하고 지난 일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운명이고 될 일이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김민휘 작가: 보통 예술에 소질이 있으면 공부를 못한다. 내가 그렇다.(웃음) 근데 딸은 예술적인 감각도 있으면서 똑똑하고 현명하다. 무엇보다 마음씨가 참 착하다. 어려서부터 주변에 예쁨을 많이 받고 자랐다. 지금도 어쩌면 그렇게 딸을 잘 키웠냐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Q. 아무리 가족이라도 같이 일하다 보면 싸울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싸우지는 않나? 성격이 비슷한지?

정재인 작가: 성향이나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근데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어떤 일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의논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말 내 편이니까 믿을 수 있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마음만 있으면 성격과 성향이 다른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서로 믿고 말해주고 봐주고 하는 것들이 좋다.

김민휘 작가: 의견 충돌 시에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둘 다 솔직하게 할 말은 다 한다. 그리고 뒤끝이 없다. 우리끼리는 서로 비판도 많이 한다. 발전하고 싶어서 그렇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재인이가 불안해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만 쳐다본다. 그리고 나중에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았어야 된다고 혼낸다.(웃음)

정재인 작가: 나는 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오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 하다 보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말들도 있다. 엄마가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그렇기는 한데 누구나 그렇다. 나도 실수가 많다. 자신이 못 보는 부분을 서로 모니터링 해주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되레 엄마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드라마 현장에서도 한복 선생님들과 나를 친구 맺어주려고 한다. 내가 “친구가 없어 보여서 그러니?” 물어본다.(웃음) 나이가 드니까 오히려 딸이 돌봐준다.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는데 재인이가 큰 힘이 되어준다. 긍정 에너지로 가득한 딸 덕분에 갱년기도 우울하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재인이가 회사 식구들도 잘 챙긴다. 이번에 참여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그리고 ‘화랑’ 드라마 스크롤 자막에 장신구 디자인, 장신구 제작 파트로 나뉘어서 회사 식구들의 이름을 다 올렸는데 생각이 참 예쁘다. 기특했다.

Q.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이 하나 더 들어가면 그만큼 자신의 공로가 가려질 수도 있다.

정재인 작가: 남을 누른다고 내가 올라가고, 같이 이름을 쓴다고 그 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혼자 빛나면 외롭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 나는 일이 잘 되고 있는데 상대방은 일이 잘 안 풀리고 있으면 내 이야기조차 마음 편하게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이룰 수 있는 부분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함께 서로에게 좋은 일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잘 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오픈 마인드로 도와주고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다.

Q.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재인 작가의 진심을 알아봐주기 때문에 일이 계속해서 발전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내가 가진 것들보다 주변에서 더 좋게 만들어주고 있다.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계속 발전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일하는 방법도 많이 생각해 보는데 같이 하는 분들께서 내 생각에 동의해주고 도와주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조언해주시고 신경써주셔서 일이 발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인복이 많다. “내가 이런 말 하면 내 손해지만”이라며 진심어린 말씀들을 해주신다. 그리고 너무 손해 보는 것 아니냐며 제작비를 먼저 챙겨주시고, 자막도 잘 써주려고 하시는 등 우리 입장을 많이 생각해주신다. 함께 일하는 분들 중에 우리에게 일방적인 협조만 바라는 분이 없다.

정재인 작가: 내가 뭐든지 같이 해나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함께 하는 분들께 늘 감사하다.

Q.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은 마음과 시선으로 진심을 알아보기는 힘들기도 하다. 힘든 일은 없나?

정재인 작가: 최근에 드라마 ‘마이 온리 러브송’에 참여했다. 드라마에 주얼리도 중요하게 나왔지만, 작업하는 내내 함께했던 모든 분들과 화기애애하게 지내기도 했다. 이전에 여러 작품에 함께 했던 분들이 많아서 나를 잘 헤아려주시기도 했다. 얼마 전에 종방연 자리가 있었다. 종방연 자리에서 조감독님께서 “우리 주얼리 팀은 정말 최고인데 얼마 전에 작업했던 주얼리 팀은 정말 별로였다.”라는 말을 하셨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그 디자이너가 나였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차분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말이 다 끝나고서는 “반가워요. 제가 그 드라마에도 참여했던 디자이너에요” 웃으면서 먼저 손 내밀고 인사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웃음) 그 분께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크게 이야기 하셨기 때문에 충분히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재인이는 여유가 있었다. 오히려 그 분이 정말 민망해하고 미안해했다.

