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사법부 과거사 역주행 판결 규탄…유신헌법ㆍ긴급조치 부활 몸부림”

“과거 유신 긴급조치시대의 망령이 아직도 사법부에 남아있음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입력:2015-01-26 19:19:50
[로이슈=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6일 “사법부의 쉼 없는 과거사 역주행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지난 22일 김우종 전 경희대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씨 등 이른바 문인간첩단 사건 관련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청구를 각하한 판결 때문이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이 사건 원고들은 1974년 1월 유신헌법에 반대하고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 발표에 관여한 뒤 불법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허위자백하고, 그해 10월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1년 원고들은 국가보안법ㆍ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의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피해는 적극적ㆍ소극적 손해에 그치므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위자료)은 보상금 수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민주화운동을 하다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라도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의해 생활지원금 등을 받았다면 손해의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손해가 재판상 화해로 소의 이익을 상실했다”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이에 대해 민변(회장 한택근)은 “말하자면 가혹행위로 거짓자백을 해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았더라도 1000여만원 안팎의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처 더 이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대법원 판결을 간명하게 설명했다.

반면 이상훈ㆍ김용덕ㆍ고영한ㆍ김창석ㆍ김소영 대법관은 ‘화해’는 “당사자들이 해당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사정이 이와 다른 경우에는 재판상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 화해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특히 “재심 무죄확정에 따른 명예회복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소수의견에 그쳤다.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
▲서울서초동민변사무실


민변은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합법적인 공권력의 행사임을 전제로 한 ‘보상’과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를 전제로 한 ‘배상’은 헌법ㆍ법률에서도 준별돼 있고, 화해 당시에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기면 화해의 효력이 그대로 미치지 않는다는 확고한 법 규정 및 해석론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더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민주화운동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 동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계속 중에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며 추정 중에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대법원으로서는 마땅히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 해석의 통일을 기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대법원이 일반적인 법 원칙을 무시하고 관련 법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고려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서둘러야 했던 이유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월 16일 서울고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민변은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긴급조치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2013다217962)을 하급심에서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비록 설훈이 체포된 때로부터 48시간을 초과해 구속되고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 수사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결국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으로 인한 손해를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그러나 위 판결은 당시 공무원인 박정희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목적으로 고의로 긴급조치를 발동하는 위법행위를 감행한 점, 검찰 등 수사기관은 그 수족에 불과한 점, 나아가 불법체포 및 불법 구금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증거능력이 부인돼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는 점,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체포, 법률에 의하지 않은 불법 구금, 그리고 가혹행위와 유죄판결이 상호 인과관계가 있는 점 등을 간과한 ‘영혼 없는 판결’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최근 사법부는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대폭 축소ㆍ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시효를 법률상 근거 없이 6개월로 축소하고, 진실화해위원회 등 과거사 결정문의 증명력을 격하시켰다”며 “이러한 판결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전원합의체 판결(2010도5986) 긴급조치는 ‘당시나 현재의 헌법에 의해서도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을 뒤엎고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를 부활시키려는 몸부림”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우리는 일련의 퇴행적인 과거사 판결을 통해, 과거 유신 긴급조치시대의 망령이 아직도 사법부에 남아있음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이제는 돌아와 국민 앞에서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하지 않는가. 사법부는 스스로의 판결로써 과거를 반성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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