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성 기자] 법원에서 판사가 판사를 평가하는 것은 ‘금기’(?)다. 그런데 부산고등법원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있다. 언감생심 판사가 판사를 평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부산지역 법조계에서 유명한 부산지법 황인성 판사가 지난 8월 부산고법으로 갑자기 부임했다. 이후 부산법원 소식지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와 있다. 부산고법 정영태 판사가 새로 부임한 황인성 판사의 ‘분골쇄신’(?) 정착기를 전한 것이다.
국민들에게 근엄하게만 느껴질 법한 판사. 정 판사가 전하는 황 판사의 정착기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국민들과 법원 그리고 판사들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부산법원 소식지에 게재된 <황인성 판사 부산고등법원 정착기> 전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부산고등법원에서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정영태 판사입니다. 법관 업무라는 것이 상당히 정적이고, 특히 고등법원의 경우 기록의 무게에 눌리고 눌려 거의 지하세계의 정적만이 감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부분은 김상중 톤으로 읽어야 제 맛입니다)
이런 고등법원에 황인성 판사님께서 8월에 부임해 오셨습니다. 그것도 2년차도 오기 힘들다는 수석부인 저희 부에 바로 오셨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황인성 판사님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외모부터 보자면, 황인성 판사님은 귀여운 얼굴에 더 귀여운 몸매, 연약한 쇄골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쇄골이 연약한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탁월한 패션감각으로 복도를 런웨이로 바꾸어 버리는 법원에서 보기 드문 패셔니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면에서 보자면 작년도 부산변협(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 뽑은 우수법관으로, 더 이상 긴설명이 필요 없는 분입니다. 스포츠도 대단히 좋아하십니다. 가입도 힘들다는 축구부의 부회장을 맡고 있으신데, 권력에 연연하시지 않으셔서 얼마 전에 스스로 후배들을 위해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복귀했습니다.
축구부 부회장직을 내려놓자 망연자실한 축구부 관계자들이 판사실로 찾아와 간곡하게 부회장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백의종군의 뜻을 굽이지 않으신 것을 제가 직접 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현란한 발놀림 못지않은 현란한 입놀림으로 주변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시는 재기발랄함도 갖고 계시구요.
사실 법관들의 경우 8월 인사는 상당히 드문 경우이고 더욱이 지방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오시는 경우는 더욱 드뭅니다. 이미정 판사님이 미국으로 가시는 바람에 황인성 판사님이 오시게 되셨지만 지난 4개월간 저희 수석부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법원행정처에서 황인성 판사님의 부산고법 영전을 위해 이미정 판사님을 미국으로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물론 황판사님 입장에서는 친정(부산지법, 황판사님 표현입니다.)에서 잘 지내고 있다가 갑자기 시댁(부산고법)으로 옮겨 시집살이 하는 감이 없지 않았겠지만 황판사님이 오셔서 저희 수석부는 물론이고 고등 분위기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쑥~~업된 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황판사님의 부산고법 안착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제가 판단하기로는 황판사님의 고법 적응 단계는 대략 충격․불안의 1기, 반응성 우울기인 2기, 희망을 품게 된 낙관기인 3기,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고등에서의 삶을 온몸으로 누리게 된 안착기인 4기로 구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1기입니다.
고등에 오는 배석들은 아시겠지만 지방에서 단독생활하다 고등에가 배석생활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안한 일입니다. 그건 황판사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셨을 겁니다. 더욱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고등법원으로 가라는 8월의 인사명령은 ‘충격과 공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황판사님이 겉으론 웃고 계셨지만, 한편으로 오자마자 그 깨기 힘든 책상유리판을 깨고, 파쇄기를 파쇄해 버린 건(저는 법원생활하면서 파쇄기 고장 내는 판사님은 처음 봤어요) 이런 충격과 불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다음은 2기입니다.
몇몇 사고는 있었어도, 그리고 내심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8월 한달 동안 황판사님은 많이 웃고 주변도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9월, 10월 들어 본격적으로 사건이 결심되고 부장님께 판결문을 납품하게 되면서 황판사님도 고등배석이면 대부분 겪는 좌절과 자책, 슬픔, 의욕감퇴로 인한 반응성 우울을 겪게 됩니다.
개그모드도 자학개그로 급변하셔서 같이 일하는 저와 장수영 판사님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8월만 해도 장수영 판사님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개그를 남발해 화장실 뒤편으로 가자는 이야기도 몇 번 듣기도 했는데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장판사님을 부부장님으로 모시면서 모든 사건을 장판사님과 1차 합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 아닌가 합니다.
2기를 무사히 넘기고 11월에 접어 들자 황판사님도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건처리에속도가 붙고 판결문에도 힘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등은 쉽게 황판사님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고등생활에 대한 낙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격무로 인하여 쇄골이 연약해졌기 때문이었을까요.
11월 22일 토요일에 있었던 부산법원과 전주법원의 정기 축구교류전에서 황판사님이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초반에 황판사님을 집중 마크하던 상대팀 최고 울트라 핵심 주전선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연약한 왼쪽 쇄골이 그만 ㅠㅠ
집에서 뒹굴고 있던 저는 황판사님의 부상 소식을 전해듣고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 밝고 해맑은 황판사님이 수술까지 받으셔야 하다니...
물론, 기획법관으로서의 책무가 있다 보니 왼손을 쓰기힘든 황판사님께 도움을 주고자 판결문을 연필로 쓸 것인지(1970년대 버전) 아니면 에버노트로 쓸 것인지(2014년 최신 버전) 검색해 본 것도 이맘 때였습니다.
어쨌든 황판사님은 일주일간의 투병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복귀하셨고, 다행히 워드작업도 거뜬히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고법생활에 안착한 느낌까지 주고 있습니다.
장수영 판사님께서 시간에 쫓겨 하시면 우리에게는 아직 5일간의 저녁시간과 이틀의 주말이 있다면서 위로해 주시고, 제가 주보에 뭘 써야 할지 고민할 때에도 스스로를 희생하셔서 황판사님 부산고법 안착기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저희 수석부에 국한시켜 보자면, 황 판사님과 함께 한 지난 4개월 동안 부장님을 비롯해 수석부 가족 모두 훨씬 더 많이 웃고 더 즐겁게 생활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고, 연말이 되면서 이런 저런 모임도 많아졌습니다.
날이 추워도 마음이 따뜻할 수 있는 건, 일에 쫓겨도 마음 한켠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건 황 판사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황판사님 고맙습니다.
황판사님도 파이팅!!!
근데 내년에도 고등에 계실 건가요,,, *^^*
-2014. 12. 29. 제970호 부산법원 소식지에 실린글을 그대로 전재한다.
정영태 판사가 전하는 ‘황인성 판사 부산고등법원 정착기’ 화제
기사입력:2014-12-30 22: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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