정재인 작가: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이미 나를 잘 아시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여유 있을 수 있었다. 나와 오랫동안 많은 작품들을 함께 해오면서 내 진심을 알아주고, 내가 잘되길 바라는 분들이기 때문에 나도 민망하지 않았다.

다들 그 분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내게 “네가 저 작품에 참여할 때는 그랬니?”라고 물어보지도 않으셨다. 바로 “여기는 1이 100이 되는 동네야. 어디서부터 와전이 됐을까 되짚어 보자”라며 하나하나 다 되짚어주셨다. 그 상황이 두 배 이상의 감동이었다. 테이블에 있던 모든 분들께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셨다. 모든 사람이 나서서 그렇게 해주시니까 조감독님도 그 자리에서 사실은 잘 모르고 했던 이야기라며 바로 미안하다고 하셨다.

김민휘 작가: 말 중에 ‘현장에 자주 왔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랬으면 재인이의 얼굴을 알았어야 하지 않나. 듣고 보니 모순된 말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하고,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고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정재인 작가: 나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그런 재밌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이전 작품 때 단체 톡방에서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다.(웃음)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면서 오해도 다 풀었다. 알고 보니 성격도 소탈하고 주변도 잘 챙기는 좋은 친구였다. 그 후에 포스터 촬영장에서 또 만났는데, 여기저기 ‘민휘아트주얼리는 현대극도 참 잘한다’며 홍보해주고 있는 모습을 봤다.(웃음)

Q. 다른 사람의 험담을 뒤에서 하는 경우는 많다. 그래도 직접 듣게 되는 일은 잘 없는데 기분 나빴을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나는 그 상황 자체가 재밌었다. 솔직히 뒤에서 말한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다. 앞에서 말해준 덕분에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됐고, 오해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직접 듣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었다면 그 말은 또 와전에 와전이 돼서 일파만파 퍼졌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이가 됐다.

사실 곳곳에 나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누가 그런 말을 한다’며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근데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분들을 막상 만나 보면 또 너무 잘해주신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그런 것이 몇 단계를 거치면 다른 말이 되기도 한다. 일일이 해명해야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진정성을 가지고 살다 보면 알아봐 줄 사람은 다 알아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미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김민휘 작가: 그 때 같이 있던 분들께서 “민휘아트주얼리가 좋은 마음으로 기분 좋게 일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서 일을 해도 곡해해서 받아들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과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니까 이런 일도 생긴다”며 앞으로는 사람을 가려가며 일을 해야 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말을 마음에 새기게 됐다. 맞는 말 같다. 서로 기분 좋게 일하고 싶다. 많은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제는 내 선에서 함께 해야 할 사람과 아닌 사람도 잘 보이는 것 같다.

정재인 작가: 내가 아직도 면허가 없다. 근데 사실 면허를 딸 필요성도 못 느낄 만큼 어디를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거의 집이나 작업실에 있다.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혼자서 작업하는데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같이 작업하는 분들조차 잘 못 만나면서 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과 작품들에 집중해서 더 좋은 결과들을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Q. 드라마나 영화에 참여할 때 현장에도 자주 나가나?

정재인 작가: 자주 가지는 않는다. 내가 안 가보면 신경 안 쓰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웃음) 그래도 필요할 때는 가보려고 한다.

김민휘 작가: 아무래도 재인이가 가면 그림이 달라지기는 하니까, 제작사에서 출장비도 챙겨주시고, 차량도 보내주신다. 얼마 전에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희선 씨가 팔찌를 만드는 장면을 좀 봐주기도 했고, 어제는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현장에 같이 갔다. 주원 씨의 머리꽂이가 중요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 날 가서 보니 재인이가 짧은 시간 내에 할 일을 야무지게 착착 해내는 모습을 보고 기특했다.

미용팀 분들이 새로 오셨는데, 한 팀처럼 일해보자며 인사도 예의바르게 잘하고 오연서 씨가 장신구 착용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면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 달 말에 나오는 장신구를 선물하는 장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소품팀과 의논하기도 했다. 시간 내에 다 해내는 그런 모습들이 프로 같고 멋져 보였다.

