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과거사정리위 결정도 입증 부족하면 재판부가 번복 가능”

보도연맹사건 망인 장OO씨 1심은 유족 승소→2심은 패소→대법원도 패소 기사입력:2014-12-18 22:14:08
[로이슈=신종철 기자]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을 인정했어도 재판부가 별도 심리를 통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은 대한민국 정부가 좌익 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ㆍ통제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들로 구성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국민보도연맹의 총재는 내무부장관이, 고문은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하부 지도위원장 또는 지도위원은 검찰과 경찰 간부들이 맡아 조직을 관리하는 관변단체의 성격을 띠었다.

1949년 국민보도연맹 중앙본부가 구성된 후, 1950년 2월까지 대부분의 시ㆍ군 연맹이 결성됐으며, 사천군ㆍ고성군ㆍ하동군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12월에 결성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반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은 전국 각 도의 경찰국에 국민보도연맹 등을 즉시 구소하고 형무소 경비를 강화할 것을 하달했다. 당시 각 지역경찰서에 구금된 국민보도연맹원들은 인민군에게 동조해 후방을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만으로 경찰관들에 의해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10월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하기로 하고, 고성ㆍ남해ㆍ하동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조사했다. 2009년 조사결과 “경찰관들이 장기간 구금해 불법 사살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희생자로 인정된 장OO씨 유족은 “경찰과 군인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구금한 후 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2012년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국가는 “과거사 청산을 목적으로 주로 간접증거나 전문증거에 의존해 내려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만으로 망인들을 부산ㆍ사천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의 희생자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2013년 4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과거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ㆍ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해 장기간 객관적인 증거의 수집을 막고 있다가, 이미 사건 당시로부터 6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경과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후 비로소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의 신빙성을 다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 스스로 우리의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법률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과거사정리위원회라는 국가 기구를 설치했으며, 과거사정리위원회에 검찰과 경찰에 준하는 강력한 조사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방대한 자료 접근 및 수집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장기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등에 의해 이 사건 희생자들이 당시 살해된 피해자라고 확인하는 결정을 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조직적ㆍ집단적으로 희생자들의 생명을 박탈한 후,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 뒤늦게 원고들이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면서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2심인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망인 장씨와 유가족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하동군 국민보도연맹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장OO이 1950년 7월 경찰에 연행돼 사살됐다고 판단했으나, 망인은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적이 없는 점, 경찰에 연행될만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점, 사망여부, 사망경위, 사망일시와 장소를 전혀 알 수 없는 점, 참고인들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치하지도 않는 점을 종합하면, 장씨가 보도연맹 사건으로 경찰에게 연행돼 살해됐다는 정리위원회의 결정은 수긍하기 곤란하다”며 망인 장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장씨의 유족들도 위자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다른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였다. 이에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된 망인들 본인에 대한 위자료는 8000만원,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는 4000만원, 부모나 자녀에 대한 위자료는 8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망인들과 유족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한국전쟁 발생 이후 우리 민족이 겪게 된 남북분단의 현실과 이념 대립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유족들이 사회적 차별을 당해왔고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 망인들의 사망일인 불법행위일로부터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60년 이상의 장기간이 경과해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크게 상승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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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장OO씨 유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14076)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망인 장씨가 보도연맹 사건으로 경찰에 연행돼 살해됐다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은 논리와 경험칙상 수긍하기 곤란하고, 보도연맹사건으로 희생됐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다른 보도연맹원 유족 86명에게는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그 외 2명에 대해서는 증거에 대한 판단을 보강, 위자료 800만원을 더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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