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해외파견 영어 스트레스로 대기업 부장 자살…업무상재해”

“업무상 극심한 스트레스로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우울증세 더욱 악화돼 결국 투신자살” 기사입력:2015-01-30 16:30:48
[로이슈=신종철 기자] 해외 파견근무를 앞두고 부족한 영어실력에 부담을 느껴 파견근무를 포기한 뒤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투신자살한 대기업 부장에 대해 1ㆍ2심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대형건설사에서 플랜트사업부 토목설계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08년 12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건물 옥상에서 동료직원 2명과 함께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뛰어내리려 했다. 이에 동료들이 제지하며 말렸다. 그런데 A씨는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자살했다.

A씨는 자살하기 전날 처에게 “내일 여의도 사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이제 창피해서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할지 걱정이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아마 내가 1순위일 거다. 영어도 못해 해외파견도 못나가는 내가 앞으로 부하직원들 앞에 어떻게 서야 될지 모르겠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정말 죽고 싶다”라고 말한 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이에 A씨의 처 B씨는 2010년 5월 남편이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청구를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거부했다.

그러자 B씨가 법원에 소송을 냈다. B씨는 “현장근무 경험이 적었고 해외파견 경험도 없는 남편이 2008년 7월 쿠웨이트 공사의 시공팀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꼈고, 2008년 10월 쿠웨이트에 출장을 다녀온 이후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다가올 해외파견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이러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해외파견 근무를 포기하고 본사로 복귀한 첫날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신감 상실, 우울, 직장유지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아 자살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과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망인의 처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봐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약 한 달 전에 부장으로 승진했고,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후에도 실제로 망인이 퇴사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거나 상사나 동료로부터 질책, 모욕, 따돌림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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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기업 부장 A씨의 처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3두23461)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평소 비교적 건강했고, 사망하기 전까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으며, 책임감과 자존심이 강하고 꼼꼼하며 약간 내성적인 성격인데,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망인이 영어구사능력에 자신감이 없었고 이로 인해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으며, 이로 인해 해외근무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한 자신감 상실, 우울, 직장 유지에 대한 불안이 자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망인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망인은 예정된 해외파견 및 부족한 영어실력과 관련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고, 망인이 해외파견근무 불희망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후 망인은 이러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면 직장 상사나 동료 및 부하직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돼 직장에서의 지위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을 추단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국내근무를 한 망인이 해외 공사현장의 시공팀장으로서 쿠웨이트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사업을 진행시켜야 하는 부담스런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꼼꼼하면서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성격의 망인으로서는 영어를 공부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영어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할 때 자신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망인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를 포기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향후 회사 생활에서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미 발생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지속돼 망인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이나 그에 따른 우울증세는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망인으로서는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우울증세 및 악화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다른 사정들이 있는지 등에 관해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업무상 재해에서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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