정재인 작가: 나는 그 날 정말 속상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중요한 장면에 쓰이는 장신구에 대한 것들을 알게 된 부분이 있었다. 나와 자주 소통하시던 미용팀장님께서 갑자기 그만두셔서 엄마가 알려주셨어야 하는데 안 알려주셨다. 엄마가 진짜 미웠다.(웃음)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요새 너무 바빠서 잠도 잘 못 자고 있다. 현장에서 그 장면에 대해 부족하다고 하면 말했을 텐데 기존에 있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해서 말을 안했다. 근데 재인이가 정말 속상해했다. 이 작품은 그런 마음으로 하면 안 된다며 바로 작업실로 갔다. 당진에 있었고 시간이 12시였는데도 작업실로 가야된다며 고집을 부렸다. 밤을 꼬박 새서 새로 만들어 냈다. 딸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예전부터 이 일을 했지만, 재인이가 일을 시작한 뒤에 여러 가지로 참 많이 바뀌었다. 특히, 감독님과 제작사 분들께서 전폭적으로 응원해주시고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말들을 해주신다. 재인이가 돈이 아닌 크레딧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작품에 참여하게 됐는데 제작사 대표님께서 재인이를 굳게 믿는다며 정말 큰 권한을 주셨다. 옆에서 보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저런 큰 믿음을 사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제 일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매순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사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정재인 작가: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생각해봤다. 믿어주시는 분들께 더 큰 믿음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민휘아트주얼리 作, 2013년

■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민휘아트주얼리 作,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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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민휘아트주얼리처럼 어떤 드라마의 장신구 부분을 통째로 맡아서 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많이 바꿔놓은 부분이다. 내가 드라마에 참여했을 때는 장신구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장신구는 있는 것을 빌려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의상에 비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사극을 할 때, 한복은 단독으로 자막이 나가는 것이 당연했고, 장신구는 자막이 작게 나갔다.

근데 재인이가 캐릭터마다 장신구를 새로 제작하면서 장신구 자체의 물량을 늘리고 자막을 한복과 동등하게 써달라고 이야기 하면서 장신구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했다. 생각을 다르게 했는데 잘한 것 같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최초로 장신구의 자막이 단독으로 나왔던 드라마다. 우리도 그에 걸맞게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장신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늘었고, 관계자 분들이 전보다 장신구가 중요하게 생각된다고 말씀해주신다.

정재인 작가: 한복의 비용이 더 크지 않냐며 한복과 장신구의 경우가 같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의상을 전공했고, 내가 입는 한복을 가끔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비싼 원단을 써도 주얼리 재료에 드는 비용을 넘어서기 힘들다.

그리고 한복은 디자인과 제작이 분리되어 있다. 근데 나는 기존의 것을 그냥 보내는 것보다 들여다보면서 작품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또 급히 필요한 경우에 시간에 맞춰서 바쁘게 제작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노동의 강도가 세다.(웃음)

한복이 장신구보다 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극할 때, 협찬사가 한복과 장신구 두 분야인데 두 분야 다 중요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나도 반지 하나를 협조하면서 단독자막을 말하지는 않는다. 단독자막에 준하는 협조 물량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거기에 맞춰서 협조하고, 일을 한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는 대본을 보고 제작진과 소통하며 작품에 맞게 디자인해나가는 유일한 장신구 디자이너다.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길을 개척해내서 정말 멋지다.

정재인 작가: 좀 더 좋은 그림을 위해서는 분업이 되어야 된다. 현장에 장신구 팀이 없다 보니 같은 회 차에 다른 캐릭터가 같은 장신구를 착용하는 일도 생긴다. 현장에 의상, 분장, 미용, 소품 등 장신구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장신구들을 위주로 연결을 체크 하고, 필요한 것은 정리해서 바로바로 전달해주는 전문가가 보강되어 나 같은 디자이너와 수시로 소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민휘 작가: 관리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장신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장신구를 망가뜨리기 쉽다. 장신구가 매우 작지 않나. 장신구는 무쇠가 아니다.(웃음) 특히, 사극 장신구는 거의 은으로 만드는데, 은의 강도가 약하다. 그리고 자연적인 모티브가 많아 현대 주얼리와 같은 기법으로 제작하기 어렵다. 보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Q. 어떤 한 작품을 단독으로 맡아서 하면 물량이 상당히 많아지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김민휘 작가: 비용이 많이 든다. 재인이는 드라마나 영화를 하건 케이팝 앨범에 참여하건 한 프로젝트의 모든 장신구를 도맡아서 디자인하고 싶어 한다. 전체적인 조화를 보고 또, 장면마다 그리고 무대마다 주얼리를 바꿔주고 싶어 한다.

정재인 작가: 일단 이름이 올라가면 정말 잘 하고 싶다. 근데 디자인 개발을 많이 하다 보면 스스로 실력이 늘고 또, 그 작품에 등장한 장신구의 크레딧을 같이 받을 수 있다. 내 작품에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 무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생에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 물량이 많아지는데 어떤 장면의 어떤 디자인이 우리 것인지를 알리기가 너무 귀찮다.(웃음) 크레딧을 받으면 일일이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게 된다. 사실 디자인 카피도 심각한 문제다. 요즘 컴퓨터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디자인을 아예 똑같이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근데 크레딧이 올라가면 카피 문제도 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하지만 사이트를 통해 작품들을 다 볼 수 없다. 특히, K팝 주얼리는 평상시에도 착용하고 싶을 만큼 예쁜데 구매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

김민휘 작가: 케이팝 주얼리는 재인이가 많이 맡아서 하고 있다. 근데 재인이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더 열중한다. 만들고 난 뒤에 알리는 작업도 같이 해야 하는데, 알리는 작업 대신 새로운 프로젝트를 또 맡아서 한다.

정재인 작가: 사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정말 큰 기회들이 주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PPL등을 통해 큰 비용을 주고 그 기회를 사려고 하지 않나. 근데 돈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들도 아니다. 나는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깝다. 판매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을 아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 나를 믿고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매번 최선을 다 해서 잘해내고 싶다. 매번 온 신경을 디자인에 쏟게 된다.

김민휘 작가: 근데 수익이 안 나도 우리가 안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리지 않다보니 문제가 많다. 검색했을 때, 정보가 안 나오면 그대로 또 다른 곳에서 카피한 디자인을 초상권과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알리는 작업을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일단 은으로 만든 전통 장신구나, 드라마 상품 중 일부는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 있기는 하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수공예 작품들은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다가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김민휘 작가: 우리는 디자이너, 제작자 등이 ‘작품을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공유했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상품으로 만들면 모방이 쉽다. 작품은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인이가 케이팝 장신구 디자인을 좀 더 대중적으로 풀면서 상품 제작이 많아지기는 했다. 전반적으로 일의 범위가 넓어졌다.

전통 장신구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실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MD 상품이나 가격이 저렴한 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실용성과 예술적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여러 가지를 개발해보고 있다.

Q. 드라마를 통해 비춰지는 디자인들이 화제가 되면서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을 본 따 2차 상품을 만들었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재인 작가: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디자인이 발표 되면 우리 디자인을 모티브로 2차 디자인을 하는 분들도 많다. 솔직히 원 출처만 잘 밝히고 2차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무단으로 복제한 경우가 문제다. 복제품이 많다. 내가 한 것인데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알려질 때도 있다. 속상하기도 한데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아니까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김민휘 작가: 차라리 잘 만들기라도 하지 너무 못 만들면 그거대로 또 기분 나쁘다.(웃음) 한 번은 정말 큰 기관에서 재인이의 디자인을 복제 했기에 내가 직접 찾아갔다. 근데 재인이의 복제품을 만들기 위해 변리사를 여러 명 만났다고 하더라. 복제를 위해 준비한 서류들을 한 가득 보여줬다.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Q. 디자이너로서 자식과 같은 작품들이 무단으로 도용당하면 매우 속상할 것 같다.

김민휘 작가: 작품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 회사 이름과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며 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번에 참여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모두 규모가 크다 보니 해외를 겨냥한 부가 사업도 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쪽의 시장을 알아보다가 알게 됐는데 누군가가 민휘아트주얼리 라는 이름, 그리고 우리 로고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었다. 황당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의 이름으로 투자를 받기도 했다는데 우리는 한 번도 투자 받은 적이 없다.

정재인 작가: 그 일을 알고 나서 매우 신기했다.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쓰고, 투자를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 않나. 본인도 큰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나 싶었다.

Q. 최근에 ‘아이유 귀걸이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올라 온 글을 봤다. 민휘아트주얼리의 디자인을 따라 판매를 해서 누군가가 디자인 도용이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민휘아트주얼리의 디자이너가 괜찮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보면서 정말 괜찮다고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공개적으로 인터뷰에서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혀서 놀랐다

정재인 작가: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마음이 풀렸다. 어린 학생인데, 잘 모르고 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김민휘 작가: 사실 마냥 어린 학생은 아니었고, 마켓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디자인 사진을 쓰면서 대량 판매를 했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통해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기는 했다. 그러던 참에 관계자 분께서 문제 제기를 하셨다.

그 일 자체가 좀 크게 번질 수가 있는 일이었다. ‘달의 연인’의 이름으로 중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근데 재인이가 공개적인 인터뷰를 통해 괜찮다고 해버리니 그냥 넘어가게 됐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봐주는 것도 좋지만 그런 중요한 입장 발표를 나와 상의 없이 해버려서 나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재인이가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좋은 관계로 지내게 되기도 하지만 가끔 착한 마음을 역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로서 걱정될 때가 있다. 안 그래도 카피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이번 일로 또 다른 일들이 생기게 될까봐 걱정이다.

Q. 그런 일이 있음에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해외 MD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사업을 총괄하는 관계자가 ‘달의 연인’ 관련 물품들 중에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외국 사이트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클릭수와 판매수 1, 2, 3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뜨겁게 호응하는 것이 놀랍다.

정재인 작가: 나도 그렇다. 외국 분들께서 한국 전통 장신구를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때부터 해외 판매가 있기는 했다. 근데 ‘달의 연인’의 경우, 전문적으로 사업 쪽으로만 관여하는 파트가 생기니 좀 더 체계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어 시장이 넓어지게 됐다.

김민휘 작가: 판매가 활성화 되니 디자인에도 더 생명력이 생기는 것 같다. 냉정하게 봤을 때, 나나 재인이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돈에 크게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동업이 어려운 이유는 서로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라고들 한다. 이번 경우는 동업까지는 아니지만, 일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생성된 훌륭한 콘텐츠들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는데, 이번 일과 같이 모두에게 좋은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Q. 모녀 작가가 작가 마인드가 강하다. 대체적으로 사업적인 부분을 잘 몰라서 어려움이 큰 것 같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나?

정재인 작가: 글쎄. 사업을 무리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일들을 잘하고 싶을 뿐이다. 솔직히 돈을 얼마 버느냐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가 한 것들이 우리 이름으로 잘 알려지길 바라고 우리가 앞으로도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나갔으면 한다. 그거면 된다. 이번과 같이 서로 협력해서 하는 일들은 정말 좋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일들을 하고 싶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본인 자체가 심지가 굳고, 무리한 욕심이 없다. 자신 스스로 깨쳐야 되는 부분이 있다며 성실하게 작업에 몰두하고 요령을 안 핀다.

내가 들어도 솔깃한 제안들이 많이 온다. 세계적인 작가로 키워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초반에 ‘장옥정’으로 주목 받았을 때 김태희씨의 후배로 이슈가 더 많이 됐다. 그러면서 방송이 많이 들어왔는데 재인이가 하나도 응하지 않았다.

정재인 작가: 그 때는 나 스스로가 아직 디자이너로 자리를 못 잡았는데 너무 많은 제안들이 왔었다. 잘못하다가는 내 정체성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중심을 잡고 일에 더 몰두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성실하게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지금에 이르렀다. 포트폴리오가 탄탄히 쌓이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김민휘 작가: 다 좋은데 손이 많이 망가졌다. 재인이나 나나 손이 예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웃음)

Q. 모녀 작가가 작업한 작품 수가 매우 많다. 드라마, 영화, 케이팝까지 정말 많은 한류 콘텐츠를 도맡아 했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일 시작한지 3년 됐다. 재인이가 3년 동안 해낸 일이 내가 10년 동안 한 일 보다 몇 배로 많다. 양도 많지만 드라마, 영화, 케이팝, 패션쇼, 전시, 미술작품, 오페라 등 폭도 정말 넓다.

정재인 작가: 나는 일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나 지난 것이 너무 신기하다. 내 체감 상으로는 한 1년 정도밖에 안 지난 것 같다. 잠을 못자면서 생활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루의 끝맺음과 시작이 명확하지 않게 생활해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가는 그런 것들에 무뎌졌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뭐가 많이 바뀐 것 같이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막상 내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늘 바쁘게 뛰어다니고 밤새서 작업하는 그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3년이나 지난 것이 잘 와 닿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도 내 입장에서는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상대방은 2년 만에 만났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비슷한 작품은 또 온다며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했을 때도 그런 말이 잘 안 들어 왔다. 똑같은 작품은 없다. 그래서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열심히 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 책임감도 컸다. 내 인생에 변화가 오는 시점들이 있다. 결혼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혼자일 때만큼 일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민휘 작가: 재인이가 결혼하고 아이들이 있는데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 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한다.

Q. 정재인 작가는 결혼하면 일을 하지 않을 생각인가?
정재인 작가: 그건 모르겠다. 아무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엄마가 저녁을 꼭 아빠와 먹으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다시 나오는 한 이 있더라도 말이다. 저녁을 같이 못 먹는 날에는 너무 미안해한다. 내가 바쁜데 어떠냐고 하면 엄마가 결혼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일을 시스템화 시키거나 좀 줄이지 않을까. 내 마음 상태와 상황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라도 행복한 방향으로 살고 있을 것 같다. 일단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

Q.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나?
정재인 작가: 지금은 결혼이 너무 먼 이야기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많고, 바쁘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근데 결혼은 꼭 하고 싶다. 엄마 아빠 보면 정말 부럽다. 가끔 ‘이러다가 혼자 사는 것 아냐?’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진짜 혼자 살게 될까봐 너무 두렵다. 그러고 싶지 않다.(웃음)

김민휘 작가: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걱정이다. 통 관심이 없어서 더 그렇다.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내게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번 재인이가 아주 정색을 한다.(웃음)

정재인 작가: 일터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는 않다. 지금처럼 모두와 기분 좋게 일하고 싶다. 어딘가에 있겠지. 너무 늦지 않게는 만나고 싶다. 일단 지금은 하고 있는 일들을 정말 잘해내고 싶다. 솔직히 얼마 전에 뉴욕에 다녀온 뒤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이제는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근데 맡고 있는 일들은 최선을 다 해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내가 내 역할을 잘 못해내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라도 맡은 일들은 성실하게 잘 해내려고 한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사극부터 현대극, K팝까지 디자인의 폭이 넓은데 그 중에서 사극은 투자한 것에 비해 수익이 가장 적은 분야일 것 같다. 근데 다른 분야들을 더 늘리지 않고, 사극도 꾸준히 계속하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려나가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정재인 작가: 전통을 멀리 하지 않고, 우리의 것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또 공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전통을 이어나간다는 것과 옛날의 원형 그대로의 것을 보존한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똑같은 것을 계속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의 것이니까 무조건 지켜나가고 좋아해줘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전통이 폭넓게 사랑받을 수 없다. 전통 역시 시대에 따라 흘러가야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

김민휘 작가: 생각이 올바른 딸과 함께해서 든든하다. 좋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요즘 나이 어린 친구들이 우리가 참여한 드라마들을 보고 전통 장신구에 관심이 생겼다며 연락을 많이 준다. 기특하고, 고맙다.

■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서예종) ․ 민휘아트주얼리 산학협력 체결식

■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서예종) ․ 민휘아트주얼리 산학협력 체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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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얼리 디자인과, 금속공예과가 개설된 학교와 MOU를 체결해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미래의 젊은 세대들이 우리의 전통 장신구 문화를 잊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김민휘 작가: 학교에서 민휘아트주얼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우리와 교류를 시작한 이후로 전통 장신구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해서 기쁘다. 앞으로도 많은 젊은 학생들이 우리의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을 함께 발전시켜나갔으면 한다.

정재인 작가: 학교를 통해 우리 회사에 들어온 친구가 있는데 정말 예쁘다. 재능도 있다. 근데 얼마 전에 동기들이 주얼리 관련 일을 하다가 다 그만둬서 본인도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했다. 내가 나만 믿으라고 했다. 내가 최선을 다 해서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누군가한테 그런 말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나도 아직 자리 잡지 못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와서 스스로도 놀랐다.(웃음) 근데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 나를 믿고 함께 해주는 사람에 대한 책임감. 이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김민휘 작가: 재능과 열정이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되는 친구들을 많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좋은 기회들을 좋은 방향으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에는 현대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는 훌륭한 데이터들이 많다. 전통의 원형을 제대로 알고 기본을 지키며 디자인을 확장시키면 우리만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민휘아트주얼리는 이것을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회사다. 오래된 전통에 감각을 입혀 미래의 전통을 풍성하게 재창조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이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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